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운동장이 청계천 노점상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던 노점상들이 1월 16일 '풍물시장'을 열고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전국노점상연합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자치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7가 동대문운동장에서 '동대문 풍물시장'의 개장을 알렸다.
서울시와 노점상인들은 이 곳에 황학동 '도깨비 시장'의 분위기를 재현하여, 새로운 관광명소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동대문 운동장은 동대문시장과 많은 쇼핑몰 등 수많은 국내외 인파들이 찾는 쇼핑지대와 인접하여 풍물 시장은 새로운 명소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노점상들은 "한 곳에서 여러 아이템을 구경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서 "장사 잘 됩니다"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지난 16일 개장 당일, 동대문 풍물시장은 좌판을 가로 2m, 세로 1m로 규격화하고, 트랙을 따라 좌판을 정열하여 배치하는 등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그러나, 17~18일 눈과 비가 계속되면서 상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계속되는 눈과 비로 설치된 설치된 좌판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상인들은 트랙 밖의 통로에 좌판을 설치한 채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통로가 비좁아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나 이 곳을 찾는 시민들 모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광성지역 지부장 권용회씨는 "지금 개장했다고는 하나, 가개장한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약속했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제반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너무 미흡하고, 화장실, 수도, 상인들의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서울시의 지속적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곳으로 이전한 노점상들은 9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2개에 불과한 실정인데 그나마 노점상과 이곳을 이용하는 수천 명의 인파를 견디지 못해 상하수도가 고장난 상태이다.
또, 전기 공사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당초 계획이었던 24시간 개장을 하지 못하고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문을 닫고 있다. 그리고 수도 역시 턱없이 부족해 이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포장마차들은 큰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보다 상인들의 속을 끓이는 것은 앞으로의 계획이다. 서울시는 동대문 운동장을 1~2년간만 한시적으로 풍물시장으로 활용한 뒤 공원 등 다른 개발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만약 동대문운동장이 공원화 등의 계획에 포함된다면 이들은 오랜 터전인 청계천도, 새로운 터전인 동대문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성필 기자는 개인 홈페이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성필닷컴" (www.sungpil.com)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