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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16일) 지리산에서 예민선(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소속 민중교회 목회자들이 정기총회차 모였다. 이 날 여는 예배에는 허병섭 목사(녹색대학 총장 서리)가 초청되어 설교를 맡았다. 허 목사는 과거 70년대 서울 월곡동에 동월교회를 세우고 빈민운동을 이끈 민중교회 초창기 선배다.

총회가 시작하기까지 여유 시간이 있었으므로 가까이 있는 화엄사까지 그와 함께 산책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그는 KBS 일요스페셜에서 본 '전세계 가난한 이들의 노래-1달러의 삶' 프로그램을 보았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과거 70~80년대 이상으로 민중교회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올해 민중교회를 위한 훈련을 받겠다고 지원한 목회 훈련생은 아무도 없었다. 작년에는 1명, 재작년에는 2명이 겨우 있었을 뿐이다. 그만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목회의 관심이 멀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같이 동행한 목사님 한 분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구약시대에 풍요와 다산의 신(神)인 바알 숭배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었듯이 지금도 자본의 신(神) 맘몬(Mammon)에 대다수 교회가 휘둘리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허 목사는 설교시간에 KBS 일요스페셜에서 방영한 '1달러의 삶'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땅의 산성화로 농산물 수확량이 격감하고 있고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해져 간다는 우려, 앞으로 30~40년 이 추세로 가면 세계 인구가 지금의 두 배인 120억으로 늘어나는 데 그때가 되면 지구상의 인구 80%가 굶어 죽게 될 것이라는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도 말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기가 바쁘게 허 목사가 말했던 '1달러의 삶'을 인터넷으로 보았다. 햄버거 한 개 값밖에 되지 않은 1달러(1200원), 첫 장면에서는 그 1달러를 벌기 위해서 온 식구가 하루종일 소금광산에 나가 실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한다는 볼리비아의 루이스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일부 특수한 빈국에나 국한된 별난 내용이 결코 아니었다. 세계 전역에서 이와 거의 엇비슷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담은 장면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프로그램에 잠깐씩 소개된 이들이란, 숱한 절대빈곤에 놓인 사람들 가운데 표본이 된 지극히 작은 일부 즉 욕탕 속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이어지는 화면에서는 폐기처분된 벽돌을 높이 쌓아둔 무더기에서 뙤약볕을 견디며 하루 종일 일해야하는 방글라데시의 수잔느(14)가 소개되었다. 그는 매일 150~200장의 벽돌을 깨고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1020원)을 받고서 겨우 끼니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루 먹을 양식을 마련하기 위하여 죽도록 붉은 벽돌을 망치로 으깨야하는 스잔느 앞에서 인류가 고상하다고 말하는 종교며, 철학이며, 예술이며, 문학이란 다 무엇일까. 수잔느의 지옥같은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다 배부른 자들이 달밤에 하품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을 거다.

나프타(NAFTA) 체결 이후 130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현재 매년 2~3만 명의 농민들이 미국으로 목숨을 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음도 볼 수 있었다. 다국적 석유기업의 무분별한 개발로 피폐된 나이지리아의 상황은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 장면은 인도네시아의 국제도시인 자카르타 거리의 아이들 이야기다.

인도네시아는 97년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체인구 2/3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면에는 화려한 도시의 빌딩 숲과 그 사이에 가려진 판자촌의 모습이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에 병든 어머니와 철없는 동생들의 하루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폭우가 마구 쏟아지는 자카르타 밤거리를 누비고 있는 소년 마리나가 보였다.

그는 지나는 차량을 붙잡고 한참을 구걸을 하다가 끝내는 빗속에 주저 앉아버렸다. 도대체 누가 마리나를 이렇게 한밤중 빗속 도심의 거리로까지 내몰았을까. 슬픈 음악을 배경으로 간간이 스쳐 보여주는 자막들은 자본의 국경이 사라지게 만든 미국식 세계화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세계화는 승자와 패자 사이를 더욱 크게 벌여 놓을 것이다"
- 미 CIA글로벌 스탠드 2015 보고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지난 8년간 2억 명 증가했다"
-UN개발계획 보고서

"나이지리아의 1달러 미만 수입자는 처음 원유가 생산되던 40년전 27%에서 현재 66%로 급증했다" -크리스천 에이트

"60억 인구 중 약 10억 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이 문제를 심각히 다루지 않으면 2030년에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UN 해비타트 보고서

"전세계에서 7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세계인구 0.1%가 전세계 부의 40%를 소유하고 세계 인구 절반은 하루 2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간다."

"경제대국 미국에서도 전체가구 중 11%가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가난의 바다, 그것은 인류가 넘어야할 마지막 장벽인지도 모른다"

"1996년 세계식량 정상회의는 2015년까지 빈곤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UN은 각 나라의 경제성장과 선진국의 지원이 저조하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13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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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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