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일어섰다! 썩은 정치 갈아엎자!"
전국 여성노동자들이 '총선승리와 차별철폐'를 위해 '염원의 박'을 터뜨렸다.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은 6일 오후 종묘공원에서 제96주년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 4·15' 를 발기했다.
세계여성의날은 지난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 1만5000명이 노조결성의 합법화와 선거권을 요구하며 궐기한 것을 기념한 날이며,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3·8 여성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여성노동자를 국회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대회는 100년만에 쏟아진 3월 폭설로 칼바람을 맞으며 전국민중연대, 전국여성농민총연합, 공공연맹 등 1500여명 가량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그 중엔 3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도 있었으며, 딸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등으로 남성 참여자도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참가자들은 '똑같은 노동 똑같은 임금', '차별없는 세상'이 적힌 보라색 풍선과 평등의 상징인 장미꽃을 들고 "여성노동자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며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신장을 결의했다.
이어 민노총은 '여성정치실천단 4·15' 선언문을 통해 △여성노동자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 △썩은 정치 갈아엎고 여성노동자를 국회로 △비정규 차별철폐하고 고용안정 쟁취하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하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썼다고 해고 말라 △국공립시설 늘리고, 방과 후 교육 확대하라 △호주제 폐지하고 개인별 신분등록제 실현하라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박일수 열사의 추모 묵념으로 시작한 본 대회는 학습지 노조원의 촌극, 노래패 '아줌마'의 공연, 모범조직상 수여, 여성정치실천단 4·15 발대식 등으로 이어졌다.
민노총 위원장 이수호씨는 "여성노동자들이 70% 이상 비정규직을 차지하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로 빈곤과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여성노동자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노동운동 전체 과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대회사를 열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의 여성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중 51%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국회 의원은 겨우 6%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진출이다"라며 "4월 15일 썩어빠진 기존 정치판을 뒤집어 엎고 건강하고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날 대회 행사 가운데 모성보호권을 박탈당한 채,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학습지 노조원이 준비한 웃지 못할 촌극은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학습지 노조원은 이 극에서 어렵게 가진 아기가 무리한 노동으로 유산이 되고, 아이를 돌보며 힘들게 일해도 학습지 노조원에게 돌아오는 건 '해고'의 칼바람뿐임을 몸으로 토해냈다. 게다가 정부마저 그들에게 노동자가 아니라는 법적 해석으로 외면하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끝으로 학습지 노조원들이 학습지 사장과 정부를 향해 '비정규직 철폐하라', '고용안정 쟁취하라', '여성차별 철폐투쟁'을 외치며 극을 통해 궐기하자 곳곳에서 '다시 한번!'이라는 외침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어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 4·15발대식에선 오렌지색 잠바를 입은 민주노동당 각 후보들이 나와 선언문을 낭독하고 '총선승리와 차별철폐'를 상징하는 '염원의 박'을 터뜨렸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발대식을 통해 "현재 국회에 있는 여성들은 노동하는 여성이 아니다, 치마만 입었다고 다 같은 여성이 아니다"며 "이 땅에서 가장 차별받는 여성을 대표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과 여성들이 대접받는 평등한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아이들에게 물려주자"며 "일하는 여성들의 힘을 모아 4·15총선의 희망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또 이날 대회에선 '성희롱고충 처리위원회'를 설치한 현대백화점노조와 '비정규직 철폐'를 실천한 현대증권노조가 모범조직상을 수여받았다.
한편, 이들은 이달 초부터 시행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후 시민 노동 단체들이 불복종 운동방침을 밝혀 파장을 빚는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 도심 행진을 가졌다.
대회가 끝난 후 그들은 '진보정치! 양성평등!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종묘공원에서 명동까지 거리 행진을 펼쳤다. 편도 4차선 가운데 2개 차로로 행진한 그들은 1.8Km구간 동안 교통경찰과 여경기동대의 경호를 받으며 평화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덧붙이는 글 |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 4·15선언문
우리는 96주년 3.8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선배 여성노동자의 피어린 투쟁정신을 계승하고 총칼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외쳤던 여성노동자의 정치참여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415' 를 발족하고 당당한 정치의 주체임을 선언한다.
그동안 선거와 정치는 돈과 인맥, 지역주의로 가진 자의 잔치였다. 그 결과 보수정당과 정치인은 재벌로부터 검은 돈을 차떼기로 받고 정경유착을 통하여 자본의 입장을 대변함은 물론 반여성적인 썩은 정치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오는 4월15일은 썩은 정치판을 갈아엎고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정직하게 일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신명나는 승리의 날이 올 것이다. 특히, 정치에서 소외되고 가장 열약한 노동조건에서 비정규직으로, 또한 각종 차별의 대상이었던 여성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정치적으로 실천하는 날이다.
여성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여성노동자들은 참된 정치개혁을 실현하고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투쟁할 것이다.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415'는 민주노총 각 사업장을 누비며 여성노동자의 정치적 각성을 조직하고 여성노동자의 민주노동당 지지를 대중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썩은 것, 낡은 것은 가라!
모진 겨울에도 불구하고 봄날 어느덧 초록으로 물들어 피어나는 새싹처럼 이제 당당히 일어선 여성 노동자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
2004년 3월 6일 민주노총 여성정치실천단 415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