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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송년특집 오마이뉴스 라디오 생방송 사회를 맡은 뉴스게릴라 전진한, 송민성씨.
2003 송년특집 오마이뉴스 라디오 생방송 사회를 맡은 뉴스게릴라 전진한, 송민성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느날 사무실에서 열심히 2004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하루 종일 조용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번호였습니다.

"전진한씨 오마이뉴스예요. 이번에 두 번째 오마이라디오를 방송하는데 MC 한번 해봐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첫 번째 오마이라디오 방송 〈뉴스게릴라 라디오 습격사건〉의 진행을 하고 싶다는 쪽지를 보냈던 기억이 났습니다.


라디오 진행에 대한 호기심과 진행자에게는 출연료로 디지털 카메라를 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쪽지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 때 <오마이뉴스>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다만 아리따운 기자회원과 오연호 대표가 라디오 진행을 했고, 저는 출연자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저의 쪽지를 잊지않고 기억했다가 두 번째 라디오 방송에 저를 MC로 기용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나자 걱정이 되었습니다.

'대구 사투리가 심한 내가 할 수 있을까?'
'혹시 실수를 해서 오마이뉴스 측에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한 해를 새로운 도전과 함께 저 자신을 시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오마이 라디오'를 담당하는 분과 진행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진행은 저번에 진행했던 송민성씨와 함께 할 거예요."
"저… 설마 라디오 진행에 대한 콘티는 다 짜주겠지요?"
"무슨 소리예요? 다 진한씨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

충격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구성작가 없이 진행자 두 명이 대본까지 알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라디오 진행을 맡겠다는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을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6시에 시작했으나 준비된 것은 방송진행 순서뿐이었습니다. 같이 진행할 송민성 기자와 열심히 상황을 설정하며 대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목조목 초안을 완성하고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피로가 밀려왔으나 겨우 대본 초안만 완성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드디어 대본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저의 말버릇에 대해 차가운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진한씨 발음이 너무 많이 샌다."
"말투가 너무 센 거 아니야?"
"민성씨는 잘하니까 진한씨만 고치면 될 것 같다."

등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진행을 맡은 송민성 기자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저는 한없이 위축되기만 했습니다. 1차 연습을 마치고 오연호 대표가 우리의 연습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러자 지적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진한씨 말투 좀 자연스럽게 해봐."
"목소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아무리 열심히 하려 해도 목소리에 힘도 빠지지 않을 뿐더러 말투는 더욱 어색하게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마치니 새벽 2시가 훌쩍 지나고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습니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습니다. 방송 당일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2월 31일. 아침도 먹지 못하고 서둘러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니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마이크가 옷에 부착되고 방송 진행팀이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방송 10분 전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의 침은 마르고 멀쩡하던 목이 아파 물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자 MC 준비하시고, 곧 방송 시작합니다."

드디어 대구 촌놈이 라디오 MC로 데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송년특집 라디오 생방송 2003 올해의 뉴스게릴라는?"
"안녕하세요? 오늘 방송을 맡은 뉴스 게릴라 전진한, 송민성입니다."

그렇게 오프닝 멘트와 함께 방송은 시작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프로그램은 진행되었고 각종 의견들도 실시간으로 올라 왔습니다. 게시판에 아내와 지인들의 격려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도 모르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방송 중간 중간 조금씩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실수 없이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마치고 드디어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방송실에서 나오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진행을 잘했다는 격려 전화가 왔습니다.

"야 전진한 출세했다. 대구 촌놈이 라디오 MC로 데뷔하다니."
"제 2의 김제동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하니 얼마나 피곤하던지요. 그래도 낮에 했던 방송을 다시 한 번 들어보았습니다.

곳곳의 실수와 어색한 말투가 듣는 귀를 자극했습니다. 내 진행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는 뿌듯함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2003년도 마지막 날은 저에게 큰 추억을 남기며 저물었습니다. 어색한 방송 진행에 귀기울여 주신 많은 청취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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