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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본회의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석방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이 환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9일 본회의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석방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이 환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의 '제식구 감싸기'를 <조선일보>가 따라하는가.

국회가 지난해말 비리혐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어 9일 또다시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석방요구 결의문을 가결시키자 시민단체와 법조계, 언론계 등은 일제히 의회의 권력남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서 의원을 배출한 <조선일보>만은 10일자에서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 석방」(4면 3단) 제하의 기사로 짧게 보도하는데 그쳐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비중 있게 다루면서 "국정수행을 위해 보장해준 의회권리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1면이나 주요 면에 배치하는 한편, 사설을 통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중앙은 10일 1면 머릿기사 「과연 대한민국 국회인가」에서 국회 법안처리 진행과정과 함께 서의원 석방 결의안 처리를 다뤘다. '서청원 석방은 끼워넣기'란 부제를 단 중앙의 이 기사는 "현역 의원이 석방 결의안을 통해 풀려나기는 1996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무소속 김화남 의원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서청원 의원은 조선일보 출신
80년 조선일보 광주사태 특파기자 역임

서청원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를 지낸 대표적인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서 의원은 64년 중앙대 총학생회장, 전국총학생연합회 위원장을 맡으며 6.3사태 주도혐의로 100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지난 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언론계에 발을 내디딘 서 의원은 80년 광주항쟁 당시 조선일보의 '광주사태 특파기자'로 활동했다. 97년에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5.18 특파원 리포트>라는 단행본을 발간했다.

이후 서 의원은 같은 해 민한당 선전분과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계로 진출했다. 이듬해인 81년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출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3·14·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진출한 5선 경력의 중견 정치인이다. 당적은 민한당에서 통일민주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쳤다.

또 기자 경험을 살려 민한당 부대변인(81년), 민주산악회 기관지 '자유의종' 편집주간(84년), 통일민주당 대변인(89년), 정원식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95년) 등으로 뛰었으며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중앙은 5면 「"국민 뜻 외면" 각계 성토-서청원 석방안 통과…한나라 '화색'」에서 "국익이 걸린 사안들이 몇 달째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 의원 석방 결의안이) 전격 처리됐다"고 꼬집었다.

동아 역시 10일자 1면 「서청원 의원 어제 석방」제하 기사에서 서 의원의 석방을 크게 다뤘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법질서를 훼손하는 국회의 횡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달하는데 그쳤으나, 5면 「최병렬측 "본회의 상정 않겠다"-서청원측 반발…자유투표 처리」에서는 서 의원 석방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한나라당내 갈등상황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동아는 또 사설 「한나라당, 정신 못차렸다」를 통해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벗어난 입법 권력의 남용이자 일탈"이라고 성토했다. 동아는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몰염치한 제식구 감싸기를 하다니 이러고도 국민의 지지를 바라는가"라는 질책을 가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정치, 법조계 의견과 함께 시민사회의 비판까지도 다뤄 차별성을 보였다.

경향은 10일 1면 「'서청원 석방안' 가결 검찰·시민단체 반발」과 3면 「"파렴치 국회 표로 심판"」에서 국회의 파렴치한 행태를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는 시민사회, 네티즌 등의 반응을 전했다.

4면 「'제식구 감싸기' 들끓는 정가」에서는 "12월 30일 의원 7명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이은 '의회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국회가 입맛대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거세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9일 사설 「석방특권까지 누리겠다고?」에서 '도덕적 불감증, 특권적 집단행동'으로 국회의 서의원 석방요구 결의안 처리를 비판하고 한나라당의 양식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10일 1면 「서청원 석방안 기습통과」 및 3면 「"국민 법감정 무시" 비난」에서 "역대 국회 석방요구 결의안 가운데 가결 처리된 것은 '96년 김화남 의원건 처리 이후 두 번째'"라고 꼬집었다.

특히 6면 「"석방결의안 발의요건 더 엄격해야"」기사는 대한변협이 9일 주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남용방지 방안' 공청회에서 제기된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10일 이같은 요지를 담은 논평을 발표하고 "각계각층이 한나라당 행태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만 '서청원 의원의 석방요구 결의안 통과'를 턱없이 축소보도한 이유는 정녕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민언련은 또 "한나라당의 '제식구 감싸기'와 상식을 벗어난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감싸기'는 조-한 동맹의 실상을 새삼 확인시켜준다"며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기관지'에 불과함을 반증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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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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