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화상 졸업식이 시작되기 직전 교실에 앉은 졸업생들. 왼쪽 대형 TV로 중계한다.
화상 졸업식이 시작되기 직전 교실에 앉은 졸업생들. 왼쪽 대형 TV로 중계한다. ⓒ 한성희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졸업가는 예전과 변함이 없지만 졸업식 형식은 많이 변했다.

예전의 졸업식이란 강당이 있으면 형편이 좋은 학교이고 교실을 몇 개 터서 식장을 만들어 치르곤 했다. 그나마도 안되면 얼어붙은 운동장에서 발이 시려워 동동 구르거나 떨면서 교장 선생님과 내빈들의 지루한 축사를 듣고 상장을 타고 졸업가를 부르는 졸업식을 하기 일쑤였다.

꽃다발을 들고온 학부모도 덜덜 떨고 기다리긴 마찬가지였다. 졸업생 대표가 송사를 낭독하면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재학생 답사가 나오면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던 예전의 졸업식 풍경은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실 카메라 졸업식 중계 준비완료
방송실 카메라 졸업식 중계 준비완료 ⓒ 한성희
학교 방송실과 교실마다 대형프로젝션 TV를 갖추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요즘 졸업식은 화상으로 교실에서 바라보면서 하는 곳도 있다. 물론 강당이 있는 학교는 강당에서 하지만 학생수가 많거나 강당이 여의치 않은 학교는 방송으로 내보내는 TV를 바라보면서 하기도 한다.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3일 화상 졸업식을 했다. 교실에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학교방송으로 내보내는 순서에 따라 국민의례와 졸업장과 상장 수여, 학교장 축사 등을 진행했다.

졸업식을 진행 중인 방송실 학생들.
졸업식을 진행 중인 방송실 학생들. ⓒ 한성희
교무실 옆에 마련된 방송실에 식장을 꾸미고 진행했다. 방송실 스튜디오가 좁아서 상장을 받을 학생들은 옆 교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대로 들어가서 상을 받는다. 그 광경은 카메라로 생중계된다.

상장을 수여할 내빈들도 교무실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화상으로 지켜보다가 순서가 되면 스튜디오에 들어가 상장을 수여하고 축사를 한다.

졸업가도 학교 합창단이 부르는 것을 미리 녹화해 둔 화면을 내보내면서 따라 부른다. 화상으로 진행하는 졸업식이란, 다소 생경하기도 하지만 이 학교 졸업생이 300여 명에 달하고 강당이 없는지라 이해가 간다.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는 파주대원 초교

발목을 다쳐 깁스에 목발을 하고도  상장은 받아야지요.
발목을 다쳐 깁스에 목발을 하고도 상장은 받아야지요. ⓒ 한성희
같은 날 파주시 조리읍 대원리에 있는 파주대원 초등학교에서도 졸업식을 했다. 이곳은 강당이 있어서 당근 강당에서 진행했다. 꽉찬 강당에 미처 들어가지 못해 복도에는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역시 졸업식은 모여서 해야 해요.”
“TV로 보면서 하니 기분이 안나요.”
“올해는 우는 학생도 없네요?”
“그래도 운동장에서 하고 자장면 먹는 졸업식이 졸업식답지.”

조금전 봉일천 초교에서 파주대원 초교로 상장을 수여하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온 기관장들이 한 마디씩 했다. 같은 지역이고 같은 날 치른 졸업식이라 상장 주러 다니기도 바쁘다. 요즘의 졸업식은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공로상, 봉사상, 행동이 바른 어린이 등의 명목으로 상장이 수여된다.

교무실에 앉은 내빈들이 TV화면에 나오는 졸업식 노래를 지켜보고 있다.
교무실에 앉은 내빈들이 TV화면에 나오는 졸업식 노래를 지켜보고 있다. ⓒ 한성희
공부 잘하는 몇몇 학생들에게만 상이 몇 개씩 돌아가던 예전과 다른 풍속이다. 꽃다발을 든 아버지들의 모습이 부쩍 많은 것도 다르다.

졸업식을 미치고 나오는 언니들을 위해 재학생들이 복도 양쪽에 늘어서서 박수로 축하를 해준다. 화상 졸업식보단 졸업식 기분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애들이 원해서 피자집 예약 해 뒀어요.”
“식 끝나고 자장면 먹으면 최고였는데.”
“자장면이면 최고였지.”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는 파주대원 초교 졸업생들.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는 파주대원 초교 졸업생들. ⓒ 한성희
시대는 첨단으로 가고 인터넷 사이버가 생활 속에서 자리잡았다. 화상으로 졸업식을 하는가 하면 세대가 다르니 졸업식 뒤풀이도 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부모들은 졸업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예전의 추억을 더듬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강당 복도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학부모들.
강당 복도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학부모들. ⓒ 한성희
"언니들 졸업을 축해해요!" 박수로 전송하는 후배들.
"언니들 졸업을 축해해요!" 박수로 전송하는 후배들. ⓒ 한성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