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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비준안 상정이 무산된 뒤, 한 농민이 경찰버스에 '농업 사수' 구호를 적고 있다.
FTA 비준안 상정이 무산된 뒤, 한 농민이 경찰버스에 '농업 사수' 구호를 적고 있다. ⓒ 권박효원
12월 30일 국회 앞 국민은행 도로에서 열린 FTA저지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
12월 30일 국회 앞 국민은행 도로에서 열린 FTA저지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 ⓒ 권박효원
<4신 대체 : 30일 오후 7시20분>

한-칠레 FTA 비준안 상정 직전 국회 '진격' 준비...안도의 한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비준안이 상정될 차례다!"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는 내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추운데 고생하지 말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이날 오후 6시경 국회 본회의에서 한-칠레 FTA 비준안이 상정될 차례가 되자 국회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던 농민들은 국회의사당으로의 진격 투쟁을 준비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칠레 FTA 비준안이 내년으로 연기됐으니 이제 그만 해산할 것을 권고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 농민들은 진격투쟁을 멈추고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나누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농민들은 경찰버스와 인근 도로공사장 차단벽, 아스팔트 위 등에 'FTA 반미 투쟁''민족농업 만세''열린우리당 해체' 등의 문구를 페인트 스프레이로 적기도 했다.

또 흥분한 일부 농민들이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작은 충돌이 있기도 했으나 이날 한-칠레 FTA 체결 비준안 처리가 연기됨에 따라 국회 앞 농성장도 차차 차분한 분위기를 되찾고 있다. 일부 농민은 고향에 돌아가기도 했으나 아직 농성장은 완전히 해산되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 전국농민연대 측은 "구속된 동지들이 있는데 우리만 돌아갈 수는 없다, 농가부채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농·어촌 지원 관련 특별법 통과가 절실하다, 이 법안에 대한 처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국회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향후 투쟁 계획과 관련해서도 농민단체들은 한-칠레 FTA 비준안이 폐기될 때까지 투쟁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한-칠레 FTA 비준과 농촌 민생 관련 법안을 맞바꾸려 한다, 이는 농민을 저버리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운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정현찬 전농 의장 역시 "오늘(30일) 농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비준을 저지했지만 폐기가 아니므로 향후에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다음 본회의에 상정될 때도 농기계 반납투쟁, 상경투쟁 등을 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한-칠레 FTA 비준안 상정 연기에 대해 "농민들의 눈치를 보는 시간끌기 탐색전"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날이 저문 현재, 이날 집회는 마무리되고 있으나 향후에도 농민들의 한-칠레 FTA 비준 저지 투쟁은 이후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처리가 유보됐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부수법안인 '농어업인부채경감에관한특별조치법중개정법률안(대안)'과 '농림어업인삶의질향상및농산어촌지역개발촉진에관한특별법안(대안)'의 처리도 미뤄졌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30일 오후 6시20분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농어촌 출신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나와 의사진행을 저지하는 바람에 처리 유보를 선언했다.

30일 국회앞 FTA 비준안 저지 집회에 참여한 한 농민이 도로에서 쌀을 집어던지고 있다.
30일 국회앞 FTA 비준안 저지 집회에 참여한 한 농민이 도로에서 쌀을 집어던지고 있다. ⓒ 권박효원
<3신 : 30일 오후 6시20분>

"밥값이 껌값만도 못하다"


어제에 비해 추워진 날씨 탓에 현재 농민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전날의 절반 수준인 2천여 명 정도다. 집회의 분위기 역시 국회의 FTA 비준안 상정이 연기된 탓에 어제처럼 격앙돼있지는 않다.

집회장의 농민들은 자유발언과 합창 등으로 추위를 녹이는 동시에 주민등록증 반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물대포를 막기 위해 마련된 바구니에 주민증 200여 개를 모아놓은 상태다. 한 농민은 주민증을 바구니에 내려놓으며 "나는 오늘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아님을 선포한다"고 절규했고, 일부 농민들은 주민증을 꺾어버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는 "오늘은 여기 있는 사람들만 주민증 반납을 결의하지만 FTA 비준이 통과되면 전국민적 주민증 반납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정부를 향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2차례 걸쳐 준비해온 쌀을 도로에 뿌리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과 길거리를 지나는 승용차 승객들을 향해 "이 쌀이 얼마나 귀한 것인 줄 아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거리로 나선 한 농민은 "오늘 아침에 3백원을 주고 껌 한 통을 샀다. 그런데 밥 한 그릇은 얼만줄 아는가? 2백원도 안 된다. 밥값이 껌값보다 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농민들이 지나는 택시를 발로 차며 승객을 끌어내리려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를 저지해 큰 마찰은 없었다.

오후 5시40분 현재 농민들은 '농민가' 등의 노래에 맞춰 강강수월래를 하듯 큰 원을 그리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국회에서 FTA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비준안 상정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오늘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단체들은 FTA 비준안 상정이 연기될 경우 일단 해산하고 다음 임시국회가 열릴 때 다시 상경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농민단체들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비준안 상정이 연기되면 장기적 계획을 세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이 기습시위 때 동원한 돼지를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농민들이 기습시위 때 동원한 돼지를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 권박효원

<2신 : 30일 오후 1시40분>

농민들, 돼지와 함께 연행되다
[기습시위] 국회 안에서 한-칠레 FTA 비준 반대 '돼지시위'


"꽥~~~~~~~!"

이틀째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안이 30일 오전 한때 돼지 울음소리로 소란을 빚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교 입구에서 '쇠사슬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낮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돼지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50분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여성 농민 4명은 새끼 돼지를 한 마리씩 껴안은 채 국회 안으로 진입, "우리 농민 다 죽이는 FTA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새끼 돼지의 몸통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NO, FTA'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회 도서관쪽 출입구를 통해 차량을 이용, 국회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애초 돼지들을 국회 본관 앞마당에 풀려고 했으나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고, 시위 농민들을 3분여만에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시위 농민들 뿐 아니라 이들이 안고 있던 돼지들도 함께 연행했다.

이 시위로 국회 본관 앞은 한때 돼지들의 울음소리와 농민들의 구호,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의 외침이 한데 뒤섞여 큰 혼란을 빚었다.

한편 전날인 29일부터 FTA 비준 반대를 외치며 국회를 약 70여m 앞둔 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 앞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농민들은 이틀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농성을 시작한 농민들은 농성장소에 마련된 무대차 앞에 줄지어 앉아 농민가 등을 부르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날 농성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인호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우리가 어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새우잠을 잤지만 한-칠레 FTA 체결 이후의 고생을 생각하면 이는 고생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현찬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청와대에서는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데 이 사람들은 우리가 뼈빠지게 농사 지어 내놓은 농산물을 먹을 자격이 없다"며 "그들의 식탁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로 채워져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농민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 역시 한-칠레 FTA 비준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매국노에게는 한 표도 줄 수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특히 농민들은 한-칠레 FTA 비준 찬성으로 당론을 정한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열린너희당'을 끝까지 박살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칠레 FTA 비준과 관련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비쳐온 의원들에 대해서는 강한 지지의 뜻을 표했다. 농민들은 이규택·김용갑·이상배(이상 한나라당)·박상천(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을 연호하며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전날 대부분 지하철 역 등에서 노숙으로 밤을 보낸 농민들은 두꺼운 점퍼와 장갑, 마스크, 목도리 등을 한 채 추위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몇몇 농민은 길 위에서 무릎을 세운 채 고개를 숙여 잠시 눈을 붙이는 등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물대포 등을 사용해 강경 진압에 나섰던 경찰은 이날도 국회 정문과 도로 사이에 경찰버스로 차단벽을 만드는 한편 국회 정문은 완전히 폐쇄해 출입을 막았다.


<2신 : 30일 오후 1시40분>

여의도 서울교에서 농민들 쇠사슬 기습시위


30일 오전 9시 10분부터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농민 30여명이 여의도 서울교 입구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9시 50분경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경찰이 농민들의 몸에 감겨 있는 쇠사슬을 끊어내고 있다.
경찰이 농민들의 몸에 감겨 있는 쇠사슬을 끊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쇠사슬 기습시위를 벌이는 농민들.
쇠사슬 기습시위를 벌이는 농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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