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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타만평=장승태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은 빚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지난해 12월 30일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유사소송이 잇따르면서 여성운동계가 추진해온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성남지방법원은 가요주점 업주가 ‘선불금 1천5백만원을 갚지 않는다’며 성매매 피해여성 K씨의 집에 대해 제출한 강제집행신청에 대해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내렸다.

K씨는 다른 성매매 피해여성 E양과 함께 가요주점에서 성매매를 전제로 선불금 1550만원을 받았고 이를 서로 맞보증하는 형식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공증을 받았다. 업주는 이들이 선불금을 갚지 못하자 공증을 근거로 가족들과 함께 사는 K양 소유의 반지하 집에 대해 강제집행을 청구했고, K양은 지난해 12월 30일 청소년보호위원회 법률지원단의 도움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함께 강제집행정지신청 및 청구이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법률지원단 강지원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선불금이 빚이 아니며 갚을 필요도 없다는 의미”라고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 “통상 강제집행정지결정은 공탁금을 걸게 하는데 이번에 공탁금이 없는 무공탁 결정을 내린 것은 법원이 성매매 피해여성의 피해를 전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K양을 비롯해 성매매 피해여성 9명은 지난주 업주를 상대로 그간의 인권침해에 대해 총 9억7437만8000원을 보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국내 최초로 제기했다. 이들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까지는 청소년보호위원회 법률지원단, 한소리회 등 청소년 선도보호시설 등 민간과 정부, 전문가간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

손배청구소송 탄력...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 ‘햇빛’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C양의 경우 미아리 텍사스에서 15세 때부터 7년간 성매매를 강요당하면서 성매매 대가 1억여원을 받지 못했다. 그를 지원해온 조진경 한소리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경찰이 업주를 긴급체포하는 등 최선을 다한 데 반해 법원은 ‘화대는 임금이 아니다’면서 업주를 무혐의 처분하는 등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침해를 합법화시키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 결정으로 당사자들이 스스로 구제 대상이 안 된다고 포기하기까지 해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업주를 사기혐의로 재고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번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윤락을 조건으로 한 빚이나 선불금 등은 불법 원인에 대한 채권무효에 해당하여 빚이 아니라는 윤락행위등방지법에 근거한 것이다.

법률지원단은 “피해여성들의 심신이 피폐해진 것에 대한 정신적 고통의 피해보상, 정신과적 치료에 필요한 비용, 업주들에 대한 본격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거액을 청구키로 했다”고 밝히고 “성매매 업주들에게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도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죄인이라고 생각해 억울한 사정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이번 소송은 이들이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함과 더불어 사회의 의식도 변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계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법조계 등 전문가 집단이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해 전향적인 사고를 할지 주목하고 있다.

“업주 입에서 억소리 날것”
[인터뷰] 법률지원단 강지원 변호사

청소년보호위원회 법률지원단 대표를 맡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주들의 비인간성에 분노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역습’이 정의”라면서 앞으로 업주들에 의해 억대 소송을 무차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은?
“이들 여성은 법적으로 선불금이 무효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집이 차압당하고 채권추심업자에게 쫓기는 등 고통을 당해왔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송 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번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선불금 무효화’를 명백히 하고 피해여성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보상과 아울러 성매매 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한다.”

-이전에도 성매매 피해여성의 집단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있었나?
“군산 윤락업소 화재사건 이후 집단손해배상청구소송은 처음이다. 그때도 화재 관련 피해 보상청구여서 인권침해에 따른 보상으로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피해여성에 대한 법원의 인식은?
“우리나라 법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을 ‘윤락녀’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고용한 업주와 성구매자인 남성과 똑같이 비난해왔고 법률가들조차 ‘피해자’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여성은 엄연히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성을 착취당한 피해자다.”

-피해여성들은 어떤 상태인가?
“대부분 청소년 시기에 가출해 ‘무료숙식 제공’이라는 스티커를 보고 티켓다방, 유흥업소 등을 찾았다가 성매매를 강요당한 경우다. 업주와 채권추심업자들에 의해 협박과 폭행, 감금을 당해 겁을 먹고 있는 상태다. 특히 새로운 삶을 살려는 이들에게 업주는 부모 등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왔다.”

-앞으로 진행될 소송은 몇 건 정도인가?
“청보위 법률지원단은 현재 5~6건 정도의 추가 소송을 준비중이다. 또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업주들 입에서 ‘억’소리가 나오도록 공세적인 소송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피해여성들은 02-598-1318로 전화를 걸어 법률지원단의 무료상담과 무료 변론을 받기를 바란다.”

피해여성 무료상담 및 무료변론 : 02-598-1318

/ 우먼타임스 송옥진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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