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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은 산길은 진한 자주색 빛으로 녹지 않은 흰색 눈과 선연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눈이 쌓여 산길이 미끄러울까봐 걱정했지만 이정도라면 별 문제 없겠다 싶었다. 광수 녀석도 이젠 마음이 풀렸는지 눈덩이를 뭉쳐 '휙휙' 던지면서 산을 올랐다. 녀석은 소나무 줄기를 냅다 흔들어 뒤따르는 내게 눈 세례를 퍼부으며 깔깔댔다.
땀흘리며 웃으며 올라가던 녀석은 내리막길에 이르러서는 주춤대기 시작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럽기 때문이었다. 두 팔을 휘저으며 중심잡기에 여념없던 녀석은 몇차례 엉덩방아를 찧더니 아예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이럴 때 비료 포대 하나만 있으면 눈썰매장 안부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며 장갑이 젖는 것에는 아랑곳없이 녀석은 잘도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지막한 야산이라 한시간 남짓 걸려 산 하나를 넘어 내려왔다. 눈은 계속 내렸다. 산 아래 평지에 이르러서 녀석은 엄마와 하얀 눈 위에 발자국으로 꽃잎을 만들었다. 문득 궁금해서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광수야, 눈 내리는 날 산에 올라가는 거하고 컴퓨터 게임 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아?"
"컴퓨터 게임이 당근 더 좋지. 그치만 오늘 처럼 산에 가는 것도 좋아."
대답을 마친 녀석은 눈내린 하얀 길 위로 저만치 달려갔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기원의 사이버스쿨(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