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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우리 놀이터"
"침대는 우리 놀이터" ⓒ 유성호

살까 말까 수차례 고민하던 끝에 아이들 침대를 샀습니다. 그동안 아내와 아이 둘, 그리고 저까지 네 식구가 한방에서 꼼지락거리며 잠을 잤습니다. 아내와 저는 침대에서, 그리고 아이들은 바닥에 두툼한 이불을 깔고 재웠습니다.

자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침대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오줌을 누고는 원래의 자리에 눕지 않고 엄마 아빠 곁에 풀썩 쓰러집니다. 어른 아이 모두 곤한 터라 그냥 부대끼며 잠을 잡니다. 그러다 보면 네 식구가 한 침대에 올망졸망 뒤섞여 잘 때가 있습니다.

잠자리가 편치 않아서인지 그런 날이면 몸이 왠지 찌뿌드드한 것이 밤사이 누가 밟고 지나간 듯 합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아이들과 생이별(?)을 감수하더라도 따로 재우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침대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것입니다.

"올빼미에게 잠을 자라고?"
"올빼미에게 잠을 자라고?" ⓒ 유성호

작은 아이는 오히려 형보다 자립심이 강한 듯 혼자서도 잠을 제법 잘 잡니다. 큰 아이는 눈매가 크고 동그란 것이 옛말대로 겁이 많게 생겨서 그런지 혼자 잠자기를 두려워합니다. 요즘도 여전히 재워달라고 조르는 것은 큰 아이입니다.

그러나 큰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따로 재워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어느새 여섯 살이 되어 서서히 자립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큰 아이에게 따로 자야하는 이유와 함께 밤새 화장실 가는 방법 등을 가르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큰 아이는 괜한 호기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몰라도 혼자 자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며 오늘부터 그리 하겠노라고 답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한참을 뛰어놀던 아이들의 분주함에 못 이겨 아래층 사는 아주머니가 전화를 했습니다.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 극성맞은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 때문입니다.

전화를 받고 머쓱해진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고 본격적으로 '초야'를 준비합니다. 다시금 아이들에게 "오늘부터는 너희들끼리 자야한다"고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제방으로 들어가더니 역시나 잠잘 생각은 않고 동화책이며 장난감을 꺼내 놉니다.

홀로 먼저 잠이 든 작은 아이(왼쪽)와 호언장담은 했지만 아직은 혼자 자기 무서워하는 큰 아이(오른쪽).
홀로 먼저 잠이 든 작은 아이(왼쪽)와 호언장담은 했지만 아직은 혼자 자기 무서워하는 큰 아이(오른쪽). ⓒ 유성호

그러다가 자겠거니 하고 있는 데 큰 아이는 어느새 거실 소파에 있는 엄마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자기가 잠들면 데려다 눕히면 되지 않느냐는 영악함으로 아내와 저의 말문을 막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재워 달라고 우리 부부를 꼬드깁니다. 그러는 사이 작은 아이는 어느새 홀로 잠이 들었습니다.

재워달라고 보채던 큰 아이도 어느덧 소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큰 아이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재워달라고 읍소(?)를 했습니다. 큰 아이는 매일 밤마다 "오늘만 재워달라고 할거야"라며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엄마 아빠 품에 안깁니다. 큰 아이를 들어 침대 윗칸에 누입니다.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잠자는 모습을 보니 고슴도치 아빠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문을 닫으려니 한밤중에 오줌누러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전례로 봐서 자다 일어나 비몽사몽 헤매다가 적당한 곳에 나 몰라라 실례(?)나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문닫기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는 큰 아이가 어찌하나 지켜 본 적이 있는데, 장롱 문을 열고 '서서 쏴'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할 통과의례라는 생각에 아이들의 초야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살며시 문을 닫습니다. 내일 아침 일어나 의기양양할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작은 아이보다 큰 아이가 분명히 더 큰 목소리로 떠벌릴 것입니다.

"아빠, 나 혼자 잤다. 나 이제 다 컸다. 나 어른이지?"

꿈나라로 가버린 아이들.
꿈나라로 가버린 아이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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