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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도 왕자를 만났고, 신데렐라도 왕자를 만났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왕자를 만났습니다. 모든 이야기 속 공주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백설공주는 얼굴만 예쁘고 그동안 난장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왕자가 정말 힘들게 결혼 생활을 했을 수도 있고, 신데렐라는 나름대로 일하는 여성의 삶을 살다가 날마다 궁에서 시중을 받으며 살려니 무기력증에 빠졌을 수도 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백 년의 시간 동안 너무나 변해 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남편인 왕자와 세대 차이로 인해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 중 정말 도전적인 여자 주인공이 있다면 그 편안함을 벗어 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지요.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아기 돼지 삼형제입니다. 그런데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는 늑대가 나쁜 존재죠. 돼지 삼형제는 각자 나름대로 집을 지었고, 나중에는 늑대를 끓는 물을 이용하여 잡는 쾌거를 이룹니다.

그러나 늑대 처지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육식동물이 고기를 잡아 먹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다고 그걸 나쁘다고 하면 굶어 죽으라는 거잖아요. 육식동물인 늑대가 아기 돼지를 잡아먹고자 한 게 그리 비난받을 일일까요?

여기에는 알렉산더 울프(줄여서 '알'이라고 부릅니다)라는 늑대가 나옵니다. 알은 지금 감옥에 있는데 사실 굉장히 억울합니다. 알은 아기 돼지 삼형제를 잡아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늑대는 단지 할머니를 위해서 케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설탕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옆집에 사는 돼지네에 설탕을 꾸러 갔습니다. 처음 방문한 돼지 집은 지푸라기로 만들어졌지요. 사실 돼지가 어리석은 거 아닌가요? 그렇게 허술한 집을 지어놓았으니 살짝만 건드려도 문이 떨어져 나가지요.

만약 돼지가 설탕만 꾸어 줬어도 그냥 나갔을 건데 돼지는 나와 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에 재채기가 나왔어요. 약한 지푸라기 집은 무너졌고 그 무너진 지푸라기 속에서 죽어버린 돼지를 보았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그래서 먹은 거지요. 두번째 돼지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 뿐이구요.

마지막으로 세번째 돼지를 찾아가 설탕을 꾸려고 했어요. 역시 문도 안 열어 주었는데 이 세번째 돼지는 알이 사랑하는 할머니 험담을 했어요. 알은 정말 화가 났지요. 알 처지에서 보면 돼지가 먼저 알을 화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경찰이 온 거랍니다.

알은 정말 억울합니다. 의도적으로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끝 부분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신문기자들은 내가 돼지 두 마리를 먹어 치웠다는 걸 알아냈어. 그들은 감기에 걸린 늑대가 설탕 한 컵을 얻으러 왔다는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입김을 세게 불어 집을 부숴버렸다"는 이야기를 꾸며낸 거야. 나를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로 만들었지.

언론이 독자를 의식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면만 부각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죠. 또 재미있는 것은 그 신문 제목이 <더 데일리 피그>(The daily pig-일간돼지?)입니다. 그러니 늑대 편에서 기사를 썼을 리가 없지요.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과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기를 하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존 세스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보림 펴냄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 3~8세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보림(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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