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달성공원(대구 중구 달성동 소재)을 찾기로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이곳은 다른 곳보다 유난히 햇살을 가득 담는 공원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추운 날도 공원 중앙에 있는 잔디밭에 앉아 있으면, 바람보다는 햇살이 먼저 볼을 간지럽게 하곤 한다.
겨울철 야외 나들이는 크게 마음 먹지 않는 한 힘든 일이다. 추운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외에도 시각적으로 구경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자칫하면 본 것도 없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눈썰매장과 같은 놀이가 아니면 봄·여름·가을에 비해 야외 나들이를 통해 얻는 만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럴 때에는 가볍게 걸어서 갈 수 있는 주위의 공원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대구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달성공원은 이럴 때 찾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서면, 달성공원 나들이는 겨울철 야외 나들이로 손색이 없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길이 1300m 높이 4∼6m에 이르는 토성 탓에 바람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예외 없이 겨울 햇살의 따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식물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없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의 끈끈한 생명력은 좋은 구경거리이다. 호랑이를 비롯해서 사자·코끼리·곰과 같은 포유류 동물이 27종 91마리나 전시되어 있으며, 타조 외에 53종 505마리에 이르는 조류도 좋은 구경거리이다. 또한 먹이를 구하기 쉬운 탓에 수많은 비둘기 떼가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것도 볼만하다.
겨울잠에 들어가 있어야 할 곰에게 먹을 것을 던져 줄 수거나, 덩치 큰 코끼리 아저씨를 만날 수도 있다. 열대 동물인지라 너무 추울 때에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있어 볼 수 없지만, 햇살이 따뜻한 날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살아 있는 여러 생명체를 바라보는 것은 식물이 주는 구경거리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동면과 죽음의 계절로 상징되는 겨울, 활기찬 동물들과의 만남은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 하기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이곳에 조금 더 의미를 둔다면, 조선시대 선조 34년(1601년)에 대구로 경상감영이 옮겨오면서 세운 관풍루에 올라 성안팎을 둘러볼 수 있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반쯤은 운동 삼아, 또 반쯤은 놀이 삼아 그렇게 올라보면 의외로 시내를 굽어 볼 수 있는 경관에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구경을 하다가 출출해 지면,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컵라면 한 그릇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내와 나는 뜨거운 컵라면 국물을 '후후' 불면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아내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겨울철이라도 폐는 한 번씩 신선한 공기를 원한다. 멀리까지 야외 나들이를 하기 부담스러운 겨울, 잠시 시간을 내 다녀올 수 있는 도심의 공원을 어떨까.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곰·코끼리·사자·호랑이 등과 함께 따뜻한 겨울 오후를 보내는 것도 좋은 가족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