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교차로에 위치한 LG빌딩 앞 지하철 환기구에 통신사 행렬이 나타났습니다.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이곳 환기구는 다른 곳과 달리 아주 멋있는 그림 한 폭이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통신사 행렬이 그것입니다. 통신사란 조선시대에 왜국(일본)으로 보내던 사신을 말합니다.
이 통신사들은 당시 조선과 왜국의 외교, 무역, 문화적 측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통신사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통신사 행렬의 규모 등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의 맨 오른쪽에는 그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옵니다. '인조 14년 통신사 입강호성도'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인조 14년에 파견된 통신사 행렬을 그린 모양입니다.
이 그림의 전체 길이는 대략 10여 미터 정도 되는데, 굉장히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비교적 세세히 묘사되어 있고 각 인물들 위에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통신사가 조선을 떠날 때의 모습이 아니라 모두 왜국에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기'라고 되어 있는 사람을 수발들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왜국인 것을 보며 짐작해 봅니다.
보통 통신사절단 한 사람에 대 여섯명의 왜국인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 조선 통신사 사절단에 대한 왜국의 대접이 얼마나 극진했는가도 알 것 같습니다.
통신사들의 얼굴이나 옷차림 등도 재미있습니다. 도포에 갓을 쓴 조선인들의 모습과 독특한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왜인들의 대조적인 모습도 눈에 보입니다. 그림에는 소통사와 역관이라는 직책이 보입니다. 소통사는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역관은 지금으로 말하면 통역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통신 사절단이 모두 왜국 말을 잘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통신사절단의 가장 높은 직책은 아마도 종사관 벼슬이었나 봅니다. 그림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말을 타고 가는데 비해 유독 종사관만은 가마를 타고 있습니다. 종사관 하니까 갑자기 '대장금'이 떠오르는군요. 장금이와 로맨스를 펼치고 있는 민정호 나으리가 한때는 종사관이었지요. 지금은 부 도제조 자리에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서면에 이런 그림을 마련했다는 것이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이 근처를 지나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눈여겨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디비지뉴스(www.dbgnews.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