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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의 행사의 으뜸은 단연 달집태우기다. 생솔과 대나무 등을 엮어 만든 커다란 달집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더군다나 한참 추울 무렵인 음력 정월 보름날에 타오르는 달집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기에 족하다.
해마다 달맞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해운대 주변은 달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다가 앞에 있는데다가 다채로운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 달맞이 놀이는 다소 '한산하다'는 느끼마져 들었다. 평일 낮에 치러진 각종 부대행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연히 붐빌 것이라 예상했던 달집태우기 놀이마저 몰려드는 인파가 예년 같지가 않다. 한산하기까지 한 해운대 주변 도로는 자원봉사를 나온 교통봉사대를 멋쩍게 할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는 것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진데다가 때아닌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친 탓도 있겠지만 정작은 소원 빌 힘조차 없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또 한 해를 다짐해야 할 것인데, 지치고 또 지쳐서 도저히 소원을 빌 기운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낙심하고 낙담한 나머지 소원 빌기를 포기라도 한 것일까. 차라리 하늘에 두둥실 걸려있는 한 조각 달이 아니라 인생을 확 뒤집어 줄 수 있는 '로또' 복권을 앞에 두고 소원을 비는 것이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지도 모를 일이다. 바닷가에 나와 달을 보며 빌었던 소원도 아마 '로또'가 아니었을까?
달집을 태우기 전에 지내는 월령 기원제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몽땅 얼굴을 내밀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그 가운데 안상영 부산시장의 빈자리가 유달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상영 시장의 옥중 자살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이번 달맞이 행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으리라 믿고싶다.
비록 달맞이 인파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바닷가에서 펼쳐진 신명나는 농악공연과 <난타> 두드락 공연,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불꽃놀이는 정말 볼만했다.
타오르는 달집을 보며, 올 한해의 액운이 모두 그 속에서 불살라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올 한 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