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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은성, 석희열, 송민성
사진 : 김진석


제17대 총선을 맞아 각계각층의 민심을 훑어보는 '4·15총선 민심기행- 시민 30인에게 듣기'의 세 번째 꼭지로 장애인, 상인에 이어 20대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신촌, 대학로 등지에서 김은성, 석희열, 송민성 세 명의 기자가 각각 10명의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취재를 마칠 무렵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세 기자는 탄핵을 중심으로 전면 재취재에 나섰다. 다음은 3월 16~17일 신촌, 대학로에서 만난 20대 유권자들의 이야기다. … <필자주>

▲ 지난 13일 광화문에서 5명의 청년들이 상의를 벗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진석
한결같았다. 거리에서 만난 30명의 20대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지지정당,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 등은 제각각이었지만 탄핵 대해서는 한결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호(24·직장인)씨는 "탄핵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국회의원들의 일방적인 결정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탄핵안 가결로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짜증나서 이민가고 싶다는 우경태(25·학생)씨 역시 "이번 결정은 당리당략을 따지며 살아남기 위한 정치인들의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거리에서 만난 20대들은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를 분명히 지적하면서 동시에 탄핵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몸짱이 아닌 맘짱으로 거듭나라!

다음은 국회의원들을 향한 유권자들의 질책과 바람들이다. 서릿발같은 매서움을 담은 질책도 있고, 조롱과 비아냥을 한껏 담은 조언도 있다.

·유성호(가명·24·학생)씨-"당신들은 우리의 녹을 먹고사는 이들임을 잊지 말아달라. 텔레비젼에서 보면 열에 열 싸우는 모습만 나오는데 그걸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정말 가끔이라도 본받을만한 정치인들 좀 봤으면 좋겠다."

·권성훈(23·학생)씨-"몸싸움 할 거면 체육복 입고 해라. 왜 비싼 양복입고 하냐. 탄핵 가결 때는 몸짱이었지만 이젠 제발 맘짱이 되길!"

·홍숙자(26·대학원생)씨-"너흰 제발 나라 걱정하지 마!"

·고인석(22·학생)씨-"스스로 깨끗한 사람이 되라. 국회의원들 즐~!" / 송민성
남준석(27·학생)씨는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나면 우리 국민들이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그를 비판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이 걱정하는 만큼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며 꼬집었다.

김영욱(25·학생)씨 역시 "국민들이 무식해서 모르는 게 아니라 이유가 하도 가당찮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일부 정치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씨는 "(탄핵을 결정한 국회의원들이) 확실한 이유가 있으면 왜 떳떳이 나서지 못하겠냐"는 비난했다.

친노라고 오해받을까봐 광화문 집회에도 나가지않는다는 노은석(29·직장인)씨도 김씨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지금의 정치인들이 과연 탄핵을 결정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탄핵반대집회는 친노세력의 위법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권성훈(23·학생)씨는 "그런 이상하고 어리버리한 논리가 어디 있나"라며 일축했다.

30명 중 25명 반드시 투표하겠다

투표에 참여하겠느냐는 물음에는 30명 가운데 25명의 유권자가 "투표일을 알고 있으며 반드시 투표 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8명이 "투표에 관심이 없다가 탄핵 때문에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응답해 탄핵이 국민들의 정치참여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반증해주었다.

▲ 지난 20일 20만여명의 촛불들이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수를 놓고 있다.
ⓒ 김진석
안은미(27·직장인)씨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정치인의 잘못을 초래한다면서 "친구, 가족, 지인들에게 꼭 투표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탄핵결정으로 투표를 하지않겠다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었다. 양현주(가명·24·학생)씨는 "이번 일로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가 아님을 확실히 깨달았다"면서 "한나라당이 싫다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선거에 꾸준히 참여해온 한현정(28·직장인)씨는 서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치않는 정치인들을 떠올리면서 이번 만큼은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30명을 대상으로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14명의 유권자 중 7명이 탄핵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해졌다고 응답했다. 한편 3명이 민주노동당을, 2명이 민주당을 지지해 응답자 중 한나라당 지지자는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을 계기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힌 김현민(29·직장인)씨는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불신임 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이유로 8명이 '탄핵에 대한 심판'이라고 답한 데 반해 열린우리당의 성향을 지지한다고 밝힌 지지자는 3명에 불과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열린우리당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광현(29·직장인)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면서 "적어도 이번 총선 만큼은 열린우리당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탄핵정국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고인석(22·학생)씨는 "나같이 정치를 잘 모르고 애매모호한 사람들은 대체로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겠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 배경철(25·대학생)씨는 탄핵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배씨는 이번 총선을 시작으로 민주당이 새롭게 변신할 것을 기대했다.

이 외에도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7명) '고민중이다'(4명)의 답변도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민들의 대표가 필요하다

▲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1백여명의 대학생들이 탄핵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진석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임대성(26·학생)씨는 "굴욕외교, 파병결정, 1/10 발언이나 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냐"며 "그들에게 강력한 자극이 될 서민들의 대표가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들조차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희망이 없다고 단념하고 싶지 않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이것도 우리가 발전해 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나아진다." (남준석씨)

거리에서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탄핵 결정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한걸음 더 진보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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