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 달성, 동북아 중심국가 이룩, 10대 동력산업 육성 등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이러한 목표가 성공하길 바란다. 이러한 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 7-80년대식의 성장주의 노선일 뿐이다. 80년대 이후 당시 주류 세력들이 경제정책에 성공하지 못했듯이 소위 참여정부의 386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 역시 구식이다 보니 정책 실패를 겪고 있는 것이다.
조순 전 부총리가 평가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다.
조순 전 부총리는 18일 오전 7시 도산아카데미연구원(이사장 김태인)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정부정책 처방으로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개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순 전 부총리는 “어떠한 정부든지 간에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한꺼번에 발전시키는 방법은 없다”며 “정부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요구는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책 실패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순 전 부총리는 일본의 근대사상가인 후꾸자와 유기치(福澤諭吉)의 “일신(一身)이 독립해야 일국(一國)이 독립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국민 각자가 스스로의 일에 충실하고 정부는 정경유착의 근절이나 기업경영의 투명성 재고와 같은 기초적인 여건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정부정책 있나
이날 조순 전 부총리는 “한때 정책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회고를 해보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에서 과연 성공적인 사례가 몇 가지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연이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거론했다.
조순 전 부총리는 “중소기업 육성, 농어촌 진흥, 재벌정책 등을 수십 년 동안 목표로 삼고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우리 경제가 이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 덕분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교육 부문에서도 조순 전 부총리는 “정부가 이공계가 지방대를 지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지적한 뒤, “문제는 정부의 지원 부족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질적 향상과 발전에 역행하는 지원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도 분식(粉飾) 처리하나
정부 정책 결정과정과 집행 방식의 건전성 확보 방안에 대해 조순 전 부총리는 “내용이 없는 정부 정책을 잘 분식(훌륭하게 보이기 위해 겉을 꾸밈)해서 마치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럴 경우 정책도 실패하고 정부도 욕을 먹게 된다”고 충고했다.
조순 전 부총리는 “무엇보다 정부 당국은 현실 그대로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정직함이 필요하다”며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어떤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망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연회 뒤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된 ‘김수환 추기경 발언 논란’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순 전 부총리는 “그러한 논란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이 시대에 성역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원로로서 처신하는 게 어려워진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