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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2004년 우리 사회 가족 붕괴의 위기 속에서 돌아본 자화상에 대한 대규모 연구보고서가 발표돼 향후 양성평등, 민주적 가족정책에 반영될 주요 자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전국 가족 조사> 보고서는 여성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500가구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가정과 일에 있어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이 상당 부분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부모 자녀의 신뢰관계는 어머니의 취업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일하는 여성의 자녀가 문제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며, 취업여성들은 가사의 90% 이상을 전담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가정생활에 활력을 얻는 등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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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면에서는 가부장적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에 대한 지원이 45.5%인 데 비해 친정에 대한 지원은 그 3분의 1 수준인 14.8%에 그쳤다. 반면 아내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은 18.1%로, 남편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11.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돈이 가족개념·형태·의식 변화 주범

사회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율 현상의 최대 이유로는 단연 경제적 이유가 꼽혔다. "하부구조(경제)가 상부구조(문화전반)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경제적인 요소가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과 가족의 개념·형태 변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조사됐다.

미혼남녀 2명 중 1명 꼴로 결혼계획이 없으며, 미혼여성의 35.1%, 미혼남성의 24.9%는 '자녀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그 주된 이유로 '경제적 기반 부족'(남성 45.5%, 여성 38.1%)을 들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31.7%,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서'가 28.1%를 차지해 결혼관이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가족가치관, 가족형성 및 가족관계, 가정에서의 돌봄노동 실태, 가족의 삶의 질과 건강실태 분야로 나눠 조사됐으며 표준집단이 크다는 점에서, 또 전국적으로 진행된 연구조사란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총 연구책임을 맡은 한국여성개발원의 장혜경 부장은 "이번 조사는 양성평등한 민주적 가족정책 추진을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면서 "연구자들이 제시한 정책 방향이 정부의 향후 가족정책에 반영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부장은 양성평등한 가족정책의 방향과 과제로 ▲미혼 및 기혼남녀의 취업 및 직업안정성의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가족생활에 대한 공적 영역에서의 정책적 개입 및 프로그램 마련 ▲일하는 여성이 자녀를 방치한다는 대중적 편견을 불식시킬 의식교육 프로그램 보급 ▲ 임시직에도 육아휴직제를 적용하는 등 보육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제도 확대 ▲건강상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나타난 저소득 여성, 단독가구, 한부모-자녀 가구의 정책 우선 순위화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조사에는 장혜경(연구책임자) 부장 외에도 김인숙(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태현(성신여대 가족문화소비자학과 교수) 김혜경(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변화순(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 손승영(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 은기수(정신문화연구원 사회학과 교수) 이미정(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이진숙(대구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장경섭(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진주(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한경혜(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김영란(한국여성개발원 연구원) 나성은(한국여성개발원 위촉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남녀 34% 이상 “부부문제 안풀리면 이혼”
혼인·출산에 대한 가치관

저혼인 저출산 고이혼률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감에 따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실제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전국 3500가구의 9109명을 대상으로 알아보았다.

가사분담, 이혼 등의 영역에서 남자보다는 여자가 보다 더 비전통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고 젊은층일수록 비전통적인 태도가 강했다. '부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항목에 대해 남자는 34.9%, 여자는 32.9%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혼찬성 입장은 남자(29%)보다 여자(34.9%)이 높게 나타났다.

'결혼을 했더라도 배우자 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여자 86.6%, 남자 77.2%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찬성 입장을 밝힌 여성은 13.3%인데 반해 남성은 22.8%로 나타나 여성보다 남성이 '바람을 필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혼외 출산이나 한 부모의 자녀양육 등에 대해서는 성과 연령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이 모두 전통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부부들 사이에는 서로 가치관 일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는 속담도 있듯이 부모의 가치관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승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전통적인 태도를 지닌 부모'를 둔 자녀들이 부모와 같은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비전통적인 태도를 지닌 부모'를 둔 자녀들이 전통적인 태도를 지닐 가능성보다 훨씬 높았다.

부모와 자녀간의 가치관 일치를 알아본 결과에 따르면 사안별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가 일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미혼 여성과 남성들은 경제문제 때문에 결혼을 고려하지 않거나 미루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응답자 중 장래 결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50%(남성 55.5%, 여성 49%)정도였다.

결혼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남성들은 '경제적 기반 부족'(41%)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들은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31.7%)과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서'(28.1%)라고 답했다.

자녀 출산 계획과 관련해서 미혼 남성의 75.1%, 미혼 여성 64.9%가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성들은 '결혼 후 꼭 자녀를 낳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 기자

미혼취업률 54%가 결혼·출산후 25%로 ‘뚝’
돌봄노동 부담과 비용

우리나라의 돌봄에 대한 관심은 어린이 즉 자녀의 돌봄 노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노인 돌보기는 소외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돌봄노동의 가족의존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3세미만 어린이 중 77.5%는 특별히 다니는 곳 없이 가정에서 돌보고 있었다. 영아 보육의 취약성은 여성경제활동 참여 그래프를 M자형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4~7세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25.7%, 유치원에 34.3%가 다니고 있었다. 조사대상 취업 주부의 주당 노동시간은 50.8시간으로 하루 평균 8.5시간을 기록해 '일하는 엄마도 일하는 아빠'처럼 오래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등 보육 시설에 다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거의 대부분이 '엄마가 돌본다'(68.4%)고 응답했다. 취업한 부부 중에서 보육시설을 다녀온 자녀를 돌보는 남편의 비율은 4.4%에 불과해 보육이 사회화 되어도 성별분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성평등한 자녀돌보기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영유아 시설부담으로 각 가정에서는 월평균 27만5519원을 지출했다. 이혼의 증가로 한부모 가정과 조부모 가정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아예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되고 있는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공보육 범위의 확대 및 방과후 지도교사 파견 등의 지원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인 돌보기 역시 상당수 가정에서 맡고 있었다. 돌봄 노동으로 가족이 갖는 경제적 부담은 월 30만원 미만이 가장 많았으나 60만원 이상도 약 10%를 차지했다. 노인 질병의 간병담당자는 거의 여성이었으며 이중 며느리(42%)가 가장 많았고 딸과 사위는 각각 11%와 1%를 기록했다.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역시 주부들(96%)이었으며 취업여성들도 93.1%가 가사를 전담하고 있다고 답해 가사일이 취업여성들에게 강한 이중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전 54%에 달했던 취업률은 결혼과 첫 자녀 출산이후 25%로 급감했다.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은 취업으로 인해 가정생활에 활력을 얻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기자

부부싸움 ‘자녀·경제문제·성격차이’ 순
갈등의 유형과 가족형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부부관계에 대한 기대가 전통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맞벌이를 선호해 경제적 역할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는 강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가사분야는 여성이 대부분 맡고 있었다.

부부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아내구타 신고의 증가와 함께 '매맞는 남편'도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타 신고의 10분의 1 정도는 아내에 의한 남편 구타로 집계됐다.

또한 이혼시에 부부가 서로 자녀를 맡지 않으려고 법원에 소송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이혼 커플 10쌍 중 7쌍은 미혼의 자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을 실감케했다.

부부 10쌍 중 4쌍꼴로 이혼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부부 중 '배우자가 계속해서 바람을 피운다면 이혼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힌 사람이 57.4%로 나타나 부부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싸움의 주된 이유는 남녀공통으로 자녀문제(23.4%)가 가장 많았고 경제적 문제(22%), 성격차이(17.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재산문제에 있어서는 남성 94%, 여성 58.5%가 자신의 명의로 재산을 갖고 있었으며 부부가 의사를 결정할 때는 남편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다.

갈등이 있을때 상담을 받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 중 2.1%에 불과해 상담이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위기의 부부'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혼후 85% 이상이 여성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 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이에대한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형태 조사에서는 양가의 부모와 따로사는 핵가족 형태가 가장 많았다. 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의 경우 남편 부모와 거주하는 비율이 11.6%를 차지해 아내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1.7%)보다 10배 가량 높았다.

다섯가구 중 한 가족의 비율로 부모 부양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수명 연장과 함께 노부모 부양문제가 가족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남편부모에 대한 제공(45.5%)이 가장 높았으며 아내의 부모에 대한 지원(14.8%)은 그것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반면 부모로부터 받는 지원은 아내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제공(18.1%)이 남편 부모로부터의 지원제공(11.1%)보다 높았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는 3명에 한명꼴로 채팅이나 게임을 통한 인터넷 중독으로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30%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부담으로 '괴롭다'고 밝혔다.

5명 중 한명꼴로 성적비관이나 외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7명중 한명은 심각하게 가출을 고려하고 11명중 한명꼴로 자살 유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모자녀와의 신뢰 관계는 어머니의 취업여부와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가 취업한 경우 자녀의 어머니에 대한 신뢰도는 73.6%로 나타났는데 미취업 어머니를 둔 자녀의 신뢰도(71.1%)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로인해 '어머니가 일하기 때문에 문제 청소년이 생긴다'는 주장은 별로 타당성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기자

한국가족 스트레스 1위 ‘돈 때문에…’
건강과 여가로 본 삶의 질

지난 1년간 우리나라 가족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는 경제적인 것(63.2%)이었으며 자녀 일로 인한 스트레스(43.9%)가 두 번째를 차지했다.

가구 소득에 따라 건강 수준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데 월수입(300만원 이상)이 높은 가정일수록 건강하고 화목하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일반건강의 경우 150만원 미만 가구의 '건강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2.2%인 반면 3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7.9%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가족의 화목도 역시 3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서는 가족간 관계가 '화목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1.4%인 반면 150만원 미만 저소득 가구에서는 51.8%에 불과했다.

가족형태별로 볼때 단독가구의 건강상태가 다른 가족의 건강상태에 비해 매우 낮았다. 정신건강의 경우 단독가구는 43.9%가 '정신 건강이 좋지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한부모-자녀 가구는 38.9%로 조사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혼자사는 노인의 건강상태가 가장 나쁘고 이혼 사별, 비혼의 순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대만을 대상으로 알아본 건강상태에서는 비혼 17.1%, 유배우자 23.2%, 사별 이혼 54.5%로 나쁘다고 응답해 역시 사별 이혼이 정신건강에 가장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자녀가 많을수록 건강수준이 낮고 스트레스가 높아 자녀양육, 교육, 비용 등에 따른 부담이 출산기피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편 가족구성원들의 여가활동은 TV 시청이 6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외식(25.3%), 쇼핑(23.4%)으로 나타나 건전한 가족여가문화의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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