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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5일자 기사.
ⓒ 조선닷컴 화면

"안시장 죽음은 권력의 살인" 67%, "부패정치인 최후모습" 33%.

조선일보 인터넷판 <조선닷컴>이 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을 두고 내린 해석이다.

조선닷컴은 5일 오전 9시부터 이를 두번째 머릿기사로 올려놓고 있다. 이는 조선닷컴의 '1000자 토론'을 통해 올라온 2만1800여명의 독자 의견을 집계한 내용이다.

조선닷컴은 지난 4일부터 안 시장의 자살에 대해 '권력에 의한 살인'이냐 '부패정치인의 최후 모습'이냐는 놓고 독자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선닷컴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대해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안 시장이 구속되기 전 내게 '노 대통령이 몇차례 도와달라며 함께 일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면서 "광역단체장을 무리하게 구속 수사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여러분은 안상영부산 시장의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조선닷컴의 이같은 기사는 정확도와 신뢰도, 조사응답자의 대표성 등이 감안되지 않은 인터넷 설문을 자칫 여론조사 결과인양 호도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요건을 갖춘 여론조사가 아닌 일부 독자의견 수집 결과를 제목으로까지 뽑은데 대한 비판이 높다.

현행 선거법(208조 ④항)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할 경우에는 반드시 △조사자와 조사의뢰자 △표집방법 △조사시기와 조사지역 △표본크기 및 산정방법 △조사방법(면접조사, 전화조사, 우편조사, 인터넷조사 등) △표집오차 △응답률 △질문내용 등을 반드시 밝히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 조선닷컴의 「"안시장 죽음은 권력의 살인" 67%, "부패정치인 최후모습" 33%」기사 에는 질문 내용의 의도성을 지적하는 의견부터 신뢰도가 낮은 결과를 단정적으로 보도한 무책임을 성토하는 댓글이 늘고 있다.

독자 정백진씨는 "더이상 국민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이번과 같은 치졸한 Poll은 제발 그만둘 것"을 당부했다. 임진택씨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려고 한다'고 안 시장이 유서에 쓴 말은 감추고, 그의 자살이 한나라당 주장인 '권력의 살인'이냐를 묻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배씨도 "여론조사에 응하면서 어떻게 질문을 이렇게 하나 생각했는데 이걸 기사화할 줄이야… 너무 한다"고 항의했다. 김오환씨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어설픈 폴(설문) 결과를 메인으로 올리느냐"고 비판했고, 김양운씨 역시 "일간지에서 이 정도 수준의 설문을 하다니 어의가 없다"는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 조선닷컴 '1000자 토론' 코너.
ⓒ 조선닷컴 화면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이같은 방식의 설문은 △조사 응답자가 전체 모집단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으며 △응답자의 의도적 왜곡 가능성이 있고 △정확도와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 등이 계속 지적됐다.

한편 한국조사연구학회가 지난 2000년 3월 23일 제정한 '조사윤리강령'에 따르면 인터넷 조사의 경우 모집단의 표본 추출에 대한 확인을 보도의 으뜸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인터넷 조사가 어떤 모집단을 대표하도록 설계된 것인가를 확인한 뒤 모집단을 대표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인터넷 조사는 우연히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조사들은 어떤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어 두번 이상 응답할 수 없도록 조처를 취했는지를 확인하고, 그런 조치가 없다면 보도하지 않을 것을 명시했다. 이밖에 어떤 가중치가 자료에 작용되었는지를 확인, 유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음은 (사)한국조사연구학회(회장 이계오 전 공군사관학교 전산통계학과 교수)가 지난 2000년 3월 23일 사회조사의 과학성을 높이고자 제정한 '조사윤리강령' 중 인터넷 조사 관련 부분과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전문이다.

인터넷조사의 문제점과 보도시 유의사항

인터넷을 통한 사회조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이 갖고 있는 상호 작용성 및 즉시성, 그리고 응답의 편리성 등으로 인하여 사회조사를 하려는 노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을 통한 사회조사는 표집설계 및 응답절차의 타당성과 신뢰성 등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과 이를 이용한 사회조사욕구의 증대를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보다는 인터넷조사의 잠재적 가증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조사방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조사연구학회에서는 인터넷 사회조사 결과가 언론매체에 보도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자가 확인해야 할 최소한의 유의사항을 다음과 같이 마련해보고자 한다.

일곱 가지 유의사항

1. 인터넷 조사가 어떠한 모집단을 대표하도록 설계된 것인가를 확인하라. 만약 모집단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보도하지 않는다.

2. 인터넷 조사의 표본이 대표하고자 하였던 모집단을 정말 대표한다는 어떤 증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라. 표본이 인구적 특성 및 기타 관련 특성에서 모집단을 대표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인터넷 조사는 보도하지 않는다.

3. 인터넷 조사의 표본이 어떻게 추출되었는지를 확인하라. 대부분의 인터넷 조사는 우연히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조사들은 어떤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도하지 않는다.

4. 사람들이 두번 이상 응답할 수 없도록 조사기관에서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를 확인하라. 만약 그런 조치가 없다면 보도하지 않는다.

5. 자료에 어떤 가중치가 작용되었는지를 확인하라. 조사자료가 어떤 변수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경우 가중치 적용을 통하여 편향과 오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그 상관 관계가 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조사결과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 이 점을 유의해 보도해야 한다.

6. 인터넷 조사나 전통적 조사에 관한 조사기관의 경험과 실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라. 만약 조사기관이 인터넷 조사나 전통적인 조사의 실적이 없으며 인터넷 조사에 대한 전문인력도 작고, 있지 못하다면 이 조사기관의 조사결과는 보도하지 않는다.

7. 조사기관이 한국 조사연구학회의 조사윤리 강령을 준수하는가를 확인하라. 조사윤리강령과 관련된 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자질 있는 조사연구기관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조사기관이 사용한 방법론에 관하여 기꺼이 응답하고 공개할 용의가 있는가? 만약 조사기관이 그럴 용의가 없거나 관련정보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보도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언론인과 여론조사자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질문이다. 여기 제시하는 것은 언론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 전에 여론조사자에게 물어 보아야할 20가지 질문이다. 이것은 여론조사 실시방법에 관한 입문서가 아니라, 현역 언론인들이 여론조사 보도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언론은 '과학적인' 여론조사만을 보도해야 한다. 여기 제시된 많은 질문들은 어떤 여론조사가 보도할 가치가 있는 과학적 조사인지, 아니면 가치가 없는 비과학적 조사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비과학적인 사이버 조사가 많은데 이런 조사는 간혹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전혀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수신자부담 전화를 이용해 참여하는 전화조사, 거리에서 아무나 잡고 하는 조사, 대부분의 인터넷 여론조사, 쇼핑몰 여론조사 등이 그런 예이다.

과학적인 조사와 비과학적인 조사의 두드러진 차이는 누가 응답자들을 선정하는가 하는 점이다. 과학적 조사의 경우는, 여론조사자가 응답자를 규정하고 찾는다. 비과학적인 조사의 경우에는, 대체로 응답자들 스스로가 조사대상자가 되어 자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제대로 이루어진 과학적 여론조사는 응답자들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까지 알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심지어는 전체 국민들의 의견까지도 알 수 있다. 반면에 비과학적 조사는 단순히 응답자들의 의견을 말해 줄 뿐 그 이상의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언론인들은 여기 제시된 20개 질문을 통해 올바른 여론조사보도를 위해 필요한 핵심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1. 누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가?
2. 누가 여론조사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조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3. 조사응답자의 수는 몇 명인가?
4. 조사대상자들을 어떻게 선정했는가?
5. 조사대상자의 모집단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조사대상자를 어는 지역 혹은 어떤 집단에서 구했는가?
6. 여론조사 결과는 모든 응답자들의 대답에 근거하여 산출할 것인가?
7. 응답률은 얼마인가?
8. 언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가?
9. 어떤 조사방법을 사용했는가?
10. 인터넷이나 웹 상에서의 여론조사는 믿을만한 것인가?
11. 여론조사에서 표집 오차란 무엇인가?
12. 누가 선두인가?
13. 조사 결과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는 또 어떤 것이 있는가?
14.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가?
15. 어떤 순서를 질문했는가?
16. 여론조사를 가장한 '푸시 폴'(Push Poll)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17. 동일한 주제에 관한 다른 조사들이 있었는가? 그 조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가? 다르다면, 왜 다른가?
18. 묻고자 하는 질문은 모두 물었다. 대답 또한 매우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 조사는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19. 잠재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를 보도해야 하는가?
20. 이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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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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