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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소리
채 가시지 않은 정월대보름 흥이 국립극장 무대로 이어진다. 놀이 공동체를 지향하는 문화단체 '들소리'는 관객과 함께 어울려 난장을 펼치는 집단신명퍼포먼스 '타오'를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1월 24∼27일 토월극장에서 열린 '사람의 축제-3대가 행복해집니다' 공연의 완결편인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으로 판을 옮겨 사람들의 건강한 기원을 하늘에 닿게 하는 '하늘의 축제'로 막을 올린다.

들소리는 국립극장 공연을 '타오'의 백미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장 큰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끝장'나는 신명을 위해 한바탕 놀아볼 심산이기 때문이다.

ⓒ 들소리
공연은 1부 장승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2부 타악 퍼포먼스, 3부 놀이, 4부 대동놀이로 이어진다. 3부 놀이에는 잊혀져가고 있는 말타기, 고무줄 놀이, 우리집에 왜왔니 등 익숙한 가락과 몸짓이 관객들을 어린 시절로 이끈다.

4부 대동놀이에서는 관객과 함께 무대에서 줄다리기, 깃발놀이를 하며 집단 신명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쯤에서는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이 머쓱할 정도로 신명이 고조에 달한다.

놀이 공동체 '들소리'는 1984년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 건강한 문화단체다.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공연사업 및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전국은 물론이고 일본을 비롯 미주, 유럽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타오'는 연 200여회 가량 공연하는 들소리의 대표작이다.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후 7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한다. 입장료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가족티켓(4인이상)·20명 이상 단체 20% 할인, 10명 이상 단체 10% 할인, 연인티켓 (2인) S석 5만원, 제휴할인(롯데마트 마일리지 카드, 씨즐러 패밀리 카드 소지고객) 20% 할인. 공연문의 (02)744-6800.

[인터뷰] 문갑현 예술감독(문화마을 들소리 이사장)
"타오는 분명 문제작이다"

▲ 이번 공연 제목이 '타오(道)'인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제작 초기에 저희 단체 내부에서 상금을 걸고 작품 이름을 공모하였는데 마침 타오이즘에 관심이 많았던 한 직원이 '두드리는 경지, 모두 하나 되는 신명의 경지를 찾아가는 노정의 길'로서 타오를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장사상의 도(道)를 중국에선 '따오'라고 발음하는데 이걸 영어권에서 T,A,O 즉 타오(TAO)로 표기합니다. 저희 공연 '타오'는 도(道)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재미와 관객이 하나 되어 도달하는 신명의 '경지'를 뜻합니다.

말 그대로 잘 노는데 도가 튼 사람들을 이 공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 '경지'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장승제 의식퍼포먼스를 통해 신과 만나는 길, 웅장하고 강렬한 북소리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열어 가는 길, 모두 함께 어울리고 소리치고 놀며 마침내 하나 되는 대동의 길 등 타오의 세 갈래 길은 결국 신명의 경지에서 하나가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왜 도(道)를 도(道)라고 하지 않고 타오라고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작품 제목 때문에 고민도 많았지만 '도를 도라고 하는 것은 이미 도가 아니다'라는 성현의 말씀에 힘을 얻었죠. 도를 타오라고 하면 뭐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작품의 경지를 찾아가는 마음의 길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니 편해지더라고요.

우스개 얘기지만 이 작품을 초연한 후 2년간 약 300여 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국내외에서 진행했고 덕분에 적잖은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제작진의 작업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했고 타오는 기특하게도 돈을 잘 '타오'는 효자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제작진들은 부지런히 돈을 타오는 '타오'를 버릴 수 없다며 제목에 대한 미련을 웃어 넘겨 버렸죠. 타오는 그냥 타오입니다.

▲ 타오가 난타, 도깨비 스톰 등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난타는 주방에서 두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도깨비 스톰은 도깨비들이 두드리는 이야기이고요. '타오'는 거리에서, 마당에서, 극장에서 관객들과 벌이는 현장 퍼포먼스입니다. 물론 타오도 두드립니다. 그러나 그 두드림은 관객들을 선동하는 일종의 주술적 언어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르스 부호나 아프리카 부족들이 북소리로 수신호를 보냈던 것처럼 소리로 의미를 전달하는 부호 또는 신호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내용은 간단하게 '관객들이여 무대로 나와라, 나와서 같이 신나게 놀자' 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타오에서 두드림의 역할은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는 기적의 마술피리와도 같습니다.

관객들은 지정좌석에서 궁둥이를 떼는 순간 극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에 동참하게 됩니다. 타오와 한 통속이 되는 거죠. 즉 타오는 관객들의 출연으로 대단원을 구성하는 현장 즉흥 퍼포먼스입니다.

또 하나, ‘타오’는 거리에서, 마당에서, 극장에서 벌어지는 축제 퍼포먼스입니다. 축제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제의와 놀이의 성격이 타오를 크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식을 통해 신과 합일하는 장승제 퍼포먼스, 신의 제단에서 웅장하게 펼쳐지는 타악 퍼포먼스, 연주자들이 직접 재현하는 어린시절 꿈같은 놀이 환상, 환하게 열린 놀이마당에 몰려든 관객들의 함성과 땀 등 타오의 구성은 영락없는 축제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작품의 설정은 우리나라 전통 마을 동제의 하당신제인 장승제와 대동놀이를 소재로 구성하였습니다. 우리의 옛 마을축제가 바로 '타오'의 전신인 셈이죠

▲ 토월극장 공연에 대한 관객 반응과 결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경기 침체로 공연계가 위축되어서 걱정을 제법 했습니다만 예술의 전당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유료 관객이 많았습니다. 3대가 행복해진다는 기획 타이틀처럼 정말 3대가 나란히 입장하는 광경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가족 단위의 관객이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동호회, 직장 동료 등 단체 관객과 연인, 친구,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다녀갔습니다.

첫 날의 관객들은 타오의 낯선 경험을 몹시 두려워하는 듯 했습니다. 박수를 열심히 치며 들썩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느닷없는 무대 위로의 초대는 선뜻 마음을 열지를 못하더군요. 공연은 무사히 끝났지만 어려운 숙제가 남았지요. 그러나 이튿날부터는 소문이라도 난 건지 관객들의 참여가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자들과 추임새 호흡도 잘 맞추고, 너나 할 것 없이 깃발을 서로 들고 응원하고, 미처 무대에 나서지 못한 관객들은 앉아서도 흥을 신나게 내는 겁니다. 멀리 강원도에서 오신 주부 한 분은 다음날 남편까지 대동해서 등장하더니 아예 무대에서 자기 동선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죠. 국립극장 2월 공연에 다시 오겠다는 게 이 부부가 남긴 인사랍니다.

반면 타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공연인가’하는 문제 제기에도 저는 겸허하게 귀를 기울입니다. 애써 찾아다니며 물어 물어 듣는 관객평이 아무리 험하다고 해도 다 수용하려고 합니다.

'타오'는 제가 생각해도 분명 문제작입니다. 종전에 이런 시도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전당 측 스텝도 무대에서 펼쳐지는 관객들과의 집단 신명의 현장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더군요. 이런 공연은 처음 봤다는 그의 얼굴은 많은 궁금증을 담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궁금증이 자연스러운 이해로 바뀔 때까지 타오의 길은 계속 이어져야 하겠지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쓴 소리가 더욱 반갑습니다. 제겐 약이 되거든요.

한 가지 토월 극장에서 공연하며 제일 아쉬웠던 점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등장이었습니다. 세간의 큰 기대를 받는 대형 작품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극장 측이 맘마미아 리셉션을 위해 로비 사용을 제한한다거나 엄청난 홍보물 부착과 전시로 저희 공연자들의 기를 확 죽이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마치 예술의 전당이 '맘마미아' 전용 극장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 틈새에서 대관 잘못한 죄로 움츠리고 눈치 보며 살금살금 까치발을 걸어야 했던 '타오'가 장차 해외에서 한국의 신명을 대변하는 열정의 무대를 선보이며 유랑의 길을 가게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이러니 했는지 모릅니다. 내 조국에서 천대받는 설움이 하도 우스워 반드시 해외 무대에서 성공하여 돌아와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답니다.

▲ 들소리의 앞으로의 계획은?

2004년 들소리는 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저녁 7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을 끝내자마자 17일부터 일본 5대도시 극장 투어 공연을 떠납니다.

내달 3월 초부터 중순까지 뉴질랜드 국제 아트 페스티벌에서 활동합니다. 여기에는 난타 공연팀도 참가합니다. 6월 싱가폴 국제 페스티벌 피날레 단독 공연, 7∼8월 유럽 야외페스티벌, 10월 캐나다, 독일, 일본 등 해외 공연 일정이 계속 잡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또는 내후년 즈음 유럽에 지부를 설치하여 공연단을 상주시켜 활동할 계획입니다. 또한 일본에는 저희 공연단 소속 노마 코우헤이 씨를 중심으로 지부 활동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겁니다. 마치 길 떠날 채비를 하듯 봇짐을 단단히 매고 옷깃을 여민 뒤 전국 각지를 찾아 타오의 신명과 우리 문화의 힘을 전달하는 문화사업을 실시하게 됩니다.

전국 5일장 활성화를 위한 찾아가는 장날,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방문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 어린이문화공동체 소리나래 등 다양한 계층과 함께 다양한 장소에서 불끈불끈 솟는 대동신명의 힘을 체험하고 발산하는 정말 신나는 일들이 펼쳐지게 될 겁니다. / 유성호 기자

덧붙이는 글 | 자세한 내용은 타오 홈페이지(www.taonori.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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