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썰매 타는 아이들
옛날에는 썰매를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좀 자상하신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줘 썰매가 튼튼하고 좋았는데 대부분 아이들은 스스로 썰매를 만들어야 했다.
각목 위에다 송판을 깔고 그 밑에다 철사 도막을 구부려 못으로 양쪽을 고정시켰다. 그래서 썰매를 탈 때마다 철사 줄이 빠져 그걸 고쳐 다시 타야 했다. 송곳은 보통 가시나무나 소나무로 만들었는데 산에 가면 반듯한 나무만 보면 썰매 송곳을 만들 궁리를 했다.
우리가 조금 크고 나서는 한발 짜리 썰매를 만들어 탔는데 날이 하나 짜리로 보통 두꺼운 철판으로 썰매 밑에다 끼우고 서서 타는 썰매였다. 어린 아이들은 앉아서 타는 두 줄 짜리 썰매였고 조금 크면 한발 짜리를 타야했고 한발 짜리를 타지 못하면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논에서도 썰매를 많이 탔지만 어른들이 논에 물을 가두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 타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면 냇가에 발이 빠지거나 옷이 젖어 뚝방에 불을 피우고 옷을 말려야 했다.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꾸지람을 듣기 때문이었다.
성욱이랑 성안이
우리 아들 성욱이랑 성안이는 썰매 지치는 일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싸늘한 바람과 추위 때문에 온몸을 움추리고 망서리더니 썰매가 미끄러지는 맛을 들이자 추운 줄도 모르고 송곳을 지치기 시작했다.
"아빠 오뎅 사줘?"
"응, 이리 나와라."
썰매장 입구에는 포장을 치고 컵라면과 오뎅을 팔고 있었다. 아들 성욱이놈은 컵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고 난 오뎅을 한 그릇 시켰다. 펄펄 끓는 난로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국물은 추운 우리들의 몸을 녹여주었다.
방학이라 읍내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와 있었다. 성욱이가 다니는 유치원 친구도 한 명 왔는데 그 친구가,
"여기가 니네 동네냐?"
"응, 고복저수지가 우리동네야. 우리 만날 여기 놀러 온다."
성욱이는 자기 친구를 만나 자랑을 하고 있었다. 옛날 우리가 썰매를 탈 때는 부모님들이 없이 아이들 끼리만 놀았는데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의 아이들은 모두 자가용을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장갑을 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한테 추운 겨울날 방구석에 앉아 컴퓨터나 하고 비디오나 보는 것보다 이처럼 썰매를 탈 수 있는 썰매장이 있다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