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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이 화성동탄지구 특혜 분양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이 화성동탄지구 특혜 분양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한국토지공사가 화성동탄 택지개발지구에서 설계현상 공모를 통해 공공택지를 주택건설업체에 특혜분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0일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상 건축물 설계를 할 수 없는 주택건설업체가 토지공사의 설계공모에 응모해 2002년 12월 수의계약으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것은 특정업체에게 특혜분양을 하기위한 편법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주장은 현행법상 설계와 시공의 영역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음에도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한 업체가 현상설계공모 방식을 통하여 택지를 분양을 받도록 한 것은 명백한 편법이며 특혜라는 것이다. 현행 건축사법 23조는 설계는 건축사 사무소 개설을 등록한 건축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공이 당선작 수를 3개에서 6개로 늘린 까닭은?

또 다른 의혹은 토공이 당초 설계현상공모를 통해 최우수작 1편, 우수작 1편, 가작 1편 등 모두 3개 업체를 선정하기로 공고를 냈으나 별다른 추가 공고없이 6개 업체로 당선작 수를 변경했다는 점이다.

토지공사는 2002년 초 화성 동탄지구의 대외홍보와 분양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지구 중심 40만평에 시범단지를 꾸며 우선 분양하기로 하고 2002년 10월 현상설계공모를 실시했다. 토지공사는 공모 당시 최우수작 1개 업체에 4만㎡, 우수작 1개 업체에는 3만㎡, 가작 1개 업체에 2만5천㎡의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우선 공급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당시 시범단지는 화성동탄 지구의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곳이라 분양이 확실하고, 당선된 업체들은 감정가격으로 택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53개 업체가 몰려 17.6대1의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2002년 12월 17일 토지공사는 별다른 공고없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월드뷰, 삼성물산㈜, 롯데건설㈜-㈜대동종합건설, ㈜한화건설 및 금강종합건설㈜ 등 6개 업체(2개는 컨소시엄)를 당선 업체로 뽑았다.

결국 6개 업체들에게 분양될 택지의 면적도 5만5561평으로 두배 가량 늘어났고 업체들은 평당 350여만원에 노른자위 땅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아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는 특혜을 누리게 됐다.

경실련은 "당선업체 수를 6개로 늘린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토공은 선정심사위원회가 어떠한 이유로 6개 업체로 확대 분양했는지 선정심사 기준과 내용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정부가 나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설계공모 한번 당선됐다고 수백억 주나

경실련은 또 설계공모 당선의 대가로 택지분양 우선권을 준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했다. 6개 업체는 시범단지 총 분양면적 40만평의 14%에 해당하는 5만5561평을 공모 당선 대가로 받았고, 경실련이 추정한 개발이익은 각 업체당 446억원, 총 2675억원에 이른다. 이는 업체들이 분양받은 택지에 아파트를 지어 평당 700만원에 분양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설계공모 당선의 대가로는 일반적으로 실제 사업의 설계권을 주는데 반해, 화성동탄지구 시범단지에서는 택지를 당선 대가로 준 것은 특혜이며 공모 당선대가가 업체당 446억이라는 것도 지나치게 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심사위원 선정과정과 평가방식에 대한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당시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5배수로 추천된 후보들 중에서 비전문가인 토지공사 사장이 11명을 일방적으로 선임했고, 평가방식도 객관적 개량화가 가능한 점수제가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OX 기표를 통해 당락을 결정해 객관성이 결여됐기 때문.

이러한 의혹에 대해 토지공사는 "응모접수 마감결과 53개 업체가 응모, 과당경쟁에 따른 우수작품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위해 내부 절차를 거쳐 다음날 바로 6개로 늘린 것"이라며 "변경 내용을 공고하지 않은 것도 변경 내용이 공모에 참여하는 업체에 이익이 되는 내용일 뿐 불이익이 가는 것이 아니라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토공 "우수작품 사장되는 것 막기위해 당선작 수 늘린 것"

토지공사는 또 "설계를 할 수 없는 건설업체에 현상공모를 한 것은 시범단지에서 실제로 아파트를 지을 업체가 스스로 사업타당성 등을 검토해 실현가능한 최상의 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토지공사 신도시사업2처 서경진 과장은 심사과정의 객관성과 관련 "심사위원 후보 집단에 전문가들만 포함시키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가 후보군에서 제비뽑기식으로 선임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며 "설계현상공모 심사도 그 결과를 일일이 수치화하기는 힘들어 심사위원 개개인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공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사위원 선정위원회가 꾸려지지도 않고 심사위원 선임이 사장 한사람에 의해 사실상 주도됐다는 점, 또 건설업계에서 소수점 이하로도 입찰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한데도 예술작품 평가에나 적용되는 OX기표 방식으로 심사한 점을 감안하면 토지공사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헌동 본부장은 "특혜분양이 이루어졌던 때가 12월 17일로 대선기간이었다"며 "현재 불법 대선자금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대거 특혜분양을 받은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러한 특혜의혹에는 토공과 공무원, 건설업체 사이의 부패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며 제도 개혁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부패방지위원회에 제도개선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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