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황선주
지난해 2월 18일.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하여 지옥철이라는 악명을 세계에 널리 떨친 바 있는 대구지하철이 지난해 마지막날인 지난 12월 31일 중앙로역을 개통으로 전구간이 다시 개통됐다.

지하철 전구간 가동 여부를 놓고 논란의 여진이 가중되는 가운데 다시 시민들을 맞은 중앙로역에는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로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라는 안내표지판이 사고 현장이라는 암시를 하듯 양면에 붙여졌고, 역내가 광이 날 정도로 말끔히 단장되어 보였다.

참사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달리 대안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대곡동 거주 우아무개씨)는 체념섞인 반응을 보였다.

경주에서 아들의 병원치료차 대구에 들러 중앙로역에 들어선 이아무개 아주머니는 눈에 띄게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다가서며 묻자 “지하철을 타려니 참 불안하여 심장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고 말한다.

ⓒ 황선주
역사(驛舍)의 외장은 깨끗하고 단정해 보였지만 천정이나 벽면의 재질은 화재에 약한 소재로 도배되어 있었다. 벽면의 간판은 아크릴 소재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참사 당시 비상등이 꺼져 있어 이를 보완한 것으로 보이는 축광 타일이 출구와 입구를 향하여 연이어 붙여져 있었고, 화재 현장 옆에는 모니터 두 대가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대용량의 소화기가 큰 것으로 교체 설치되었고, 양측에는 공익요원들이 안전선을 침범하는 시민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 황선주
그러나 정작 바뀌어야 할 전동차 내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불에 약한 내장재는 그대로였고, 불에 약한 아크릴 간판도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으며, 전동차 이음새부분의 재질도 그대로였다. 간혹 나오는 방송과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다는 안내 표지가 전동차 내부에서 바뀌어진 것의 전부.

그렇다면 전동차 내부에서 불이 나거나 방화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달리는 전동차 내부에서 이런 상상을 하자니 불안했다. 달리는 전동차에서 불이 난다면, 깜깜한 지하구간에서 달리는 전동차에 누가 불을 지른다면 마찬가지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정도로 불안했다. 이렇게 상상을 해보는 것이 나만 가진 병적인 증상일까? 전동차 내부에서의 화재에 대한 적극적 대책은 전혀 없었던 것이기에 당연한 것일 게다.

ⓒ 황선주
대구는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을 석권한 지역이다. 그렇게 큰 소리 치기를 잘 하는 양반들의 텃밭인 대구 지하철의 전동차 내장재가 바뀌지 않고 방치되어 운행되는 것은 미스테리 수준이라고 해야 옳다. 어디에 골몰할 것이 많은지를 두고 볼 일이다.

김씨는 "대통령을 그렇게 몰아붙일 힘이 있는 한나라당이 대구지하철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대체 무엇이냐" 면서 "(내년 총선에서) 모조리 바꾸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주위의 또다른 한 할아버지는 "맞어, 그X들은 딴전만 부리고 정신을 못 차린다"며 맞장구를 치고는 "모조리 무소속을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황선주
전동차의 내장재를 교체하지 않는 한 다른 어떤 대책도 별 볼일 없는 것. 시민의 안전보다 더 시급한 사안이 무엇일까? 이라크 파병일까, 핵폐장 건설일까? 그럼 무얼까?

전 구간을 돌아보면서 괜한 걱정이 생겼다. 늦둥이를 보러 일주일에 두 번씩 지하철을 타셔야 하는 어머님의 안전이 심히 걱정되었다. 새로 단장한 대구 중앙로역은 한마디로 '회칠한 무덤'일 뿐이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앙일간지 기고가이며 교육비평가입니다. 교육과 사회부문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