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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의 명칭이 속지주의 원칙에 입각해 결정된 데 반해 ‘천안아산역(온양온천)’이라는 명칭은 원칙을 무시한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정정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한 나의 주장에 정동영 의장이 재검토를 약속했다."
지난 16일(금) 충청권 지방일간지 보도를 통해 “정동영 의장이 당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천안아산역(온양온천)’명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힌 서용석(아산정치연구소장) 아산지역 총선출마 열린우리당 경선 예정자의 발언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토) 민생투어 일환으로 임직원 격려를 위해 찾은 충남 아산시 소재 반도체 전문회사 하나마이크론(음봉면 소동리)에서 고속철도 역사명칭 재검토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발언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아울러 “그 사실을 접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일로 무척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얘기조차 하기 싫다”고 불쾌한 심정을 토로한 뒤 “진위여부를 확인,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앞서 언론에 재검토 발언 관련 내용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 20일(화) 중앙당은 이례적으로 일일브리핑 자료를 통해 정 의장이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열린우리당 공보실은 브리핑 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는 천안아산 역 명칭 변경건과 관련해 정동영 당 의장은 서용석 아산정치연구소장을 만나 재검토 발언을 한 적이 절대 없다”고 밝힌 뒤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가 나온데 대해 허위사실의 출처가 어디인지 당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역사명칭 변경마저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19일(월)에는 비서실 박해성씨가 기자와 전화 인터뷰 통해 “정 의장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알지도 못하는 사람(서용석 소장)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역명 재검토 약속을 한 적이 있었겠느냐고 답했다”는 정 의장의 말을 전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치인 자질 의심케 한 발언…” 중앙·지역 정가 술렁
정 의장의 재검토 발언 보도가 중앙을 비롯한 지역 정가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분위기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언론 보도와 관련, 한나라당 전용학(갑) 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정치인으로서 비도덕적 행동을 한 것이라며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역명과 관련 상대성을 갖고 있는 천안 측은 강한 항의와 함께 성토의 정도가 심했다.
보도를 접한 전용학 국회의원(충남 천안 갑)은 성명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전제한 뒤 “4·15 총선 득표를 위해 국책사업까지도 정쟁의 소재로 삼고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해치는 언동까지 서슴치 않는 것은 정치인의 자질을 의심케 한 발언”이라고 정 의장에게 항의하며 분개했다.
정 의장이 사실을 부인한 뒤 열린우리당 천안지구당 모 관계자는 서 소장을 지목하며 “정치신인으로서 인지도 향상을 의해 고군분투하는 심정은 알지만 거짓을 사실로 포장하면서까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아산 지역정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아산지역의 정계인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허위사실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장까지 하는 사람이 유권자들에게 무슨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잘못을 꼬집었다.
정 의장 해명 후 서 소장 말바꿈… ‘오보’ 아니면 ‘거짓’?
열린우리당 중앙당과 정 의장의 허위사실이라는 해명이 있은 직후 서 소장은 지난 26일(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역사명칭 재검토를 건의했으며 ‘신중한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언론에 전달되는 과정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큰 문제가 아닐텐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즉 기자가 뜻을 잘못 받아들여 오보가 됐으며, 사태가 확대돼 자신이 궁지에 몰리는 꼴이 됐다는 것.언론의 오보인지, 서 소장의 거짓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기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기자가 오해할만한 뉘앙스를 풍겼을 것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아울러 국정 견제 및 감시 기능의 중책을 맡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이 지역민들의 최대 현안문제로 정쟁 여론을 불러일으키며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한 것은 상당한 신뢰 하락을 초래한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여론이 높다.
서 소장, 정 의장과 갈등 공천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이번 사태와 관련 정동영 의장과 갈등을 초래한 서 소장의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의장의 입장에서 자신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공천 희망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험을 안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 마감시기가 2월 말 또는 3월로 예정돼 있어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민감한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며 악감정의 매듭을 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서 소장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설령 해결이 된다해도 이번 사태의 발단인물이자 중심에 있는 인물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 소장은 “이번 일이 계속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당 의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토로했다.
모 관계자는 “먼저 타 당에서 쟁점으로 부각시켜 공격해올 수 있는 불리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뒤 “당과 당 의장의 이미지에 상당한 먹칠을 한 서 소장에게 괘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이외의 출마 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천 경선 없이 하향식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1월31일자 게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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