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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노희경은 독특한 방송작가다. 혹자는 ‘제2의 김수현’이라고도 한다. 타고난 재능에 대한 찬사다. 그러나 작품세계는 전혀 다르다.

시청자의 사고를 장악하는 김수현의 수다스럽고 공격적인 다변(多辯)과 달리 노희경의 대사는 시청자와의 소통의 시간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김수현의 주류 코드와는 달리 노희경의 비주류 코드는 모든 작품에 깊고 굵게 새겨진다. 그것이 시청률의 차이로 나타난다.

노희경이라는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각인시킨 드라마 ‘거짓말’부터 현재 방송되고 있는 ‘꽃보다 아름다워’(연출 김철규)가 모두 ‘가난한’ 시청률에 시달렸다.

온갖 잡다한 흥행공식과 비논리적인 극 전개, 감정 과잉의 짬뽕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끝나고 나서야 ‘꽃보다 아름다워’는 간신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의 드라마라면 시청률 20% 내외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꽃보다 아름다워’는 6∼7%대에서 머물다가 최근에야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묘하다. 같은 시간대의 경쾌하지만 의미심장한 드라마 ‘천생연분’(MBC)이나 여타 드라마들과 비교하면 거북이 걸음이다. 느리기에 소소하고 세밀하다. 시청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 순간의 사소한 감정이 드라마에서 생생하게 표현된다. 폭소가 터지거나, 눈물이 펑펑 터지게 하지 않는다.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시청자를 눈물이 아닌 마음으로 울게 하는 것이다.

영자(고두심)의 남편(주현)은 새 부인(방민서)과 살며 아이를 낳는다. 새 부인은 병을 얻는다. 신장이 아프다. 영자는 상황에 몰려 새 부인의 간병을 하기도 한다. 애써 만든 탕국물에 침을 뱉어 넣으면서도 상황을 받아들인다. 마침내는 신장이식이 필요한 새 부인에게 자신의 콩팥을 떼어주게 된다.

큰딸(배종옥)은 술주정에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생선가게를 해 아이를 키우며 산다. 그런데 총각교수(박상면)가 구애한다. 이미 실패한 결혼 때문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배종옥은 박상면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박상면과 엄마 고두심에게 화풀이를 한다.

둘째 딸(한고은)은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남자(김명민)와 결혼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의 오빠를 실수로 죽인 사람이다. 서로 모르고 만나 사랑은 깊어진다.

한결 같이 답답한 사랑이다. 한고은과 김명민이 나누는 사랑 속에 이미 애증이 잠재되어 있는 것처럼 고두심과 주현, 방민서 간에도 애증이 겹겹이 깔려 있다. 트렌디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가볍고 경쾌한 사랑과는 다르다. 사랑하는 이의 눈을 뜨게 해주기 위해 목숨을 버려 각막을 주는 과장된 사랑이 판치는 만화 같은 드라마(천국의 계단)와도 다르다.

음식에 침을 뱉어줄 정도로 미운 남편과 새 부인, 그러나 그런 증오의 밑바닥과 만나 괴로워하는 고두심의 마음에서도 사랑은 떠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통속적 상황 속에서도 통속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희망은 모성애와 자매애(고두심과 가족들, 고두심과 박성미, 박성미와 김영옥의 관계)에서만 나오지만 그것은 이기적인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된다. 그러나 그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희생자가 필요하고 그것이 하필이면 ‘엄마’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드라마가 흘리게 하는 눈물은 짜다. 안약 따위로 만들어내는 눈물과는 다르다. 세상에 필요한 만큼의 염도, 그래서 이 드라마가 흘리게 하는 눈물은 어둡지만 희망이 담겨 있다. 그것이 ‘노희경표’ 드라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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