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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전민특위, 인권운동센터 등이 전남 함평군 불갑산 자락에서 민간인 학살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의 유골발굴은 재정상의 문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민특위, 인권운동센터 등이 전남 함평군 불갑산 자락에서 민간인 학살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의 유골발굴은 재정상의 문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국전쟁을 전후해 발생한 민간인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가운데 전남도의회가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다.

전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창남)는 16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창남(장흥·민주) 의원의 대표발의로 도의원 36명이 제출한 '한국전쟁전후 전남지역 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 등에관한 조례안(이하 진상규명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임위를 통과한 이 조례안은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상규명조례가 제정되면 한국전쟁 전후인 1948년 8월 1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전남지역에서 국군, 경찰 기타 공무원, 연합군, 준군사조직 등에 의해 자행되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진상규명과 보상이 이뤄진다.

특히 이 조례안은 '미군학살만행진상규명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이하 전민특위)'나 광주인권운동센터 등 민간단체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왔던 증언 조사와 유해 발굴사업 등을 법적 테두리 내에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학살에 대해 지방의회가 진상규명 등을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선 것으로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조례가 없는 상태에서 대전시와 경산시 등 일부 자치단체는 민간인 학살 현장에 대한 유골발굴과 위령공간 조정 등에 간접 지원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양민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16대 국회에서 무산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섬으로써 특별법제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구성, 발굴 사업 등 추진

진상규명을 위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창남 의원.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창남 의원.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대표발의를 한 김창남 의원은 "한국전쟁 전후 국군 등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전남지역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차원에서 특별법이 제정될 것으로 알았는데 제정이 무산돼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례안 추진 배경을 밝혔다. 김 의원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51년 동안 속앓이만 해왔다"면서 "이런 희생자들은 사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고 역사의 화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조례안은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킴으로써 인권침해의 재발을 방지하며, 인권신장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은 물론 주민간의 화해와 상생을 이루는 지역 공동체 회복"이라는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 목적에 따라 '한국전쟁전후 전남지역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는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조사 ▲사건과 관련된 국내와 자료수집 및 분석 ▲진상보고서 작성 ▲민간인 희생자 유골 발굴 및 수습 ▲희생자, 유족의 심사 결정 ▲희생자, 유족의 명예회복 업무 ▲사료관, 위령공간 조성사업 등을 총괄하게 된다.

"상위법 부재... 위령 사업 등 무리" 전남도는 부정적

또 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민간인 희생사건여부 등을 결정하게되며 최초의 진상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2년 이내에 조사를 완료하고 6개월 범위내에서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도지사는 위령공간 조성과 사료관 건립 등 위령 관련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조례안 검토보고서에서 "근거 법령이 부재한 상태에서 조례만으로 묘역·탑·공원조성 등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무엇보다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 예산으로 처리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김창남 의원은 "진상조사 등은 충분히 전남도 예산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도비로 힘들다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상위법이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국회에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민특위 광주전남본부 이신 조사단장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에 나서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고 환영하면서 "발굴사업 등이 법적으로 뒤받침 되면 체계적인 유골발굴 등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사단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활동에 나서게 된다면 특별법 제정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17대 국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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