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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마당에 앞서 다닮연대는 건널목을 건너며 시민들과 이야기하는 건널목시위를 진행했다.
본마당에 앞서 다닮연대는 건널목을 건너며 시민들과 이야기하는 건널목시위를 진행했다. ⓒ 다닮연대

여성이반풍물패 바람소리의 길놀이로 시작된 시위는 장애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편견들을 알아보는 퀴즈대회, 이자람씨의 축하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연극 <숨겨진 우리들을 말한다>에서는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를 따라간 신데렐라와 언니들의 뒷이야기를 그렸다. 왕자의 인형이기를 거부하며 왕궁을 뛰쳐나온 신데렐라는 언니들과 계모를 모함했던 것을 사과하고 '요정을 사랑한다'며 커밍아웃을 한다. 신데렐라가 퍼트린 소문 덕분에 '동생을 구박하는 못된 언니들'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언니들은 신데렐라를 용서하고, 세 자매는 함께 식탁을 차린다.

이날 행사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순서는 '랄랄라 덩실덩실'의 노래와 율동. <분홍립스틱>을 개사해 만든 <분홍무지개>라는 곡은 서로 다르지만 닮아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하자는 소망을 담았다. 관객들도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신나는 함성을 질렀다.

<분홍무지개> 함께 불러보기
"삼팔 이날은 소수여성들 무지개 깃발 아래 외치겠어요~"

ⓒ다닮연대
말하지 못한 그 이름 이제는 말해 볼 거야
상큼한 그 이름 난 레즈비언
우리는 장애여성 있었지만 없던 이름
이제는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가
전쟁반대는 여성들의 경험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이 모두가 원하는 평화
서로가 다르지만 닮아있었던 우리들
이제는 함께하는 여성들의 연대
삼팔 이날은 소수여성들 무지개 깃발 아래 외치겠어요
우리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차별과 억압들을 멈추겠어요
내일이 오면 무지개같은 다양함 인정되는 또 다른 세상
우리 드디어 세상을 향해서 자유의 목소리로 외쳐요

여성들이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어주고 힘찬 미래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표현한 퍼포먼스 '이제는 아픔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야'로 세시간여의 행사는 끝이 났다.

이날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장현수씨는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면서 "장애여성, 레즈비언과 같은 소수자들이 거리낌없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시위에서 지지 발언을 한 여성주의저널 일다(www.ildaro.com) 조이여울 편집장은 "여성의 정체성은 소수자이며 소수자의 관점에서는 가부장주의와 권위주의의 차별이 보인다"고 지적하며 "모두 힘을 받아 1년 내내 여성의날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배경내 간사는 인권 운동은 가장 그늘진 곳을 비치는 거울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인권 운동이 소수자의 문제를 제대로 비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지개시위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지개시위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다. ⓒ 다닮연대

성명서- Wow! 또 다른 세상을 공감하며

우리는 모였습니다.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이하여 '여성'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타자화된 이름인 '여성' 그것은 우리를 온전히 설명해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장애여성이며 성소수자 여성이며, '국민'의 이름을 거부한 여성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언어를 필요로 하고있고 동시에 다른 방식의 행동을 다른 속도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여성'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여성'을 딛고 앞으로의 '여성'이 담아낼 새로운 의미들을 만들고 또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과 여성 성소수자는 '정상적인' 한민족-대한민국-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들을 낳아기르는 어머니가 되고자 하지 않으며, 가사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에 감정노동까지 수행해야 하는 완벽한 아내가 되는 것을 우리의 이상으로 삼지않습니다.

(중략) 우리가 바라는 또 다른 세상은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온전한 '나'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삶, 여성 성소수자와 장애여성이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인정되는 삶입니다. 폭력적인 '정상'의 기준이 나를 비정상으로 몰아가지 않는 세상입니다.

(중략) 오늘도 우리는 '우리'를 공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다름으로 닮은 힘을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해를 말하지 않고 이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이름이 아닌 앞으로의 '이름'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2004년 2월 28일 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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