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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민족정기모임 소속 의원 7명은 27일 본회의 산회 직후인 5시45분께 박관용 국회의장을 만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검토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박 의장으로부터 확답을 듣지는 못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4신 : 27일 오후 7시]

박관용 의장, 민족정기모임 대화 노력 강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테니 여러분도 다른 의원들과 대화를 하라."

김희선·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민족정기모임 소속 의원 7명은 27일 본회의 산회 직후인 5시45분께 박관용 국회의장을 만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검토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박 의장으로부터 확답을 듣지는 못했다.

박 의장은 이들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직권상정권을 무리하게 운용하면 의장이 당할 수도 있다"며 제한적으로 직권상정권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의장은 이어 직권상정을 요청하기에 앞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우선 접촉할 것을 당부하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족정기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같은 박 의장의 언급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니 안 될 경우 적극 검토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김희선 의원은 "16대 국회가 얼마나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켰느냐"며 "내일 모레가 3·1절인 만큼 16대 국회의 마지막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은 "직권상정권을 대단히 절제하겠다는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시기적으로 마지막 본회의인 만큼 합의가 안 될 경우 직권상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3신 : 27일 오후 3시]

김희선 의원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할 듯


국회 법사위를 어렵게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특별법이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자 법안발의자인 김희선 의원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희선 의원은 27일 "본회의 산회 직후 박관용 국회의장을 찾아가 이 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만약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사일정 변경신청을 해서라도 오는 3월 2일 본회의에 반드시 상정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구한 한나라당측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채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법안의 상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 법안 처리와 관련해 아직 당내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일청산 문제가 총선기간 동안 정치적 이슈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법안 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일례로 이상득 사무총장이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의 총선 전략문건 파동 기사를 접한 뒤 "독도문제나 고려사, 친일 등도 선거를 위해 활용, 압력과 협박을 불사하겠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한편,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독립유공자 단체 관계자들을 '괴한'으로 몰아세운 김용균 의원의 홈페이지가 오후 2시 현재 접속량 폭주로 일시 폐쇄됐다.

[제2신 대체: 27일 오전 11시 40분]

한나라당, 친일진상규명법 본회의 상정 보류 요청


26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이 오늘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렵게 됐다.

이날 오전 의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측은 '친일진상규명 특별법'과 '6.25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특별법' 등 2개 특별법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해 연말 법안을 발의한지 두 달만에 어렵게 법사위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은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문앞에서 좌절될 위기를 맞게 됐다.

만약 이 법안 상정이 좌절될 경우 한나라당은 독립운동가단체 등으로부터 친일파 비호집단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제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이 독립유공자 단체 회원을 '괴한'이라고 지칭한 것도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논란끝에 수정통과되자, 김희선 의원과 김용균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1신 대체 : 26일 밤 11시 40분]

친일진상규명법 발의 두 달만에 곡절 끝 법사위 통과
위원 9인 진상규명위 구성...반민족행위자 조사 및 사료편찬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이 26일 진통 끝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법사위에 상정된 지 정확히 2개월 만이다. 이 법안은 27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될 전망이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친일 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며,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사료를 편찬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위원회의 활동시한은 애초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었다.

이 법안은 특히 일본 제국주의의 군대에 복무한 중좌이상의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 징용을 강요한 행위, 일본군을 위안할 목적으로 부녀자를 강제로 동원한 행위들을 친일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중앙의 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식민통치에 협력한 행위, 일본제국주의의 전쟁수행을 전국적 차원에서 돕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금품을 자발적으로 헌납한 행위 등도 친일행위로 못박고 있다.

또 동양척식회사·식산은행의 중앙조직 간부들, 고등문관 이상의 관리, 우리민족의 감금과 고문 등 탄압에 앞장선 헌병분대장 이상 또는 경찰간부 등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1조 이 법안의 제정 목적을 명시한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한 자가 행한 반민족행위의 진상규명'이라는 조항이 다소 완화된 표현인 '일본제국주의를 위하여 행한 친일반민족행위'로 수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또 '내선융화와 황민화운동을 주도한 문화기관이나 단체'라는 친일행위 규정 문구는 '중앙의 문화기관이나 단체'로 대체돼, 지방 기관이나 단체에 재직하며 반민족행위를 일삼은 친일행위자에 대한 진상규명은 힘들게 됐다.

▲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중 "군계급이 `중좌`이상인 자만 친일파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장기록] 26일 국회 법사위 친일행위 진상규명법이 통과되기까지

#장면 1 : 김용균 의원, '괴한 발언' 물의...4시간여 지연


오후 4시30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을 안건으로 상정한 국회 법사위는 이미 제2심사소위원회를 거친 조문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내놓아 논의 초반부터 논란을 예고했다.

애초 이 법안은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곧바로 반려 혹은 표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사위 전문위원이 부작용을 우려 '재수정'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이 독립유공자 단체회원을 '괴한'으로 몰아붙이며 일부 언론과의 유착설까지 제기하는 바람에 4시간여 동안이나 처리가 지연됐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안의 검토의견을 통해 "친일행위 규정이 모호해 선량한 일반국민을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이종걸 의원이 이 발언을 문제삼아 "수석전문위원이 직접 함께 토론하며 수정한 법안인데도 또 수정할 사항이 있다는 말이냐"고 캐물으면서 양측간에 잠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용균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해 왔던 김삼열 독립유공자 유족회장 등을 '괴한'이라고 지칭하며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칠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그들은) 독립운동에 쥐뿔도 기여한 자들이 아니"라며 "혹 그 중에 독립후손이라는 얘기를 하며 민족사적인 큰 권한이나 가진 듯 애국심을 전매특허 받아 함부로 선량한 국민을 매도하는 자가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이 법 통과와 관련해서 내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당신은 낙천자 명단에서 빼 줄 테니까 이 법에 찬성하라', '국참 0415 당선 추천자에 넣어줄 터이니 이 법안에 찬성을 하라'는 그러한 정치적 암거래도 있었다고 듣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이런 자들은 이 법을 이용해서 전국민의 친일파화, 전국토의 투쟁화, 전인민의 모략대상화를 통해 국가사회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가려는 음모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17대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그 괴한의 음모 활동은 타락한 언론인과 손을 잡고 추진되고 있다"며 이 법안의 처리과정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기춘 법사위원장은 김용균 의원의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의 표결처리를 시도하려했으나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오후 5시께 표결을 보류하고 다른 안건의 검토에 들어갔다.

한편, 김 의원은 전체회의 도중 복도에서 만난 독립유공자 단체 대표에게 "나쁜 놈! 당신이 독립운동 했나!"라고 고함을 치며 격한 감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우리당이 군간부 전체를 친일파로 규정하자고 하는 것은 박근혜 의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조재환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김희선 의원이 근거를 대라며 항의하자, 조 의원이 "다 아는 얘기 아니냐"며 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장면 2 : 김용균 “친일행위진상규명법 배후 누구인지 밝히고 사과하라” 요구

오후 7시25분께 속개된 회의에서 김용균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배후설을 제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먼저 반민족적 괴한이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본 위원을 지저분한 수단을 강구해 나의 명예와 나의 조상을 모함하고 있다”면서 “이 법안에 적극적인 최용규, 이종걸, 김희선 의원은 그런자의 배후에 대해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이에 대한 사과 이후에 심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이 법안의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난데없는 주장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최용규 의원은 “배후를 알고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배후에는 민족정기를 세우고 바로잡기 위한 의원들과 국민들의 정서가 있다”고 맞서며 김 의원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의 뜬금없는 ‘배후설’ 제기로 인해 회의가 연장될 조짐이 보이자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이 논의의 조속한 종결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섰다. 최 의원은 “오늘 다시 소위원회로 넘기면 또 법안 통과가 지연되거나 억측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제안자인 김희선 의원이 수정안을 검토하고, 이 법안이 민족사를 재평가하고 재조명하는 의미가 큰 만큼 오늘 논의를 여기서 종결짓자”고 제안했다.

김기춘 법사위원장도 최 의원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반대 입장을 지닌 의원은 어느 문구를 수정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의원들마저 이처럼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김용균 의원은 이 법안의 총체적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면서 3∼4개 사항에 이르는 모호한 규정을 명료하게 바꿀 것을 제안했다.

김 의원이 수정을 요구한 부분은 친일행위규정의 일부 조항 변경과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선정의 객관성 보장, 조사대상자의 구제절차 마련 등이다. 특히 그는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의 자격과 관련 “적어도 부모와 조부모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 당시 반민족행위를 하지 않았어야 하며 친공·반미행위를 한 일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타인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한 자와 조사대상자가 단지 특정 공직에 재직했다는 사실만으로 반민족적 행위로 단정, 이를 언론에 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추가할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김용균 의원의 요구수위가 이처럼 점차 높아가자 이번에는 김희선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미 김용균 의원이 지적한 사항은 지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추가된 사항인데다 자칫 일부 조항에 대한 과도한 수정요구가 법안의 발의 취지 자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희선 의원은 “지난 1월 7일 최연희 의원이 조항 하나하나를 모두 거론하며 조목조목 따졌고 처벌 조항이 없거나 이의신청 조항이 없지도 않다”며 “이미 포함돼 있는 조항을 오늘 다시 문제삼는 것은 이 법안의 성격을 다시 규정하려는 것이므로 법사위의 월권”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김용균 의원과 김희선 의원의 계속되는 설전으로 법안 처리가 또다시 미뤄질 기미를 보이자 최연희 의원이 나서 “자칫 조정만하다 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 의결정족수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간사단 회의를 제안했고 김기춘 법사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여 저녁 7시45분께 20분간 정회를 선포했다.

▲ 조재환 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에서 "우리당이 군간부 전체를 친일파로 규정하자고 하는 것은 박근혜 의원을 노리는 것 아니냐"며 표결거부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장면 3 : 박정희 친일행위 논란

각 당 간사단 회의는 당초 예상보다 30여분이나 길어진 8시35분께 끝이 났다. 각 당 간사들은 김용균 의원의 수정 제안을 대폭 수용, 일단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렀지만 단 한가지 조항에 대해 김희선 의원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단일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라고 명시돼 있는 이 법안의 2조 10항을 두고 ‘일반 장교’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좌(중령) 이상의 장교’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김희선 의원은 일제시대 당시 한국인 신분으로 중좌 이상의 장교로 복무한 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이 조항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 ‘장교’로 명시할 것을 주장한 반면, 김용균 의원은 "통상 군대에서 장교가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계급은 중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중좌 이상의 장교’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양측이 이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김기춘 위원장은 합의가 안될 경우 표결로 처리하겠다고 거듭 양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조재환 민주당 의원이 이 조항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당리당략’이 숨어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 퇴장의사를 밝히자,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만약 조 의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할 경우 이 법안은 정족수 부족으로 또한번 법사위에 계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 의원은 김희선 의원이 계급을‘장교’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이 한나라당의 차기 대표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공격의 빌미를 삼기 위한 정략적 의도 아니냐”, “한나라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로 몰 의도가 있다고 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쪽에서는 몰아야 하겠다는 얘기다. 내가 얘기 다 들었다”며 거세게 따져 물었다.

해방 직전 만주군 중위로 복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장녀인 박근혜 의원을 '죽이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이 문구에 숨어있다는 것이 조 의원 주장의 골자였다.

이에 격분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거짓말하지 마라”고 반발하며, 조 의원의 해명을 촉구했다. 최용규 의원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민족정기를 다룬다? 이런 전제는 다 같이 피해야 한다”고 반박했고, 김희선 의원은 “민족정기 의원모임에는 여야가 모두 같이 있다, 이같은 비약이 어디 있느냐, 거짓말하지 마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종걸 의원도 가지고 있던 문서뭉치를 책상에다 내려치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결국 김기춘 위원장은 ‘중좌 이상의 장교’와 ‘장교’, 이 두안을 놓고 표결에 부쳤고, 최연희·최병국·함석재·김기춘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용균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조항의 문구는 ‘중좌 이상의 장교’로 수정됐다. 조재환 민주당 의원은 어느 쪽에도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고 기권을 행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 9시께 김기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통과를 알리면서 산회를 선포했지만 조재환 의원의 발언에 의해 촉발된 ‘박정희 친일행위’ 논란 여파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희선 의원은 산회 선포 뒤 곧장 조재환 의원에게 달려가 “누가 그랬는지 말하라”며 해명을 요구했고 최용규 의원도 김 의원을 거들었다. 하지만 조재환 의원은 “다 알고 있다. 서로 정직하자”고만 답할 뿐 구체적인 해명은 거부했다.

"누더기 법이라 아쉽지만... 결국 국민이 이긴 것"
[인터뷰]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주도한 김희선 의원

▲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처리가 연기될 조짐을 보이자 김희선 의원이 법사위를 나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결국 법안은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해방후 제헌국회에서 '반민족행위자처벌법'(약칭 반민법)을 제정, 친일파 청산에 나섰으나 친일세력들의 방해로 좌절된 이후 56년만에 관련법이 다시 제정돼 미해결로 남겨진 친일역사 청산의 계기가 마련됐다.

26일 밤 곡절끝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안을 발의해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해온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지만 친일청산의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를 둔다"고 밝힌 뒤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27일로 예정된 본회의 통과에 대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는 "국민적 성원이 좋은 결실을 맺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밤 법안 통과 직후 김 의원과의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 곡절 끝에 친일진상규명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소감은?
"지난 제헌국회에서 반민법을 제정, 친일파청산에 나섰으나 반민특위의 좌절로 실패했다. 이후 역사의 과제로 남아온 친일파를 이번 특별법을 통해 다시 청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를 둔다. 특별법이 아쉬운 대목도 물론 많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법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간 법 제정을 도와주신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법 통과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려고 한다. (김 의원은 울먹이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무엇보다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제정의 취지를 설명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16대 국회에서 민족정기 의원모임을 만들고, 지난 2002년 친일파 708명의 명단공개 등을 계기로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특별법 제정에 반대햇던 의원들을 어찌 보나.
"그들 나름의 사정과 생각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법 제정에) 승복했다. 국민이 이긴 셈이다."

- 오늘 법사위에서도 조항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무엇이 가장 쟁점이었나?
"2조 10항에서 일본군 간부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나는 모두 친일파로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일본군 장교가 되기 위해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나중에 일본군 장교가 된 사람들은 생계형 친일파 같은 부류가 아니다. 당시 군국주의하에서 군 장교는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추집단이었다. 그런데 한 법사위원이 장교의 범위를 중좌(현 중령)로 하자고 해서 내가 반대했다. 결국 표결에서 수정안, 즉 중좌 이상을 친일파로 규정하기로 결정됐다."

- 이번 특별법 제정에서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당초에는 창씨개명을 앞서서 실시하고 또 선전한 자들이나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우리역사 왜곡에 앞장선 사람들도 친일파로 규정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어찌보면 누더기 법안이 된 셈인데, 법은 협상의 산물인만큼 나로서도 어찌 할 수 없었다.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 27일 본회의 통과를 어찌 전망하나?
"그간 이 특별법 제정을 놓고 상당히 긴 시간동안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친일청산에 대한 국민적 성원이 있고, 최근 이런 사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법안 발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155명이나 동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16대 국회는 우리 민족사에 큰 죄를 짓게 될 것이다."

- 얼마전에 최용규 의원이 '친일파 재산 환수법'을 발의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현 16대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통과가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17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구에 나가보면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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