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중반 노동 운동 집회의 메카였던 영등포산업선교회(신승원 목사)가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3만4천여점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이하 기념사업회) 사료관에 기증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기증한 자료 중에는 그동안 일반 언론사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70-80년대 민주화운동 관련 희귀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어, 앞으로 관련 연구·교육은 물론 전시 사업 등의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 희귀 자료 상당수 포함
이번에 수집된 사료에는 영등포산업선교회 자체 활동 자료는 물론 70년대 민주노조운동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동일방직 노조, 원풍모방 노조 관련 자료도 있을 뿐만 아니라, 80년대 중반 본격적인 노조 활동의 분수령이 됐던 85년 구로동맹 파업, 대우자동차 파업 관련 자료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70-80년대 구로 지역에서 전개된 각종 노동 운동 관련 자료를 비롯해 현재 청주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진동 목사 등 산업선교에 투신한 활동가들의 70년대 현장 기록을 담은 기독교 노동 운동 관련 자료가 대량 포함돼 있다고 기념사업회 사료관은 전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관련 자료를 기증하며 "이들 자료는 당시 산업선교를 '용공'으로 매도했던 박정희 정권과 이를 그대로 선전했던 관변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신승원 목사는 "과거 민주화 운동 자료들을 보존·관리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있지 않다"며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그 자료를 소중히 보존했던 것은 그 자료들 속에 '가난한 자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고 그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기증 의미를 밝혔다.
'가난한 자들'의 아픔과 고통 담겨
한편 자료를 기증받은 기념사업회 사료관은 "이번 자료에는 당시 파업 현장에서 만들어진 각종 문건들과 성명서를 포함해 저임금, 무권리에 시달려왔던 노동자들의 요구와 파업 전개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며 기증 자료의 사료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광일 사료관 기획수집 1과장은 "그동안 민주화운동자료관추진위원회, 가톨릭농민회, 그리고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한데 이어 영등포산업선교회로부터 주요 자료들을 기증 받음으로써 명실상부한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보관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의욕적으로 향후 기념사업 계획을 밝혔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자료가 40여만건에 이르며, 사료 기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자료의 열람 요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념사업회 사료관은 현재 민간 부문에서는 국내 최초로 '민주화운동 사료관리시스템'을 개발·시험 중에 있다. 기념사업회 사료관에 그동안 수집된 각종 사료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베이스화된 후, 분류 및 기술, 디지타이핑 작업을 거쳐 오는 2005년부터 순차적으로 관련 연구자와 일반 이용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 | '도산이 들어가면 도산한다'고 모함하더라 | | | 영등포산업선교회를 통해 본 '도시산업선교' | | | |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노동선교 센터로 58년 이후 영등포 일대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전도와 예배 활동을 위주로 하였으나 68년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이후 '도시산업선교'라는 개념으로 공단 지역에서 본격적인 노동 운동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이러한 도시산업선교를 '좌경용공세력'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70년대 말~80년대 초에 걸쳐 대대적인 탄압 색출작업을 벌였다.
당시 대부분은 방송신문사들은 도시산업선교를 탄압하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데 급급해, 당시에는 '도산이 들어가면 도산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인구에 회자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인명진 목사를 비롯한 다수의 활동가와 노동자들이 구속되거나 해고됐지만, '도시산업선교' 활동은 이후 87년 노동자대투쟁과 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결성으로 이어지는 한국노동운동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주노동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 김태형 기자 | | | | |
덧붙이는 글 |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기념사업회 사료관 측에 기증서를 전달했으나 기념사업회 사무실 이전 등의 관계로 이달 11일 자료가 입수·수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