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일하는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3개 법에 모성보호 관련 규정을 개정 또는 신설하면서 ‘모성보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의 제정으로 산전후 휴가는 90일을 보장하고(근로기준법 제72조 1항), 휴가 급여의 회사 부담을 덜어 30일의 임금은 고용보험과 정부 일반회계에서 지원키로 결정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 1항).
또 유급육아휴직 제도를 신설해 여성은 물론 남성도 유급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1항). 이밖에도 임신한 여성의 경미한 근로로의 전환 배치, 1일 2회 각 30분의 유급 수유시간, 휴직 후 원직 복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30일간의 산전후 휴가비의 경우 고용보험법에서는 산전후 휴가 종료일 180일 전까지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만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998년 1월부터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되었다. 따라서 현행 모성보호법은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일하는 여성’의 모성보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작년 위반사례 1천건 넘어, 관리감독·행정지도 절실
그러나 최근 비정규직 고용이 늘면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6~8월 중 노동부는 의원급 의료기관 및 근로자 100인 이하 제조업 등 1026개소를 대상으로 모성보호 실태를 정기 지도·점검해 절반이 넘는 총 690개 사업장에서 1246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임산부에게 휴일 야간근로를 시킨 경우도 141건이나 되었다. 이 점검 대상에는 특수고용직인 텔레마케터나 학습지 방문교사 등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양승주 노동부 고용평등국장은 이런 괴리 현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기본적인 근로조건의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모성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계와 노동계, 정부 담당자는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이미 제정되어 있는 모성보호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관리감독’과 ‘행정지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손영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여성의 모성보호 실태에 대한 정확한 피해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이 많이 분포하는 직종을 대상으로 행정관리 감독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성평등적인 사고를 가진 근로감독관을 양성해 이 행정감독을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국장은 “매년 노동부가 진행하는 1000여개 사업장에 대한 행정감독에서 올해는 학교 등 비정규직이 많이 분포하고 모성보호가 취약한 곳에 행정지도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감독과 함께 산전휴가비 지급과 대체인력 고용에 따른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비정규직의 모성보호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고 노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모성보호와 관련해서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사업주의 추가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고용 부담을 이유로 비정규직의 모성보호를 거부하는 사업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06년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산전후 휴가급여를 기존 30일에서 60일로 확대키로 했다. 또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 국장은 “올해 말부터 고용보험, 정부 일반회계 등 재정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놓고 있는 모성보호 정책들이 단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단기적 방안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여성계는 출산축하금 20만원 지원, 셋째아이 보육비 지원 등은 첫째 아이를 낳기도 전에 해고를 당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양 국장도 “저출산을 이유로 가사와 육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출산, 육아 부담을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