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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김행순 부부가 지영·희수·지현 세자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돈·김행순 부부가 지영·희수·지현 세자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장애인이지만 화목한 가정도 꾸리고,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

김진돈(44·운제당한의원 원장), 김행순(38·주부) 부부는 지난 2001년 ‘부부의 날 위원회’가 수여한 ‘서울 부부상’을 받았다. 김 원장은 “특별한 부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만큼 잘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을 받을 자격이 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들 부부에게 특별한 것은 없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7년 간 연애한 뒤 결혼하고 토끼 같은 아이들 셋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이 특별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장애 불구 밝은 성격으로 결국 ‘결혼승락’

이들 부부는 아내 김씨의 언니가 우연히 김 원장의 여동생과 같은 버스를 탄 것이 인연이 돼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만난 그때를 생각하면 아내의 예쁜 눈망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회상하는 김 원장은 “예전부터 ‘제주도가 처가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왔는데 결국 제주 아가씨를 아내로 맞아들였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가 처음부터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제를 시작하고 3년까지는 처가에서 김 원장이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딸과의 만남을 반대했다. 그 이후에는 그의 밝고 곧은 성격에 장모가 서서히 마음을 열었지만 장인어른은 결혼하는 그 순간까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현재 가장 사랑받는 사위는 김진돈 원장이다.

“결혼 후 장인어른이 중풍으로 쓰러지셨어요. 그때를 기회로 잘 보인 거죠(웃음). 이제 찾아가면 다른 사위들 다 필요 없다며 저하고만 이야기하세요.”

지영, 희수, 지현 3남매를 두고 있는 김 원장 부부에게 가정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가 밀려드는 각종 기관에서의 강의, 환자진료와 무료진료 봉사 등의 빡빡한 스케줄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의 삶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조금 줄이고… 남편·아빠자리 찾을 것”

봉사활동이 일상이 되어버린 김 원장은 무료진료 등 봉사하는 시간만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말한다.

남을 돕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정작 가족에게는 소홀해진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아내가 “다른 집은 주말마다 놀러 가는데…”라며 아쉬워하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자 그는 지난달 가족과 함께 이집트 여행을 떠났다.

아빠를 ‘쥐띠’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살갑게 구는 세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떠난 이번 여행은 ‘한의사 김진돈’에 앞서 남편과 아빠의 이름으로 불리는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매년 작년보다 술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은 가정의 국무총리인 아내가 담당하고 있지만, 그 교육의 밑바탕이 되는 정서교육에는 아빠도 꼭 동참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제는 생각마저도 똑같아져 싸울 일 하나 없어진 이들 부부는 둘이 쌓아올린 사랑의 높이만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단단하게 쌓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울타리가 보다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소망하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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