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발제에 나선 김우룡 교수는 우선 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중앙일보 발행인과의 대담 내용을 인용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언론과의 관계를 적대관계가 아닌 국정의 동반자로서 협력관계에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정책과 관련) 참여정부 들어 좋게 평가할 사안도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감정적·대증적(對症的) 처방만 나왔지 제대로 된 언론정책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를 "돈키호테식 정책만 쏟아낸 실패의 연속"이라 말했다.
그 사례로는 ▲기자 전화 도청 ▲청와대의 매체 차별대우 ▲지방언론 발전법 ▲방송정책 표류 ▲가판신문 구독 금지 ▲통합 브리핑제 도입 ▲신문고시 개정 ▲신문 공동배달제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비이성적, 비합리적, 즉흥적인 측면이 많고 감정적 미봉책만이 난무했다"며 "방송은 '아군', 신문은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태도로 메이저 신문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비판했다.
"더 이상 언론과의 투쟁도 긴장도 없다"
반면 다음 발제에 나선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애초 수구언론과의 비타협적 투쟁을 약속한 노무현 정권에게 이제는 더 이상 투쟁과 긴장도 없는 변절된 언론관만 남았다"며 김 교수와 정반대의 상황인식과 논리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했다.
김 교수가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다행'이라고 평가한 데 반해 양 위원은 '변절'이라고 평가한 것.
양 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집권 자체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1년간 진정한 언론개혁 정책은 없었다"며 "의지는 없고 시늉만 내며 시민사회를 속인 '양치기노인'"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노 대통령은 소유지분 제한과 같은 핵심 개혁과제를 '벅차서' 못하겠다고 시민사회에 떠넘겨 놓고, 정작 자신이 비타협적 투쟁 대상이라고 주장해왔던 언론사들과 막걸리, 와인 파티까지 즐기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양 위원은 "자신이 언론개혁을 거론하면 수구언론이 욕하니까 시민단체가 알아서 해달라는 말은 시민단체에게 '홍위병'이 돼달라는 발언"이라며 "그 변절의 화룡점정은 바로 <중앙일보> 홍 회장과의 만남"이라고 주장했다.
"국정 현안에서 '조중동'과 찰떡궁합... 피해의식 벗어나야"
한편 문성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이 융단폭격을 받고, 매질을 당하니까 한 마디 보태는 게 미안할 정도"라며 운을 뗐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유일하게 언론과 '맞짱'을 뜬 사람으로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며 개혁의 연착륙과 본격적인 언론개혁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개혁은 집권 초반에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노무현 정부는 지지자들에게 우려와 실망감만을 주었다"며 "현 정부의 언론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고 불필요한 오해만을 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배경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피해의식과 그로 인한 상처가 자리잡고 있다"며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이제는 대통령답게 언론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문 위원장은 "'조중동'은 노 대통령을 공격하며 '권력에 핍박받고 있는 언론'이라는 연극을 하고, 노 대통령은 정말 중요한 국정현안에 있어서는 '조중동'과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열불'이 나지만 하루빨리 바람직한 언론정책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법안에서라도 제대로 언론개혁 추진하라"
한편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임기응변식 대책과 대통령의 감성식 발언으로 일관했다"며 "제대로 된 언론정책이라 할 것도 없으니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무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총장은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제대로 된 언론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며 "대부분의 지식인이 권력화된 언론에 대해 적극적인 언론정책을 펼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 노무현 정권의 언론개혁 추진 의지 여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최 총장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언론개혁을 하라는 당연한 주장을 현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시장의 정상화 문제에 있어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공정위, 그리고 이를 충분히 지적하고 감시했어야 할 시민단체의 한계 역시 함께 지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총장은 언론개혁에 있어 시민 역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언론이 저지르는 사실 왜곡 문제를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독자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개혁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인사문제"라고 지적한 최 총장은 "대통령 보좌관들 중에는 언론개혁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언론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소양을 못 갖춘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진정한 언론개혁의 걸림돌"
이재국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언론개혁의 문제에 있어 본질적인 관심사는 노 대통령의 피해의식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며 참여정부와 보수언론과의 갈등이 언론개혁의 본질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그는 "언론개혁의 핵심은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아니면 어떻게 그 기능을 제대로 회복시켜 놓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 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을 돌아본 이 부위원장은 "노 정권은 언론개혁에 손을 뗀 지 오래다. 지금은 단지 그에 대한 언급과 주장만을 할 뿐"이라며 "이러한 행태가 오히려 진정한 언론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중동'이 초래한 언론 전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가 지닌 공적·문화적·사회적 기능을 언론이 앞장서 회복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한 이 부위원장은 "지방언론진흥특별법 등 언론개혁의 10대 과제를 널리 알리고 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비 안된 개혁 반발만 불러와"
한편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 개혁은 준비 부족으로 인해 상당한 한계에 부딪혔으며 일회성 조치만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언론개혁의 문제점에 대해 황 교수는 "언론시장과 매체에 대한 풍부한 지식없이 성급한 '칼질'로 땜질식 일 처리만 하고 있다"며 "자율 영역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구체적으로 "지금까지의 언론이 정치적인 매체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탈정치화돼, 상업화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현 정부의 언론개혁은 언론의 재정치화를 불러일으켰고, 역으로 신문방송사가 정치를 상업화의 소재로 삼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언론개혁이 단순히 과거 청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주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황 교수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는 반발만 일으킬 뿐, 그보다 언론 구조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참여정부의 기자실 개방 시도, 오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이 언론계의 고질적인 관행들을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는 점도 거론되었으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