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으로서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 술 한잔 올리려는 마음입니다. 아직 진상규명조차 안 됐는데 무슨 보상입니까. 이제 겨우 법안이 통과되나 싶었는데, 유족들을 돈에 걸신들린 것처럼 매도하다니..."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사는 "과거사 4대 법안을 황당하다고 보도한 <중앙>의 보도를 보고 잠이 안 오더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희자 이사는 <중앙> 보도에 문제가 많다는 전화를 받고서 전날(27일) 저녁 뒤늦게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그 뒤 밤잠을 설쳤다는 그는 아침부터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이 이사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3년 동안 기다리다가 이제야 소위원회에 넘어갔는데 왜 총선용 법안이냐, 오히려 지금까지 법안 통과를 미뤄온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보상 논란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부분이 있으면 마땅히 받아야겠지만, 우선은 행정을 움직여 진상규명이라도 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며 "부모 뼈값 챙겨먹으려는 자식이 어디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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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일본이 한국에 넘긴 사망자 명단, 20년이 지나서야 확인
이 이사가 국가의 진상규명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이미 확보한 문서조차 유족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92년. 정부는 이미 71년에 일본으로부터 사망자 명단을 받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
사망자 명단에 그의 아버지는 45년 6월 중국 광서성에서 전사했다. 가족과 생이별한지 1년, 겨우 23살 나이였다. 남기고 간 자식은 이희자 이사뿐이었다.
이 이사는 "돌을 막 넘긴 생후 13개월에 아버지와 헤어졌다. 나는 외갓집에서 아버지없이 자랐고 어머니는 재혼을 했다"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은 강제징용 진상규명뿐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된 89년도부터 피해자단체에 들어가 밤낮없이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찾아다닌 이 이사는 2003년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있던 부대의 성격과 이동 경로를 알아냈다. 같은 해 정부문서기록소에서는 아버지가 다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희자 이사는 아직도 진상규명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96년 아버지가 포함된 사망자 명부가 천황 폐하를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전범들과 함께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아버지의 합사를 중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재판소송을 시작한 상태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아버지의 기록을 찾아낸 유가족은 거의 없다. 정부는 강제징용피해자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피해자의 창씨, 고향을 정확히 모르면 검색을 할 수 없다.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져 창씨를 알지 못하는 대부분 유가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 이사는 "피해자 가족들은 나라 없는 설움 속에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사망통지도 받지 못한채 고통의 세월을 보내왔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이조차 막는다니 <중앙> 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중앙일보>에 사과보도를 요구했으며, 이후 <중앙>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1인 시위 및 다른 유가족 단체와의 연대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2신 : 28일 오전 11시>
<중앙> 보도에 대해 관련단체 항의성명-집회 잇따라 예정
과거사 4대 법안 등을 '총선용 선심성 법안' 등으로 왜곡보도한 27일자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관련단체 등에서 항의 성명서와 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공동대표 이종진 장완익)는 오늘 오후부터 1인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협의회의 이희자 상임이사는 "진상규명 특별법안은 일제하 태평양전쟁에 끌려가 희생된 분들의 정확한 실태조사 및 사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주목적"이라며 "마치 이 법안이 금전보상만을 전제로 한 것인양 보도한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일방적 매도이자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상임이사는 이어 "제대로 된 역사청산을 위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쓰는 것이 언론의 상식인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려는 의도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 상임이사는 오늘 오후 1시부터 서소문 중앙일보 본사 사옥앞에서 1인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이해동 이이화 김영훈)도 28일 항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조만간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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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기사는 확인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 함량미달"
이창수 특별법쟁취위원장은 2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앙일보 기사는 당사자들의 확인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된 함량미달 기사"라며 "유령같은 자료를 동원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킨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범국민위는 이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을 '돈 몇 푼 쥐어주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의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기본적인 인권의식·역사의식도 없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왜곡보도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규탄 성명서 발표에 이어 내부회의를 가진 후 관련단체들과 연대해 조만간 대대적인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중앙> 기사에서 자료 출처로 명기된 기획예산처에 관련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범국민위의 [중앙일보 규탄 성명] 전문이다.
기본적인 인권의식·역사의식도 없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에 대한 왜곡보도 사과하라!!!
1월 27일자 「중앙일보」는 '황당한 의원입법... 선심법안 쏟아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이하 통합특별법)'이 '유족에게 국가가 보상하자'는 법안이며 이런 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법안을 제정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 기사를 접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의 유족과 단체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기사에 '황당한' 심정을,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을 '돈 몇 푼 쥐어주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의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100만 민간인 피학살자의 유족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강요된 침묵 속에서 억울한 울음 한 번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속으로 앓으며 살아왔다. 지금 유족들은 내 부모가, 남편이, 아내가, 그 어린 자식들이 영문도 모른채 도륙당해야 했던 학살의 진상을 밝혀 무고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고 또 왜 우리 역사에서 그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영문이라도 알고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억울하게 학살당한 가족의 원혼을 달래고 피해자임에도 '빨갱이'로 몰려 '연좌제'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지난 세월의 고통을 씻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우리사회에서 국가폭력의 망령이 다시는 부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특별법'은 법안 발의 전 유족,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전문가, 국회의원 등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을 중심으로 한 '명예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된 법안이다. 애초 발의한 '통합특별법' 어느 조항에도 배상이나 보상을 언급한 곳이 없는데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피해자 진상규명 위주로 수정됐다'는 기사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명백한 오보이다.
게다가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전후 100만 민간인학살의 진상을 밝혀, 다시는 이와 같은 국가폭력이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자 추진되는 법안에 대해 역사적, 인권적 관점에서의 숙고도 없이 겨우 비용 문제 운운하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가 과연 사회의 공적 기제로 역할을 해야하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범국민위'는 당연히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은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사는 국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에 대하여 '선심성'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인식과 인권의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군대와 경찰이 그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일본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런 학살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러한 참담한 역사의 진실을,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히지 않고 감히 그 누가 21세기 인권과 평화의 시대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범국민위'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이번 기사가 민간인 피학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보며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가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유족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이번 오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기사 정정과 '통합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사과문을 지면에 게재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중앙일보」가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그 진상을 밝히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며 16대 국회가 역사적 책무를 다하도록 법 제정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1. 왜곡보도로 민간인 피학살자를 두 번 죽인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유족 앞에 사죄하라!
1.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하여 언론으로서의 사회의 책임을 다하라!
1. 16대 국회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즉각 학살규명 통합특별법을 제정하라!
2004년 1월 28일
<제1신 : 27일 오후 4시>
황당한 의원입법? 황당한 <중앙> 기사
<중앙일보>, 입법취지 제쳐둔채 '총선용' 운운 비판
일제하 강제연행, 친일파 진상규명 등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법안 제정을 둘러싼 16대 국회에서의 논란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온 <중앙일보>가 이른바 '4대 과거사법안'을 '총선용 법안' '황당한 의원입법' 등으로 비판해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사고 있다.
특히 관련법안에 규정돼 있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기사를 작성해 <중앙>이 과거사 진상규명법안을 의도적으로 흠집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물론 해당 법안의 입법취지라도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기사를 쓴 것이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27일자 <중앙일보> 6면의 '황당한 의원입법' 제하의 기사는 과거사 진상규명 4대 입법을 포함한 6개 법안을 '황당한 의원입법'으로 규정, "예산을 감안하지 않은 황당한 내용이거나 이익단체의 입장을 그대로 담은 법안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 입법취지라도 한번 읽어보고 기사 썼나
<중앙>은 특히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 발의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을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현실적인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는 법률안"의 한 예로 들면서 보상을 목적으로 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견주어 예산과다 소요 사례에 해당된다는 식으로 썼다.
게다가 김태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1백년이 훨씬 지난 동학혁명의 희생자와 유족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예산이 얼마나 들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으면서 법안 통과될 경우 상당 수준의 예산이 요구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중앙>의 이같은 비판은 법률안에 대한 검토, 입법취지에 대한 분석, 법안발의 목적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역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4대 법안 중 2개 법안은 관련 <도표>를 통해서만 비판하고 있을 뿐 기사 내용에는 관련 법안이 '왜 과도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이같은 지적(역비판)이 오히려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은 관련법안과 관련,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현실적인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다"며 마치 총선용 선심성 법안인 것처럼 부각시켰지만 실제 관련 법안들 대다수가 2001년 또는 2002년에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안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이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은 2002년 10월 21일 국회에 제출됐고,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피해자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은 2001년 9월에 국회로 넘어왔다.
2~3년전에 발의된 4대 과거사법안 '총선용 선심법안'인가
또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2001년 10월 12일에,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은 2003년 8월 14일에 국회에 제출됐다.
따라서 <중앙>의 기사는 '의도적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당기사를 작성한 <중앙> 기자는 과거사 법안의 심의과정시 발생한 진통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1월에 법사위에 넘어오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김원웅 의원 대표발의)
<중앙>은 이 법안과 관련,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황당한 의원입법안'의 한 예로 제시하고 있다.
김원웅(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최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1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전쟁과 여수·순천사건 등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가 보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던 1인당 평균 4천만원의 보상금을 줄 경우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올 예산(118조원)의 34%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법안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피해자 진상규명 위주로 수정됐다.
그러나 일단 이 법안은 법안명칭이 설명하고 있듯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법'엔 유족 보상규정 없어
다만 법안은 "정부는 희생자 및 그 유족중 생계가 곤란한 자에 대해서는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고, 희생자 중 계속 치료를 요하거나 상시 개호 또는 보조장구의 사용이 필요한 자에게 치료와 개호 및 보조장구 구입에 소요되는 의료지원금을 지급한다"고만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이달초 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거치면서 '유족중 생계곤란자에 대한 지원규정'이 삭제됐다.
또한, 피해자 보상을 전제로 하고 있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과는 입법 취지가 전혀 달라 '1인당 40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법안의 입법취지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의 경우 광주민주화운동 사망자 혹은 실종자 유족에게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때를 기준으로 그 당시의 월급액·월실수액 또는 평균임금에 장래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단할인법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법안에 명시돼 있지만 이 법안에는 2001년 9월 제출된 원안에도 사례별 구체적 지급규정이 들어있지 않다.
김원웅 의원측은 "처음 법안을 낼 때부터 보상금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생활안정금 정도였는데 과거사특위에서 법사위 넘어가면서 생활안정금은 빠지고 의료지원금만 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예산 투입이 요구되는 위령탑 건설의 경우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선에서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기자 "결국 유족들의 보상요구로 이어질 것"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 <중앙>의 정 아무개 기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광주민주화 관련법도 처음엔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결국 보상까지 연결됐다"며 진상규명 뒤 피해자 유족들의 보상요구로 결국 거액의 보상액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통해 반박했다.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김태식 의원 대표발의)
김태식 의원(민주당) 등 163명의 의원이 발의한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1894년 발생한 동학혁명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자는 내용이다. 을미사변(1895년) 이후의 항일 의거부터 국가유공자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의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1백년이 훨씬 지난 동학혁명의 희생자와 유족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예산이 얼마나 들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중앙> 기사)
이와 관련 법안의 공동발의자 가운데 한 명인 윤철상 민주당 의원은 최근 법사위 전체회의에 발의자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서 손자녀까지 보상을 해주게 돼 있으나 110년이 지난 일이라서 그런 대상자가 없다. 그래서 명예회복을 해줌으로 해서 우리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자 하는 그런 뜻이라는 취지를 알아줬으면 한다. 다만 지금 역사적으로는 (동학혁명이)'혁명'으로 돼 있는데 법적으로는 희생된 분들이나 가담했던 분들이 '비적'으로 규정돼 있다."
윤 의원은 또 "공주 우금치전투에서 30~40만명이 일본군의 새로운 신무기 앞에서 전멸을 당했는데 그런 분들의 후손 중 많은 분들이 구한말시대에 도망을 가고 이름이나 성을 바꿔 후손들 대부분이 자기 조상이 동학혁명군에 가담했던 사실조차 잘 모른다"며 이 법안이 통과돼도 혜택을 받게 될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동학농민혁명 유족 단체에서 지난 20여년간 유족 찾기를 했지만 겨우 300명에 불과했다"며 "이마저도 대다수는 혜택의 범위를 넘어선 분이다. 왜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고 기사 내용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윤철상 의원 "동학가담자 후손 중 혜택 대상자는 극소수"
하지만 이에 대해 <중앙> 기자는 "왜 규모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희생된 분의 3대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현재 생존해 있을 경우 나이가 60∼70대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한 사람이 윤철상 의원쪽은 1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 법안과는 별도로 기사로는 언급하지 않았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김원웅 의원 대표발의), '일제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김희선 의원 대표발의) 등도 <중앙>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의원측은 "대체 <중앙> 기자가 관련법안의 입법취지나 법안 세부규정을 한번 읽어보기나 하고 기사를 쓴 것이냐"며 기사의 의도성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원웅 의원측은 "만약 보상이 필요한 법안이었다면 기획예산처를 불렀겠지만 보상이 아니라 진상규명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르지 않은 것"이라며 "기자가 해당 법안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작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일제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김희선 의원도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예산은 진상규명위원회 운영비, 자료조사비, 사료편찬비 등에 국한되므로 오히려 기존의 어떤 위원회보다 적은 비용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중앙>의 기사를 반박했다.
김희선 의원측, <중앙>에 항의전화 및 정정보도 요청
그러나 <중앙> 기자는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제정된다 하더라도 결국 보상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험적 추측을 근거로 자신의 기사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중앙> 기사를 접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민주당 윤철상 의원측은 27일 <중앙일보>측에 전화를 걸어 해당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정확한 보도에 대해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의원측은 이와는 별도로 해당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도 요청했다.
한편, <중앙>이 기사에서 자료제공처로 밝힌 기획예산처는 김희선 의원을 통해 "우리 처에서 제공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자료 제공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중앙일보가 자료출처를 기획예산처로 명기하였으므로 우리 처 직원이 개인적으로 <표> 또는 내용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제공자를 계속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