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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어제
풍어제 ⓒ 최근

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의 음력 정월 보름인 1월 15일을 말합니다. 대보름엔 오곡밥을 하루 9끼를 먹어야 좋다고 했으며 놋다리 밟기, 달맞이, 달집 태우기, 부럼 깨물기, 더위 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의 풍속이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4일 있었던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의 대보름 풍속인 풍어제와 달집 태우기를 소개합니다.

풍어제
최근 기자

어민들이 풍어와 어로의 안전을 비는 축제인 풍어제. 어촌에서는 바다의 기상 조건에 의존해 생활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 또는 용왕굿을 많이 올립니다. 대개 이런 제사들은 정월 보름이나 하루 전에 지내게 되며 시루떡과 탕, 과일, 포, 술 등을 장만해 놓고 마을에서 나이 많은 노인이 제주가 되어 어민들의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는 치성을 드렸습니다.

이곳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새마을 지도자 신현모씨는 해마다 치러지는 풍어제를 계승, 발전해야 하는데 갈수록 산업화, 현대화에 밀려 우리 고유의 풍습이 사라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합니다.
달집태우기
달집태우기 ⓒ 최근

달집 태우기
최근 기자

달집 태우기는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세시풍속으로 '달집 사르기'라고도 합니다. 음력 정월 대보름때 농악대와 함께 달맞이를 할 때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해서 동네 청년들이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나무 등으로 덮고 달이 뜨는 동쪽에 문을 내서 만든 것을 '달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달집 속에는 짚으로 달을 만들어 걸고 달이 뜰 때 풍물을 치며 그것을 태웁니다.

달집을 태워서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 해는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고, 달집이 타면서 넘어지는 쪽의 마을이 풍년, 이웃 마을과 경쟁하여 잘 타면 풍년이 들 것으로 점칩니다. 또한 달집 속에 넣은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난다고도 합니다.

이곳 해룡면 와온마을도 위와 같은 조상들의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달집 태우기는 마을 주민 모두가 즐기는 축제입니다. 마을부녀회, 청년회, 어촌계 등에서는 음식과 술을 내놓고 그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무료로 음식과 술을 대접합니다. 사람은 변했지만 인정은 그대로인 시골 마을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 꼬마들이 정월 초하루부터 가오리연, 방패연을 만들어 띄우고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동산에 올라 액막이로 연줄을 끊어 날렸습니다. 그리고 마을 논두렁에서 얼굴을 시커멓게 화장을 해가며 깡통에 장작개비와 간솔을 넣고 불을 지펴 어깨가 빠지도록 돌리며 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런 모습을 찾을 수는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대도시에는 보기 힘든, 우리 고유의 풍습을 이어나가고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즐기는 모습을 봐서 참 즐거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응해 주신 와온마을 새마을지도자 신현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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