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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학기계7- 수경 작
손가락 사이를 오가는 컴퍼스, 찔리기 위한 놀이를 즐기는 손가락들. 보기만 해도 지독한 냄새가 풍겨지는 신발을 향해 킁킁거리는 코. 찔리면 족히 한달은 고생할 만한 날카로운 가시가 돋힌 선인장에 들이민 발.

▲ 자학기계5-수경 작
작가 수경의 개인전 <자학기계-킬킬킬, Kill, Kill, Kill>은 일상 속의 자학을 '킬킬'거리며 비웃는다. 찔리고, 뜯기고, 물리는 엽기 발랄한 그녀의 작품 앞에서 관객은 "킬킬" 웃음을 날리지만, 그 웃음 뒤에선 억눌려왔던 무의식의 자학성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관객은 놀이로써의 '자학'을 대면하며, 내면에 숨겨 놓았던 자신의 자학성을 배설하고 유희한다.

작가 수경의 세 번째 개인전인 <자학기계-킬킬킬, Kill, Kill, Kill>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짝사랑하던 여자의 발 냄새를 맡거나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며 화를 낸다. 육체적인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 쾌감을 얻는, 자학의 본성들이 작품을 통해 재현된다. 하드 코어 포르노에서나 등장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학'이라는 주제가 '일상'을 소재로 함으로써 '재미와 가벼움'으로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이 '이동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도 작품의 일상화를 추구하는 수경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한지에 그려진 작품들을 오려내 스티커처럼 벽이나 판넬에 붙여 놓은 것은 관객에게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 차돌박이의 자학-수경 작
특히 <차돌박이의 자학>은 전시 공간의 '빨간' 벽지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으로 벽지를 '싱싱한 차돌박이 고기'로 인식한 배고픈 젓가락질을 '자학'의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얼핏 "픽" 웃음이 나는 일상의 소재들이 작품으로 생산된 것이다.

수경의 이번 작품들은 지난해 열린 두번째 개인전 <얘기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로서는 색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그녀의 최근 작품에서는 만화적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단순화한 드로잉과 강한 색채 대비로 마치 한컷 만화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작품들은 작품 전면에 '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만화적 요소를 더욱 가미하고 있다.

"내 그림이 만화책이나 드라마처럼 대중들에게 무리없이 읽혀지기를 바란다"는 수경은 기존 화단의 흐름에서는 드문 스토리성 강한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수경의 작품들은 그림을 그림만으로 보게 하지 않고, 글을 배치함으로써 작가의 의대도로 읽히게 하는 일종의 장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는 수경은 오는 5월, <가수 앵앵이 양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앵앵이'라는 가수의 일생을 조명할 예정이다. 그녀는 '앵앵이'란 이름은 "가장 조악하고 천박한 말이 없을까 하다가 생각해 냈다"라며 "가상인 여가수의 일생을 통해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속성을 꼬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경의 두번째 개인전 <자학기계-킬킬킬, Kill, Kill, Kill>은 3월 한달간 신촌의 복합문화놀이공간 몽환에서 전시된다.

▲ 수경의 작품들은 마치 스티커처럼 이동성을 담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작가 개인 홈페이지 www.tnrod.com 에서는 작가 수경의 작품과 작업일지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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