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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랑하지 말까?>
<아프니까 사랑하지 말까?> ⓒ 미토
우리는 언제나 완전한 사랑을 꿈꾸지만, 늘 자신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산다. 왜 그럴까?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싫고 좋음을 반복하는 우리들. 텔레비전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완벽한 사랑을 꿈꾸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랑은 어설프기만 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정답이 없고 혼란스럽기 만한 사랑의 덫 속에서 '아프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의문 한번쯤 던져 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는 '없을 것 같다'고 단언한다. 그리고는 '아프든지 즐겁든지 그런 것 다 잊어버리고 그냥 사랑만 하자'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주제인 '사랑'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다운 해석과 인간적인 감정을 동시에 전한다. 다른 정신과 의사들의 책과 마찬가지로 상담에서 얻어진 경험을 전하고 있지만, 저자 개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덧붙여졌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서로 같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서로 같아지고자 소망하며 상대를 유혹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어긋나기만 한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이 성과 사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부족함이 존재한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곳에서 당신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자크 라캉의 말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새겨 봐야 할 명제다."


상대와 교감하길 간절히 원하지만 사랑하는 관계에서 그와 같은 '완전한 동일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와 나는 서로 다르다는 명제를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서로 다름이 있지만 그 다름을 좋아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상대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얘기한 다음, '하나가 된다는 환상이 깨지니 허탈한가?' 라고 묻는다. 하나가 될 수 없으니까 사랑도 삶도 의미 없다고 불평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영원히 너는 너일 수밖에 없고 나는 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함께 하는 시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사랑을 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한 듯한 느낌, 그 결핍감을 느껴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2% 부족하다'는 광고 카피나 '나는 네가 곁에 있어도 늘 네가 그립다'는 류시화의 시 구절이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의 결핍감과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얻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고 쓸쓸해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상실감이 채워지면서 사랑의 열정과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열정과 기쁨은 잦아들기 마련이어서 다시금 마음 속에는 빈곳의 허전함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 순간에 '우리의 사랑이 잘못된 것이야' 혹은 '너와 나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랑의 악순환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며 어떤 사랑도 우리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채워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일궈나갈 때에 비로소 당신의 사랑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럴 수 있다. 고통스럽다는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나'와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다. 게다가 '나'와 '타인'은 한 상태로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생명체다.

서로 생각의 방향이 다를 수 있고, 한때는 서로 같은 생각과 삶의 방식을 표방했다 하더라도 변해버릴 수 있는 것이니까. (중략) 사랑이 고통스러워 사랑을 포기할 마음이 있는 자라면 고통을 성숙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자. 사랑이 죄인가? 문제는 사랑을 사랑답지 못하게 하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할 때,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다고 가정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실재의 그'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그'와의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다 잘 알고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이 가정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가정하지 말고 단지 그를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그에 대한 내 생각과 확신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알고 받아들이며 다투고 상처 입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이루고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일궈나갈 수 있다. 지나치게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사랑은 없다.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모나고 아프고 찔리고 찌르면서도 상대를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키워 나가는 것. 이러한 과정 속에 당신의 사랑은 실패를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가질 것이다. 모든 상처는 사랑으로부터 오며 또 모든 사랑은 상처로부터 얻어지는 것이기에.

아프니까 사랑하지 말까?

이규환 지음, 미토(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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