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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손석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 오마이뉴스 김태형
정-언간의 ‘폭로 커넥션’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손석춘 위원은 무엇보다 “언론 사주와 편집국 간부의 독재 체제, 그리고 이를 내면화한 기자 개인의 취재윤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손 위원은 “전에는 신문사의 소유구조 문제만 개혁되면 ‘조중동’ 안의 젊은 기자들도 개혁에 동참해 제대로 된 기사를 잘 쓸 거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문제의식 없는 젊은 기자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만 준 것 아닌지 회의가 든다”며 기자들의 각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손 위원은 “‘조중동’의 편집부 간부들과 한나라당 사이의 커넥션 속에서 자신이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항의하기는커녕 그 체제 속에서 안락하게 숨어있는 상황”이라며 “‘조중동’ 안에 있는 기자들에게 ‘도대체 그 안에서 뭐하고 있는지’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주 편에 서서 글을 쓰는 젊은 기자들에 충격"

기자의 취재윤리와 실존적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 손 위원은 70년대 대표적인 민주언론운동이었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을 예로 들었다.

손 위원은 “동아 투쟁도 당시 입사 5년차 안팎의 젊은 기자들이 벌인 운동”이라며 “그 계기가 마련된 것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젊은 기자들을 상대로 각성을 촉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사 소유구조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자 개개인의 각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언론개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손 위원은 “죽어가는 저널리즘을 살릴 수 있는 것은 그 체제에 물들어 있는 기자들이 아니라 새로 충원되는 젊은 기자들의 문제의식인데 사주의 편에 서서 글을 쓰는 젊은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언론사 내부에서는 기자 개개인이 실존적 결단을 내리고 데스크와 싸워나가는 노력을 벌여야 하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런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언론과의 폭로 커넥션 문제는 한국 언론의 전반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손 위원은 “폭로 정치인에 대한 가차없는 낙선운동이 필요하다”며 그 대표적인 인물로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과 홍준표 의원을 지목했다.

손 위원은 “무엇보다 총선정국에서 왜 언론을 개혁해야 하는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시민언론단체는 언론운동의 당위성을 확산화·보편화 시켜나가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낙종' 부담 크다"..."자세 가다듬는 계기"

김수현 SBS 정치부 기자
김수현 SBS 정치부 기자 ⓒ 오마이뉴스 김태형
한편 방송 분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SBS 김수현 기자는 정치권과 언론과의 폭로 커넥션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폭로에만 매달리는 정치풍토와 이를 위주로 보도하는 취재관행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현장 기자로서 겪는 다양한 고충들을 털어놨다.

김 기자는 “폭로 자체가 뉴스가 되고 정치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책뉴스를 다룬다 해도 뉴스로 나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며 “기자들의 게으름과 문제의식 부족도 큰 문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취재관행을 극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사실 규명의 책임이 언론에 있기는 하지만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낙종’의 부담이 결코 작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김 기자는 “되도록이면 중립적인 입장과 반론 보장을 통해 편향성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항상 잘 되지만은 않는다”며 “정치부에 오래 있다보면 이런 관행이 익숙해지고 그 속에 젖게 되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 재검토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폭로저널리즘’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을 비롯해 각종 사례를 소개하는 연구내용이 소개됐다.

발제를 맡은 송경재 정치학 박사는 “폭로저널리즘의 문제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폭로저널리즘이 일부 불순한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와 목적에 따라 진행된다 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폭로성 정치공세를 일부 보수적인 언론사들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무분별하게 인용·보도함으로써 ‘의혹과 추가폭로’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송 박사는 이러한 폭로 커넥션이 가능한 이유로 ▲후진적인 정당구조와 정치문화 ▲언론의 여과기능 상실 ▲기자의 전문성 부족 ▲언론과 정당간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을 지적했다.

이러한 폭로정치와 폭로저널리즘간의 커넥션은 결국 국민들에게 정치판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양산한다는 게 송 박사의 분석이다. 언론 또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박사는 정치문화의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 제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활성화 ▲언론 스스로의 정화 노력 ▲시민단체의 감시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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