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그 바다에 섬들이 떠 있습니다. 그 섬들 사이로 하얀줄을 그으며 포구를 향해 배 한 척이 들어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섬들은 다도해며, 이곳은 땅끝마을. 육지의 끝입니다.
땅끝에는 봄이 완연합니다. 파릇한 풀들도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남쪽 끝이니 봄이 이른 게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남쪽 끝자락인 이 곳이 땅의 끝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계절의 시작인 봄을 맨 처음 맞는 곳이니 '땅의 시작'쯤으로 불러야 적당할 듯합니다.
옛날, 세계의 중심을 중국으로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계의 중심을 미국이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은 서울이었습니다. 길의 시작도 서울이었습니다. 서울은 올라가야 하는 곳이고, 서울이 아닌 곳은 모두 내려가는 곳이었습니다.
얼마 전 고속도로의 시작점이 바뀌었습니다. 경부선 고속도로의 시작은 부산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시작도 목포입니다. 그 번호체계를 사용하여 통일 이후를 대비한다는 것 외에도 전체적인 노선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목포가 시작이고, 부산이 시작이니 땅끝도 땅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봄이 대륙으로 향하니, 땅도 한반도를 머리로 하여 거대한 대륙을 몸뚱이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족의 기상을 아시아로, 세계로 펼쳐 갔으면 좋겠습니다. 땅이 시작되는 마을에 봄이 완연합니다.
덧붙이는 글 | 땅끝마을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에 자리한 한반도의 최남단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