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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www.kma2004.org)
제 1회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www.kma2004.org) ⓒ 한국대중음악상

"대안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상식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잘못하면 메이저와 마이너 모두에게 비판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는 17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위원장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에 대한 대중음악계 안팎의 평가를 집약해주는 표현이다.

구태의연한 '연말 가요시상식'의 대안을 내세우며 출범한 이번 시상식을 바라보는 음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기존 시상식들이 이미 가수의 음악성보다 예쁘고 춤 잘 추는 '엔터테이너'들의 쇼로 전락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은 기존의 시상식과 다르게 '음악의 질'로만 평가하겠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음악계에서는 애정 어린 쓴 소리도 잊지 않고 있다.

후보작 선정 기준의 문제

이번 시상식 관련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방송 피디, 음반 기획자, 라이브 클럽 관계자, 가수 등 15여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나눴다. 이들이 전한 이번 시상식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후보작 선정 기준의 모호하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선정위원 포진의 문제"였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준비과정을 거친 뒤 지난달 23일 개최 기자회견을 통해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16명의 선정위원들을 발표하면서 출발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총 12개 부문의 후보자를 선정, 발표됐다. 곧바로 네티즌 투표(3월 2일∼15일)에 들어갔고, 오는 17일 오전에는 각 부문 수장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씨는 "후보자 면면을 봤을 때 선정 기준을 잘 모르겠다"며 "완전하게 음악적인 평가가 우선이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그래미 어워드 등이 지향하는 대중 지향적인지 감이 잘 안 온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은 후자 쪽에 가까운 듯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씨는 또 "대중음악계가 아직 확고히 건전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상식이 만들어진다면 철저히 음악성을 고려해 좀더 건전한 음악시장 구조를 갖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겠나, 앞으로 이번 시상식 이후 진행 방향이 어떻게 되는가도 행사 자체만큼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평론가는 "대부분의 후보를 보면 무엇이 기준이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한 예로 '올해의 앨범' 부문을 보면 6장의 음반 중 4장이 인디쪽 계열이다, 일반 가요 쪽에도 훌륭한 음반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는 대중적인 정서의 반영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또 "이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한 음반 기획자는 "사람에 따라서는 선정 기준이 너무 언더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너무 드러나지 않게 진행하다보니 좁은 생각으로 판단되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며 "하지만 한해 600여장의 음반이 나오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앨범을 선정해야 할지 기준을 만드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선정위원 포진의 문제

음악 관계자들이 아쉬워하는 또 다른 면은 "다양한 선정위원들이 포진했으면"하는 바람. 기존 시상들이 모두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여러 음악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에 참여했다면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인(연주자나 가수)들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지적은 일관됐다.

한 음악방송 피디는 시상식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뒤 "하지만 선정위원들을 보면 급조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김수철씨 등 거물급 음악인들을 선정위원으로 초대했으면 어떨까, 그랬다면 조금 더 균형 있는 시각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한 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왜곡된 기존 시상식의 대안으로 출범했다는 것 하나로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선정위원 구성에 대해 물론 좋은 분들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선정위원장이 음악인이 아니라는 점과 보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포진했어야 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 좋은 취지로 출발한 만큼 급하지 않고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잘못하면 또 하나의 자기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음악관계자들은 '대중음악 시상식'이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대중적 코드'를 놓친 것 같다는 의견과, 음악 시상식을 '문화연대'에서 주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을 내기도 했다.

"음악계 반응 당연, 욕먹을 각오하고 시작"

음악계 안팎의 반응에 대해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우선 "갑자기 행사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을 가진 음악상을 만들자는 취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이렇게 첫 발을 디디는 것 자체로도 (대중음악계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준의 모호함'에 대해 "완벽하게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심사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객관적 기준에 다가가기 위해 투명하고 합의 가능한 수준의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정위원 문제' 관련 "현실적으로 넉넉히 풀을 만드는데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힘들었다"며 "그런 면에서 선의를 가진 취지에 공감하는 평론가들과 PD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얻고 싶다"고 설명했다.

임진모 선정위원은 "음악계 반응은 당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떤 일이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지 않나, 어차피 욕먹으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대중성에 고려한 듯"
시상식에 대한 홍대 앞 분위기

▲ 홍대의 한 클럽에서 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불꽃

이번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을 바라보는 서울 홍대 앞 클럽가의 분위기는 '무관심'에 가깝다. 다만 한편에선 '대중적인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인디의 대명사로 불리는 홍대 앞에서는 '지나치게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홍대 앞에서 만난 클럽 관계자와 연주가들은 역시 이번 시상식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의 시상식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많다는 것. 그러나 정작 순수 인디 음악을 고려했는지 의문스럽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클럽 운영자는 "아마 홍대 앞은 이번 시상식에 무관심한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한 뒤 "물론 비주류 음악에 대한 배려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존 시상식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판단을 보류했다.

"이번 시상식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또 다른 운영자는 시상식 관련 정보를 본 뒤 "후보작 선정은 그래도 골고루 된 편"이라며 "하지만 정작 마이너 지향적인 팀은 한 팀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홍대 앞에서 우연히 만난 한 음악인은 "이런 좋은 행사를 통해 수많은 발매 음반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화를 하면 좋았을 텐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렇지 못한 듯하다"며 "홍대 앞에만 판매한 음반은 들어가고 전국 판매된 음반은 누락되는 등 한계가 노출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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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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