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을 위해 일시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기러기 엄마’들은 남편으로부터 주택을 증여받을 때 증여세의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은 9일 최근 주택 매매와 관련,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이 세법지식 부족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자녀교육을 위해 외국에 일시 이주한 상태에서 국내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주택을 증여받은 경우 아내는 비거주자로 분류, 배우자 공제(5억원)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이번 심판은 자녀유학을 위해 1999년 7월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국외이주 신고를 하고 현재까지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청구인이 2000년 6월 서울 소재 아파트를 5억4000만원(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 포함)에 취득한 남편으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에 대해 해당 국세청은 아파트 취득가액 중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3억원을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를 적용하지 않고 증여세 7000만원을 부과했다. 증여세를 부과받은 청구인은 ‘배우자 공제 미적용’으로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국세심판원은 남편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청구인이 1999년에 출국, 해외에 장기적으로 거주하고 있고 국내에 직업이 없으며 국내 체류기간도 1년에 두 달에 불과해 비거주자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자녀교육을 위해 해외에 장기 거주하고 있고 국내에는 직업이 없으며 국내 체류기간도 1년 중 2개월 정도에 불과한 대부분의 기러기엄마들이 ‘비거주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아이들 교육 때문에 해외에 이주해 체류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파급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세심판원은 그러나 외국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도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 및 재산상태에 비추어 계속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거주자로 보아 증여재산 공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이명숙 변호사는 “어린 아이의 유학 때문에 해외에 체류, 이른바 기러기 엄마·아빠가 된 부부에 대해서는 부부관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남편이 있고 아이가 어려 엄마가 어쩔 수 없이 해외에 거주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와 시대적인 상황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국세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청구인은 행정법원에 제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