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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저녁 대구 중심가에서 '탄핵안 통과'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대 800여명이 모여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저녁 대구 중심가에서 '탄핵안 통과'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대 800여명이 모여들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오마이뉴스 이승욱



"국회 해산! 탄핵 무효!"
"한나라당·민주당은 해체하라!"
"16대 국회는 즉각 해산하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일 대구도 숨 가뿐 하루를 보냈다. 탄핵안 의결을 '의회 쿠데타' 규정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한 시민은 "근조 한나라당"을 외치면 대구시지부 앞에서 '장례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저녁 7시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 종각 앞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였다. 애띤 대학생에서부터 넥타이를 맨 직장인, 그리고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까지 남녀노소 800여명이 모여 '탄핵 통과'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민주주의 해치는 폭거" 800여명 촛불시위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촛불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는 의회 민주주의 헤치는 폭거"라고 규정하고 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김수형(21)씨는 "수업을 듣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면서 "국민들의 대다수가 선택한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193명의 국회의원이 단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TV를 보다 울분이 쏟아져 나와 참지 못해 거리로 나왔다"는 오헌철(40·자영업)씨는 "한나라당 사무실로 항의 전화를 걸었지만 그래도 울분이 풀리지 않아 거리로 나오게 됐다"면서 "탄핵안 통과는 개혁에 대해 저항하는 수구세력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비난했다.

회사를 마치고 넥타이 차림으로 시위에 참석한 이연학(39)씨도 "국민들 대다수가 탄핵을 반대하는데도 야당이 탄핵을 자행한 것은 말도 안되는 작태"라면서 "4·15 총선에 반드시 표로써 심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시민사회단체·노사모 회원 등 300여명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저녁 8시쯤 대구백화점 앞으로 이동해 800여명까지 늘어났다. 참석자들은 애국가·아리랑을 소리높여 부르고 일부 참석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탄핵반대 대구시민 결의대회'에 대해 "탄핵 의결은 친노-반노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를 시민들의 힘을 무시한 수구세력에 대한 단죄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 "한나라당을 땅에 묻는다" 제사 지내려다 저지

시민 정기철씨가 12일 오후 6시 30분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앞에서 '한나라당 장례식'을 지내려다 무산되자 준비해온 <근조 한나라당>이라는 시를 낭독하면 울분을 토해냈다.
시민 정기철씨가 12일 오후 6시 30분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앞에서 '한나라당 장례식'을 지내려다 무산되자 준비해온 <근조 한나라당>이라는 시를 낭독하면 울분을 토해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오늘 너희 한나라당을 땅에 묻는다 / 너희의 작태가 내 가슴에 분노의 불길을 당겨 /... / 이젠 탄핵을 들고 나서 도도히 흐르는 /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려하는 / 너희들이 갈곳은 오직 하나 / 영원히 깨지 못할 깊은 어둠 뿐이다..."

이날 촛불시위에 앞서 대구지역은 탄핵 결의안 통과 후 숨 가뿐 하루가 지나갔다. 한 시민은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앞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에 울분을 토한다"면서 한나라당 장례식을 지내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 당했다.

정기철(42)씨는 오후 6시30분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앞에서 '근조 한나라당'이라는 피켓과 제사 도구를 갖춰놓고 한나라당 장례식을 시도했다. 정씨는 "대구시민들이 한나라당이라면 대선자금 수천억 수수해도 봐줬지만 이제는 한나라당을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더 이상 한나라당을 국민의 정당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장례식을 거행하려고 하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경비를 서고있던 대구 수성경찰서 신아무개 방범순찰대장은 "준비해온 물품을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1인시위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하고 병력을 동원, 물품을 빼앗아갔다.

정씨는 준비해온 '근조 한나라당'이라는 제목의 시를 목소리 높여 낭독하고 나서야 자진해 귀가했다. 정씨는 이날 1인시위가 무산된 것에 대해 "정당한 1인시위를 막은데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리적인 항의도 잇따랐다. 민주당 대구시지부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쯤 대구시지부 사무실로 30대로 보이는 청년 10여명이 찾아와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에 대해 항의하고 팩시밀리 등 수개의 집기를 부셨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20여분간 난동을 부리다 경찰병력이 출동하자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참여연대·대구여성회 등 대구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14일까지 매일 오후 7시부터 '탄핵 항의 촛불시위'를 개최할 예정으로 대구지역에서 탄핵안 통과에 대한 항의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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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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