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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은 미완성의 인생이 아니다. 삶의 또 다른 선택이며 패턴일 뿐" 임계성의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
"독신은 미완성의 인생이 아니다. 삶의 또 다른 선택이며 패턴일 뿐" 임계성의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 ⓒ 큰나무
#1. 유통 기간 지난 빵, 혹은 안 팔린 고등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의 독신을 보는 시선은 그랬다. 마치 시외버스 종점 슈퍼의 한쪽 구석에서 먼지로 포장을 하고 있는 빵(당연히 유통 기간은 지났다), 혹은 대형 슈퍼마켓 생선 가게에서 폐장 시간까지 안 팔려 나간 고등어를 보는 듯….
- 임계성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 중에서

#2. 우리는 천하무적 솔로 부대
'36.5도의 생체 난로 따윈 우리에게 사치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해야 제맛이다, 우리는 인간미 넘치는 솔로부대' '외로울지언정 부러워하지 말라, 이것이 솔로부대의 정신'….

만국의 솔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

독신을 유통 기간 지난 빵 또는 안 팔리는 고등어쯤으로 보는 과거의 시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그런 식의 발언을 드러내 놓고 할 경우 '촌스럽다'는 비난을 한몸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라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며, 얼른 벗어나야 하는 잠정적 단계로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낭만적 환상, '때'가 되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이때 '함께'는 심정적 거리보다는 육체적 거리를 의미)는 선입견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혼자라서 행복해'와 '혼자라도 행복해'. 두 문장 중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가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성애적) 커플/부부 중심적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 땅의 수많은 독신 여성과 남성들은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연인 투쟁의 역사'라고 규정하고 스스로를 '커플조아'에 억압받는 '솔로레타리아'로 위치시키는 솔로당 선언을 하기에 이르른다. 솔로레타리아는 기존의 커플조아적 연애 질서를 반대하는 모든 혁명을 지지하며 그 모든 혁명에서 사적 연애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을 다짐한다. 솔로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외로움이요, 얻을 것은 연인이니 만국의 솔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

혼자이기 때문에 불행하다?

그렇다면 커플조아가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라면 행복할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함께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반대로 그 때문에 잃어야하는 것들이 있다. 각각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다. 이때 그 사람의 성격과 그들이 맺은 관계의 특성, 연애의 시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물음을 바꾸어 보자. 혼자 있으면 행복할 수 없는가? 혼자서 밥을 먹고 극장에 가고 술을 마시는 것이 왜 가엾어 보이는가? 혼자서 밥을 먹으면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속도로 즐길 수 있다. 혼자서 영화를 보면 마음껏 감상에 빠질 수 있으며 혼자 술을 마시면 예기치 않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이것 역시 솔로레타리아들의 힘겨운 자기 위안이라고 여기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물음 한가지 더. 애인이 없으면 혼자인가? 체면 생각할 것 없이 실컷 떠들며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도 혼자인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달려와주는 친구들이 있는데도?

결국 문제는 혼자 있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있음'의 기준을 이성애적 연애 감정의 결합으로만 축소시키는 편협함에 있다. '혼자'와 '함께'는 행복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상황에서 얼마나 행복하려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행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열일곱명이 같이 있어도 외롭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혼자살기의 진수를 보여주마!

독신경력 15년의 혼자살기 베테랑(?)
임계성의 행복한 독신을 위한 10계명

1) 돈이 있어야 자유도 있다.
2) 심신이 건강해야 행운도 따른다.
3) 꿈과 희망이 미래를 만든다.
4)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이 운명을 바꾼다.
5) 성격이 좋아야 친구가 모인다.
6) 취미 생활이 활력소가 된다.
7) 신앙 생활과 봉사 생활을 한다.
8)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
9) 연애나 결혼에 목매지 않는다(반드시 하지 말라는 뜻 아님)
10)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행복의 지렛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임계성의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큰나무·2003)는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꽤 괜찮은 매뉴얼이다. 자신이 독신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자아 테스트에서부터 독신에게 필요한 재테크, 독신의 건강 관리법, 독신으로 타인과 잘 지내기 등 독신에게 필수적인 3요소-경제력, 건강, (섹스를 포함한) 인간관계-에 관한 조언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독신이란 자유와 고독이라는 칼날을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데도 자기 관리와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독신은 더 이상 주변인의 삶도 억압받는 소수의 삶도 아니며 미완성의 인생도 아닌 삶의 또 다른 선택이며 패턴"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독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 데이 등등의 '날'이 돌아오면 마음 한구석에 '날'을 세우는 대신 화랑이나 극장, 서점, 맛집 등을 순례하며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또한 독신 중에는 비만, 위장장애, 대인기피증, 알콜중독, 조루와 불감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운동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자연식과 요가, 곡류와 채소 중심의 자연식은 영양 과잉과 육류 중심의 식생활로 인한 성인병을 예방해 주며 요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 안의 에너지를 일깨워 준다.

이 외에도 저자는 혼자 살기 적당한 집 구하기와 집 꾸미기, 독신의 청약통장 만들기와 아파트 분양 쉽게 받기, 독신에게 도움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정보는 비단 혼자 사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온갖 스트레스로 홧병, 위장병, 술병 등으로 몸을 혹사하기도 하고, 여러 번의 연애 실패와 돈 때문에 고생하고,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에게 뒤통수를 맞으며, '나'라는 인간에 대해 연구"해 온 저자의 15년 독신 경력에서 우러나온 이 한권의 책은 성냥팔이 여자나 노숙자가 아닌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이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지침서이자 친절한 격려가 되어줄 것이다.

자가진단 나는 독신에 적합한가?

1) 혼자 충분히 먹고 살만한 경제력이 있는가?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등 관리 능력까지 포함)
2) 내 편이라 말할 수 있는 친구가 5명 이상 있는가?
3) 인생에서 꼭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가?
4) 아프면 종합검진을 받거나 보약을 지어 먹을 정도의 열성이 있는가?
5)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잘 어울려 대화할 자신이 있는가?
6) 혼자 식당, 극장, 술집, 여행지에 갈 수 있는가?
7) 내가 푹 빠지는 취미 활동이 있는가?(도박이나 포르노 사이트 서핑은 제외)
8) 시간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9) 외로움, 긴장, 불안, 두려움 등에 대한 감정 조절 능력이 있는가?
10) 성적 충동성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있는가?(무조건 억압하라는 뜻이 아니라 대상과 상황, 관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함)

저자 임계성은 10가지 질문 중 최소한 7가지에 ‘예’라고 답할 수 없는 사람은 독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

임계성 지음, 큰나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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