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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수경찰 봉산지구대 직원 2명이 격투끝에 용의자를 검거해 다시한번 경찰상을 드높였다. 여수경찰서 봉산지구대 직원들
최근 여수경찰 봉산지구대 직원 2명이 격투끝에 용의자를 검거해 다시한번 경찰상을 드높였다. 여수경찰서 봉산지구대 직원들 ⓒ 김종호
기존 파출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이들의 화재거리는 단연 박희삼 경장과 김평수 순경의 활약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상 뒤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고달픈 하루가 숨겨 있었다.

봉산지구대는 기존 4개 파출소를 통합해 봉산파출소를 지구대로 나머지 파출소는 치안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지구대 인원은 총 46명. 그러나 3개조로 나눠 2교대로 운영하다 보니 관할 7개동 주민 6만 3천명의 치안을 하루 13명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4간동안 근무를 하고 밤샘 근무조는 다음날 쉬고 그 다음날 주간근무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날 저녁 7시 교대 신고를 마친 직원들은 2인 1조로 나눠 관할 구역 순찰에 나섰다. 7시 30분경 쉴세없이 무전기로 다른 지역 민원 상황이 숨가프게 날아 들어 오고 있었다.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조용한 것은 이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날 야근 근무조 책임자인 백형렬 소장은 "조용하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야 되겠지만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다"고 말한다.

저녁 9시경 조용한 사무실에 인근 아파트에서 민원이 발생했다는 상황이 접수됐다. 상황이 접수되자 담당 순찰차와 인근 지역 순찰차가 합동으로 현장에 출동한다. 기존 파출소 운영 때와는 다른 민원 접수 방식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아파트 임대차 문제로 욕설이 오가는 등 소란스런 분위기가 계속됐다.

봉산지구대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봉산지구대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 김종호
먼저 직원들은 상황부터 체크하고 민원인들을 설득해 지구대로 이동시켰다. 이들의 고성은 지구대에서도 계속됐다. 담당 직원들은 민원처리가 해결될 때까지 민원들과 입씨름을 계속했다. 다행히 민원인들끼리 해결하라는 백 소장의 말로 민원인들이 되돌아 갔다.

민원 해결이 끝나자마자 담당 직원들은 또다시 순찰차를 타고 자신들의 순찰 지역으로 출동한다. 각 지역을 맡은 직원들의 업무 형태는 한 구역 2시간 순찰시간 중 1시간 50분 동안 지역 순찰을 하고 10분동안 다른 지역과 교체 투입되는 그야말로 휴식시간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은 거점 근무시간인 30분. 여기서도 민원 접수 등 계속 업무를 해야 한다. 이 같은 반복적인 업무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법적으로 지정된 휴식 시간 없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 순찰차 업무도 업무지만 술에 취한 민원인들과 현장에서부터 지구대까지 계속 입씨름 하는 것은 이들의 또 다른 고충이다.

다행히 이 날 큰 사건은 없었다. 보통 하루에 4건 정도 사건이 생긴다고 한다. 이 사건은 대개 취약시간인 밤 12시에서 새벽 4시경에 일어난다. 하루에도 경찰들의 목이 민원인들에 의해 수십번 날아갔다, 붙었다 한다. 직원들은 "술에 취한 민원인들이 누구 누구를 알고 있다며 옷을 벗긴다는 말은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며 "갖가지 유형으로 소란을 일으키는 민원인이 한두명이 아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 직원들은 대부분 위장병을 앓고 있다. 불규칙한 식사와 누적된 피로에다 민원인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이들이 참아내야 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새벽 1시. 교대시간이다. 순찰하던 모든 직원들이 지구대로 돌아왔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으로 피로를 물리친다. 이제부터 새로운 긴장감이 돈다. 사고 발생 취약시간이다. 돌산지역 순찰차에 직원들과 몸을 함께 실었다. 취약지역 순찰을 마칠 무렵 눈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가 얼어붙을 상황이었다.

ⓒ 김종호
이 같은 자연재해의 긴급 처리도 지구대 몫으로 돌아온다. 염화칼슘을 얼어붙은 도로에다 뿌리기 시작한다. 기본 순찰에다 사고처리 민원 접수, 자연 재해 처리 등 그야말로 밤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직원들은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새벽 2시 30분경 모두 잠든 시간. 사무실에 내근하는 직원들의 피로가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로 누적이 원인이다. 이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한다. 직원들은 "새벽 2시가 되면 눈이 감기려고 해 참기 힘들지만 이런 것도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오늘은 다행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일선 지구대 직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일반 직장과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휴식시간이 없고 14시간 동안 밤샘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실제 업무 현장이었다. 이날 따라 눈이 더욱 많이 내렸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무선음이 들리자 이들은 다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들의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남매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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