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연구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29일자 신문에서 이 연구의 연구원이었던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시론을 싣고 있다. '사교육만 키운 평준화'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내린 결론 역시 그가 참가했던 연구의 해석과 마찬가지로 '평준화 폐지'에 있다.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쉬운 수능' 정책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긴커녕 더 증폭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라고 말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율적인 학교 선택을 통해 교육 공급자인 학교와 교사가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엘리트 중심의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그에 맞는 교육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론에는 평준화 폐지가 있다.
<시론>이야 굳이 그 신문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30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시론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벌세습 '보고서'보다 심각'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상진 한국국공사립초중고등학교장협의회장의 글은 또 한 번 '강력하게' 평준화에 대해서 "폐기 수준의 보완"을 요청하고 있다.
이상진 대영고등학교 교장은 서울대 사회과학부 입학생의 조사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심각하고 복합적'이라고 말한다. 일선 학교장으로서 서울대 연구보고서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음을 전제한 말이다.
특히 그는 강남지역과 비교되는 서남부권에 속해 있는 학교교장으로서 낮은 부모의 학력과 재력, 그리고 교사의 수준에 대해서 개탄하고 있다. 못 사는 동네와 '산간벽지 학교' 수준 밖에 안되는 부모들의 학력이 결국 서울대학교를 거의 보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교사들의 교육열의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제기한다. 그는 "서울 서남부 지역 교사들의 교육열의는 특히 저조하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 교사들의 교육 열의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상하게도 강남권에서 유능하고 실력이 뛰어난 교사도 이 지역으로 오면 교육열의를 보여주지 않는다. 강남에 근무하던 교사가 이 지역으로 전출오면 쉬었다 가는 곳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이런 생각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교사도 있다. 아마도 교육 평등을 주장하는 교원단체의 영향이 큰 학교, 또는 지역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차치한다고 해도, 지역의 교사를 바라보는 학교장의 눈으로서는 대단히 불합리한 시선이다. 특히 이렇게 된 원인을 "평등을 주장하는 교원단체의 영향"에서 찾고 있어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 보고서의 연구성과에 대한 신뢰성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조선일보>만이 연일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시론>을 싣고 있는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면 할말이 없겠지만, 이 시점에서 굳이 서울대 사회과학원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에게 시론을 맡긴 것은 분명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
또한 비록 한국국공사립초중고등학교장협의회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각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시론을 굳이 채택해가면서까지 '평준화 폐지'를 이틀에 걸쳐서 주장하고 있는 이유 역시 석연치 않다.
평준화냐, 평준화 폐기냐 하는 것은 중요한 논쟁거리이다. 하지만 논쟁이 되기 위해서는 평준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정밀히 검토한 후, 그것에 기반해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기반이 되는 연구의 결과가 그 자체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것에 대한 해결이 없이는 한 단계 더 나아간 해석 역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서울대 보고서를 놓고 이루어지고 있는 논쟁은 이것을 빌미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커진 목소리와 그에 대한 반작용이다. 효율적인 논쟁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조선일보>의 <시론>은 서울대 보고서를 빌미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키워주는 확성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