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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 전경
대전지검 전경 ⓒ 심규상
지난 99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은 ㈜현대정유에 대해 법인세 37억여원을 징수예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직권처분을 통해 이를 다시 감면했다.

뒤이어 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계장의 폭로가 터져 나왔다.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부당 지시를 통해 부당 감면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부패방지위원회의 자체조사를 거쳐 현재 대전지검 특수부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국세청이 ㈜현대정유와 유사한 과세 사안에 대해서는 감면하지 않았고, 관련기업이 반발하자 오히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게다가 이 건에 대한 과세 지적 또한 ㈜현대정유에 부과 필요성을 제기한 대전지방지방국세청 감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 사안에 대한 국세청의 서로 다른 세정은 ㈜현대정유에 대한 부당 세금감면 의혹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한씨는 현대정유에 대한 관련 세금을 추가징수 결정했으나 국세청 본청에서 부당한 예규를 내려보내 직권취소를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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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해 3월 ㈜L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L사는 비철금속의 제조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여유자금을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예치한 것. 국세청이 이 자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고 과세하자, L사는 예치자금에 대한 지급이자는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 해 업무관련 가지급금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방의 핵심은 '가지급금이 업무관련인가 업무무관인가'를 가려내는 것.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인용해 "'업무와 무관하게 지급한 가지급금'에는 순수한 의미의 대여금은 물론 적정한 이자율에 의하여 이자를 받으면서 가지급금을 제공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업무관련성 여부는 해당 법인의 목적사업이나 영업내용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한 경우 법인의 목적사업과 영업내용이 금융대여업과 같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현대정유에 대한 부당면세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현대정유의 목적사업과 영업내용은 자금대여업이 아니지만, 정유업계의 '상거래 관행' 등을 고려해 업무와 관련된 정상거래로 판단했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어디에도 '업계의 상거래 관행'을 업무관련 가지급금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92년에도 같은 판례를 남긴 바 있다. 대법원은 ㈜оо건을 다루면서 "업무무관 가지급금에는 특수관계자에 대해 적정한 이자율에 의하여 이자를 받으면서 가지급금을 받은 경우도 해당된다"며 "업무 관련성 여부는 해당 법인의 목적사업이나 영업내용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국세청의 ㈜현대정유 건에 대한 처분 내용과 반대되는 경우다. ㈜현대정유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지난 5년간(1995~1999)의 석유류제품 판매대금 4조5000억원을 외상매출금으로 관리해오다 소비대차 계약에 의해 대여금으로 전환했다. 즉 자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4조5000억원의 외상값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바꾼 것.

이에 따라 대전지방국세청은 관련 규정(구 법인세법 제18조의3 제1항 제3호)에 따라 비용 처리된 관련 지급이자 190억에 대한 법인세(37억 8100만원)를 추가징수하라는 감사 결과 처분지시를 관련 국에 내렸다. 하지만 국세청은 대전지방국세청에 예규를 내려 보내 과세결정을 직권취소 하도록 했고 결국 ㈜현대정유는 37억여원을 감세 받았다.

한편 이와 관련 한 세무사는 지난 2월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명백한 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정유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더욱 큰 일"이라며 "이러한 대여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지 말라는 판례, 심사·심판결정 사례를 아직 찾아보지 못했고 이 법을 믿고 그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법인들만 손해를 보게 하는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전지검 특수부는 당시 감면 예규를 만들어 내려보낸 국세청 전 법인납세국장을 소환해 부당 지시 여부를 집중 추궁한 데 이어 ㈜현대정유 관련자들을 소환해 면세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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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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