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방송국 정치부 기자가 '선거혁명'으로 일컬어졌던 국민참여 경선에 의한 후보공천 과정이 '실제로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왔는지' 실상을 드러내고 나름의 경선방식을 제안한 단행본을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KBS광주방송총국 정병준(보도제작부장) 기자가 최근 출간한 <취재파일, 2002년 광주시장선거>(산해 출판사)가 그것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지 못한 채 2004년 총선을 향해 또 뛰쳐나가고 있다. 다시 2002년의 방식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위의 책 머리말의 일부분이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우리 정치사의 일그러진 한 순간이 담겨져있다"고 말하는 정 기자가 <취재파일, 2002년 광주시장 선거>를 굳이 발간하게 된 동기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 '2002년 광주시장선거, 그 혼탁의 현장에서'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한 후보의 금품수수 사건, 민주당의 후보교체 과정, 시장선거 결과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비정상적인 선거행위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당시 시장선거 현장을 취재했던 정 기자는 취재수첩과 자료를 정리하고, 여기에 선거 이후 관계자들을 만나들은 구체적인 돈 전달 사례 등에 대해 추가 취재해 책을 집필했다. 이책의 2부 '오늘과 내일'은 광주지역 주간지 <시민의소리>에 게재되었던 자신의 칼럼 23편으로 엮었다.
정 기자는 "내가 아니었으면 했다"면서 "방송매체의 한계 때문에 다루지못했던 일그러진 우리 정치사의 한 순간을 기록한 것으로 2004년 총선 경선과정에 반면교사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한적 여론조사 방식' 통한 경선 제안
17대 총선을 위한 후보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자들간에 경선 방식 논란을 빚고있는 가운데, 정 기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경선방식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최근 후보경선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는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돈과 조직 선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한적 여론조사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국민참여경선과 전 당원투표는 조직과 돈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고 현 지구당 위원장들의 기득권으로 정치신인의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지역구민이 참여하는 여론조사 방식도 선거인단이 특정되지 않아 부정선거의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인지도 조사가 될 우려가 크고 정치 신인들에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경선방식으로 기존 당원과 새로 모집된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여론조사방식'을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이 방안의 핵심은 기존 당원과 각 경선 후보진영이 새로 모집한 '당원'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도록 한 뒤, 그 가운데 일정한 크기(예를 들어 1/10 정도)의 표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또 여론조사 표본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이 금품선거를 최소화하고 정책과 인물 중심의 경선, 그리고 정당이 경선과정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후보자는 선거인단을 확인할 수 없기에 돈 쓸 대상이 사라지게 되고, 돈을 무작위로 쓴다고 해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결국 후보자들이 돈을 건네는 선거운동을 하지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정 기자는 "돈 선거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권타락 선거의 가능성을 최소화, 정책 중심 경선 유도와 정치신인들에게도 비교적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로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바랬다.
한편 최근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총선 후보선출과 관련 여론조사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대상의 범위문제가 경선과정의 새로운 논란거리로 불거지고 있다.
| | "2002년 시장후보 경선이 2004년 총선 반면교사돼야" | | | [인터뷰] <취재파일 2002...> 출간한 정병준 기자 | | | |
| | ▲ 정병준 KBS광주방송총국 보도제작부장 | ⓒ오마이뉴스 강성관 | | - <취재파일 2002...>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적 의미가 없다. 2002년 광주시장경선, 선거과정의 잘못된 역사가 반면교사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또 '기록하는 자'인 기자로서 방송이 갖는 메커니즘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어 욕심을 부렸다. 누군가는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년 6월부터 시작했다."
- 어떤 것들이 담겨있나.
"경선과 시장선거 과정에서 벌어졌던 금품을 둘러싼 부정선거 사례들이다. 후보자는 물론이고 선거운동원, 조직관리자, 국회의원 등 돈과 관련한 된 이들의 행태를 기록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취재기자들도 잘 모르는 뒷배경과 속사정들을 많이 담았다.
이는 선거가 끝난 뒤 선거관련자들과 '후일담' 처럼 가볍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당시 '한 지구당위원장이 당원들에게 특정 경선후보를 지지하도록 지시했다'는 설이 나돌았는데 당시에는 예측뿐이었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확인해주기도 했다."
- 시장후보 경선과정에 실명으로 거론된 이들이 이번 총선에 출마했는데.
"만약 문제제기를 해온다면 나름의 대비를 했다. 내가 확인한 것은 '확인했다'고 썼고, 들은 것은 '들었다'고 썼는데, 근거도 가지고 있다. 1/3이 특정 후보의 부분인데 글을 쓸 당시엔 그들이 총선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새로운 여론조사방식을 제안했는데.
"선거는 차별성을 부각시켜 지지를 받아가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것 역시 (자신을) 차별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돈 아닌 정책과 이념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돈이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면 후보자들이 돈이 아니고 아닌 정책이나 이념으로 자신을 차별화시키려고 시도할 것이다."
- 그래도 여전히 돈, 조직선거의 여지가 남는다.
"국민경선은 경선의 원칙이 아니다. 정당후보는 당원이 뽑고 책임을 지는 정치가 돼야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제한적 여론조사 방식은 현장을 취재하면서 겪은 경험에서 제안했다. 조직동원은 곧 돈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론조사방식은 신인들이 낄 수 없다.
물론 일부는 지명도를 이미 가지고 있다. 지명도가 낮은 후보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몇 가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선택의 문제다. 이 방법이 완전무결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 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정치신인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한다."
- 출판 시기가 총선 경선 기간과 겹치는데.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이다. 이 책은 일그러진 우리 정치사의 한 순간을 기록한 것으로 2004년 총선 경선과정에 반면교사 되었으면 좋겠다. '제한적 여론조사 방식'에 관심을 갖고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