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오후 2시, 이라크 팔루자 지역에서 미 육군소속 블랙호크 헬기(UH-60 Blackhawk)가 추락해 탑승자 9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미군측이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두 대의 블랙호크 헬기가 격추되어 17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미군측의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지난 2일 게릴라들이 미육군소속의 카이오와 (OH-58 Kiowa) 정찰용 헬기를 격추시켜 미군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부상했다.

아직 피해자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사건의 정확한 경위도 보고되지 않았으나, 미군당국은 게릴라의 공격에 의해 헬리콥터가 격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의 증언 역시 헬기가 저항세력의 공격에 의해 피격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8일자 보도에서 마을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헬리콥터가 로켓포 비슷한 것에 맞은 후 연기를 내며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역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미군의 헬리콥터가 미사일에 맞은 후 연기를 뿜으며 땅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군당국은 헬리콥터가 의료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밝혔으나, 이에 관해 더 이상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보도에서 미군대변인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키미트(Mark Kimit) 준장의 발언을 인용해 당시 그 헬리콥터가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측은 사고현장을 봉쇄한 채 보도진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번 헬기 격추가 있기 전 저항세력은 바그다드 근처의 미군부대에 다섯 차례의 박격포 공격을 가해 미군 한 명을 살해하고 33명에게 부상을 입힌 바 있다. 이번 공격으로 지난 해 5월 1일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 후 미군의 사망자 숫자는 224명으로 늘어났다.

바그다드 서쪽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팔루자는 '수니파 삼각지대(Sunni Triangle)'라 불릴 만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수니파들이 결집해 미군측에 격렬히 저항해 온 곳이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체포됨으로써 저항세력의 공격이 약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사고로 상황은 미국의 전망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라크 주권 양도 일정은 올 6월 30일로, 간접선거를 통해 과도정부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라크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 모슬렘의 최고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Ali al-Systani)는 이라크인에 의한 직접선거를 요구하며 미국측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아파가 지배세력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수니파와 쿠르드족 등 소수파들의 반발도 거세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라크 내에 내전이 발생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