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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군위안부가 뭐예요?>
<할머니, 군위안부가 뭐예요?> ⓒ 한국정신대연구소
한국정신대연구소가 펴낸 <할머니, 군위안부가 뭐예요?>(한겨레신문사·2000)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쉽게 풀이한 책이다. 연구소의 오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이 책은 크게 '군위안부 Q&A'와 '군위안부 발자취를 찾아서'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군위안부 Q&A'는 흔히 '정신대'와 혼동해서 쓰는 '위안부'라는 용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여성들의 '위안부' 생활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 그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혹은 목숨을 잃었는지)를 상세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책의 내용이 이러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전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19개의 물음 중에는 '위안부' 문제가 90년대에 제기된 배경, 피해자들의 신고와 증언이 가지는 의미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순결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가부장제 사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80년대 여성단체 결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부천서 성고문 폭로 등 역사적 디딤돌들이 존재해야 했다.

"이 일만은 잊어버려서도 안되고 역사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믿었던 윤정옥 전 이화여대 교수의 조사활동과 뒤이은 한국정신대연구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결성과 같은 불씨들도 필요했다.

그리고 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를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신고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일본, 미국 등 전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들의 경험을 증언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순결을 잃었다는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숨겨왔던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절박한 자기치유이자, 다시는 이런 비극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할머니들의 투쟁이기도 했다.

'위안부‘와 정신대

우리에게 더 익숙한 정신대는 보도·의료·노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동원된 여성과 남성 모두를 일컫는다. 흔히 '위안부'와 혼동하는 여자근로정신대는 1944년 일왕 서명의 칙령으로 공포된 여자정신근로령에 의해 주로 군수공장으로 동원된 이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자정신대와 군'위안부'를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당시 일제는 처녀공출, 봉사대 등의 명목과 함께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많은 여성을 끌고가 강제사역과 성적착취를 했기 때문이다.

'위안부'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지않다. '위안'이라는 표현이 일본군 측의 일방적 인식일 뿐 피해자 측 시각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 용어로 사용하되 반드시 작은 따옴표와 함께 쓰도록 한 것이다. / 송민성
<할머니, 군위안부가 뭐예요?>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과거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기생관광을 비롯한 성매매, 보스니아와 동티모르 등에서 일어나는 집단강간 같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는 여전히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근거라는 것이다.

'군위안부 발자취를 찾아서'에는 80년, 88년과 89년 '위안부'의 흔적을 찾아 일본과 타이 등을 방문해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윤정옥 전 이화여대 교수의 기록과 연구소의 고혜정 연구원이 만난 북한, 중국의 피해자 증언이 포함되어 있다. 두 기록 사이에는 10여 년 정도 거리가 있으나 피해자들이 토로하는 고통은 한결같다. 그들에게 '위안부'의 경험은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부록으로 일본군 '위안소' 분포도와 국내외 활동연혁, 단체들이 망라되어 있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싶은 독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할머니 군위안부가 뭐예요?

한국정신대연구소 지음, 한겨레출판(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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