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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촛불 집회가 끝났다. 쌀쌀한 날씨와 일요일이라는 악재에도 토요일만큼의 인원과 열기가 광화문을 달구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 표출이 안타까운 신명의 몸짓으로 붉게 밤하늘을 물들였다.

대통령 탄핵을 밀어부친 16대 국회의원들은 이 시민들의 함성을 듣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을 돌보느라, 아니 국정을 이렇게 망치느라 바쁠 테니, 직접 거리로 나와 현장을 목격할 시간은 없더라도, 신문에도 실리고 TV에 방영되는데 이렇게 크게 외치는 국민들의 피울음을 전혀 듣지도 못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14일 홍사덕 의원은 "지금의 상황은 4∼5일, 길어도 1주일 정도면 정리될 것"이라면서 "성숙한 국민 역량을 볼 때 누가 어떤 불안 혼란을 선동하든 바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얼마나 국민들이 주말을 반납해야 국민들의 목소리를 알려고 노력할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더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나와 앉아야,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목이 쉴 때까지 목청을 높여야 국민의 분노와 절망감을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알게 될것인가?

"냄비 근성"이라는 안타까운 국민 기질은 사회적 지도층이 고쳐나가야 할 과제이지, 정략적으로 이용해야 할 좋은 정치적 도구는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큰 국민 분노를 만들어 낸 책임 있는 정당의 고위층에서 국민의 분노를 풀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1주일만 버티면, 1주일만 버텨내면 국민의 분노는 또 망각의 강을 넘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안이한 인식은 위험 천만의 발상이다.

1주일 안에 국민의 분노가 사그러지지 않으면, 또 무엇을 만들어 내어, 어떤 정치적 이벤트를 만들어 내어 국민의 기억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우려 할 것인가?

국민의 분노를 지우기 위해 현재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고건 총리에 대한 '띄우기' 작업은 아직, 국민 분노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홍사덕 총무는 1주일 이후에도 국민의 분노가 사그러지지 않으면, 1주일 이후에도 비난 여론이 사그러지지 않고, 1주일 이후에도 촛불 집회가 사라지지 않으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정치 카드로 국민을 호도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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