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앙일보>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국내 연구팀의 성과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의 보도제한 시점보다 하루 먼저 보도하면서 불거진 '국제 엠바고' 파기 논란이 '사과문' 게재를 둘러싸고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홍혜걸 중앙 기자는 본인과의 약속을 깨고 사과문 게재 사실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이를 언론에 알린 한국과학기자협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 기자는 26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3일 과학기자협회 이사회에 참석, '물먹고 게으른 기자들' 등 거친 표현을 써서 다른 기자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기자는 "엠바고 파기 논란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사과하지 않았고, 그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홍 기자는 또 "그날 협회측의 사과문 게재 요청을 받고, 회원들 사이의 진솔한 사과는 가능하나 악용의 소지가 있으므로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과문 싣는 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즉 ▲엠바고 파기 자체를 사과하는 게 아니고 ▲회원 개인 차원의 사과이며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다 등의 조건 아래 과학기자협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었다는 게 홍 기자의 설명이다.

홍 기자는 "그럼에도 언론에 알려지고, 더욱이 엠바고 파기를 사과한 것처럼 비쳐진 것은 내 명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약속을 어긴 과학기자협회와 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기자는 국제 엠바고 파기와 이번 사과문 게재 등 잇따른 논란 속에서 일부 기자들의 모습에 큰 실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엠바고 깬 것에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고 전제한 홍 기자는 "하지만 논란거리가 있는 문제를 나와 중앙일보가 무조건 잘못한 것으로 몰아붙이고 사과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매도한다면, 기자를 안할지언정 더 이상의 명예훼손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오후 5시께 '중앙일보 기자, 과학기자협회에 사과문 제출'이라는 제목으로 조선닷컴에 기사를 실었다. 조선 기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디어오늘에서 홍 기자 징계 사실을 쓴 걸 보고, 과학기자협회에 확인해서 기사를 썼다"며 "언론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찬휘)는 지난 17일과 23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어 국제엠바고를 파기하고 이를 문제삼은 동료 기자들을 비난한 홍 기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과학기자협회는 23일 홍 기자의 소명을 직접 청취한 뒤 과학기자협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하고, 회원자격을 일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홍 기자의 사과문은 25일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관련
기사
[2월 16일 보도] 신문전쟁으로 번진 '줄기세포' 엠바고 공방

다음은 홍 기자가의 사과문 전문이다.

과학기자협회 회원 여러분께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입니다.

지난번 '황우석, 문신용 교수의 인간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성공'란 주제의 제 기사 때문에 본의 아니게 회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제 해명의 글에서 '게으르고 물먹은 기자'란 원색적인 표현으로 동료와 선후배 기자들을 비난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흥분한 나머지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나온 표현이었을 뿐 결코 제 진심이 아니었음을 십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이며 당분간 자숙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찬휘 회장님을 비롯한 동료와 선, 후배 과학기자 여러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홍혜걸 올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