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전통 춤을 보러갈 때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로 꼬집어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그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데 첫 아쉬움이 있고 우리 춤에 대해 배우고 싶고 (직접 추는 것 말고도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알고 싶은데 늘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좀 더 채근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그것이다.
그래서 새해에는 마음을 다그쳐 이런저런 우리 춤 공연을 다니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러나 나쁜 눈에 안경을 걸치면 사물이라도 또렷하게 보일 것인데 춤을 보는 안목이 없으니 우리춤의 빼어남이 제대로 가슴에 와닿질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이론 공부나 실컷 하고 와서 보는 것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왕이면 '해설'을 곁들일 수 있는 춤 공연을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내 눈으로 알아볼 수 없으면 숙달된 남의 시선으로라도 우리 춤을 제대로 보고자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인 것이다.
부산시립무용단의 <우리춤 산책>을 보러간 것도 순전히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산책이라고 하면 별스런 부담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저 저녁 식사를 배부르게 먹은 뒤 가족 한두 사람과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여유로움을 나타내기에, 저녁 시간을 쪼개어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우리춤 산책>은 해설이 곁들여진 편안한 무대였다. 박소윤씨의 해설로 이틀간에 걸쳐 공연된 춤사위에 하루밖에 보러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우리 춤을 속 시원히 보고자하는 새해 소망은 어느 정도 좋은 첫걸음을 한 셈이었다.
이 날 무대에 올려진 춤사위는 살풀이춤, 태평무, 신칼대신무, 동래한량무, 승무 순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다 알차고 실속있게 우리 춤을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시립무용단 수석안무가 홍기태씨의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소극장을 가득 메운 일반 시민들의 박수 갈채는 아낌이 없었다.
한 시간여 동안 이루어진 춤사위 다섯 마당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서양 무용과 달리 화려한 조명이나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를 간지럽히는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것도 아니었다. 텅 빈 무대에 홀로 서서, 때로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듯 하다가, 한순간 다시 고요한 나비 바람처럼 옷깃을 여미는 춤사위에 관객들은 모두 매료되고 말았다. 그것은 차라리 춤이라기 보다 무대 위에서 몸으로 그려지는 한 폭 산수화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텅 빈 무대 공간은 오히려 남김으로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산수화의 여백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객석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어 좋다" "얼쑤"하는 추임새는 우리 춤이기에 들을 수 있는 춤꾼과 괜객이 하나되는 호흡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연인들끼리 공연을 관람하러 온 모습도 눈에 많이 보여 우리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에 설핏 내리던 겨울비가 멎고 가려진 구름 사이로 설기설기 별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저녁 한때, 우리춤과 함께 한 산책은 그날이 다 가도록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였다. 다만, 거대한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그 아름다움의 끝을, 해설로서도 미쳐 헤아릴 수 없는 짧은 눈이 내도록 아쉬울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응해주신 부산시립무용단 홍기태 수석안무가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부족한 글이지만 우리네 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